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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와 같은 글꼴을 만드는 폰트 디자이너

노민지

연관 폰트 노말바탕

Part0. 디자이너 소개

Q. 안녕하세요. 노민지 디자이너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폰트 디자이너 노민지입니다. 폰트 디자인 스튜디오 ‘노말타입파운드리 Normal Type Foundry’를 운영하고,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PaTI’에서 폰트 디자인을 강의합니다. 이전에는 활자공간, 윤디자인,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일했습니다.

Q. 여러 곳에서 폰트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해오셨네요. 폰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폰트 디자이너 이용제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학 시절 이용제 선생님의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처음 접해보는 폰트 디자인의 지루하고(?) 세심한 작업에 푹 빠져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지루하다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공감이 가네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지만 그 끝에 완성한 폰트를 보면 푹 빠질 수밖에 없죠. 나만의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폰트 디자인은 마치 공기와 같아서 늘 우리 곁에 있고,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비로소 느껴지지 않을 때 가장 멋진 상태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저의 스튜디오 이름에서 잘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평범하고 익숙해서 눈치채지 못하지만 실은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길 희망합니다.

Q. [밸런스 게임] 평생 내가 만든 폰트만 쓰기 VS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로 선택할게요. 사실 저는 제가 만든 폰트를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데요. 이유는 자꾸 업데이트 할 부분들이 눈에 띄어서 집중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거든요. 제가 만든 폰트만 쓴다면 작업 진행이 안 될 것 같아요. ㅎㅎ

Part1. 「노말바탕」 폰트 소개

Q. 「노말바탕」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노말바탕」의 첫 스케치는 2011년 가을이에요. 대학원 연구 과제로 디지털 활자 시대 이전의 글꼴을 복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지금이야 예전의 글자를 모티브 삼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흔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동안 회사 생활을 하느라 개인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스튜디오를 차리고 나서야 겨우 완성을 하게 되었어요.

「노말바탕」 작업 과정 기록

Q. 첫 스케치로부터 거의 10년이 걸린 프로젝트였네요. 폰트 이름은 왜 「노말바탕」으로 지으셨나요?

「노말바탕」은 이름 그대로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한 곳에서 바탕이 되는 글꼴이라는 뜻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스며들듯 여러분들을 만나뵙길 바랍니다.

Q.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이 제일 어려운 법이죠. 그렇다면 「노말바탕」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노말바탕」은 1920년대 박경서의 4호(교과서) 활자를 가로쓰기용으로 현대화한 본문용 디지털 폰트입니다. 단단한 뼈대와 고른 속공간이 돋보이며, 서정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인상을 가지고 있어 문학과 비문학을 가리지 않고 많은 양의 글을 소화해야 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2021년 Regular를 먼저 발표한 후 굵기가 조금 더 굵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어서 굵기에 대한 미세 조정을 했고요. 새로운 굵기인 Bold를 추가해 총 2종으로 구성했습니다.

「박경서체」 집자

Q. 디자인 하면서 제일 고민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티브가 있는 폰트이기 때문에 원도의 특징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어요. 그럴 때마다 1세대 폰트 디자이너인 최정호의 활자를 들여다봤습니다. 최정호체는 박경서의 활자를 가로쓰기로 현대화하여 디자인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본문용 폰트의 대부분이 최정호 활자의 뼈대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근본적인 부분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았죠. 결국은 디자이너 각자의 개성에 따라 폰트의 성격이 반영되는 것이라 이해했어요. 먼저 저의 감각을 신뢰하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획 하나하나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문장부호 역시 신경을 많이 쓴 부분입니다. 제가 석사 논문으로 ‘한글 문장부호’ 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했고, 관련한 여러 연구에 참여했기 때문에 허투루 할 수는 없었죠. 총 4,002자의 글리프를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충분히 활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노말바탕」 한글 조판 예시

「노말바탕」 라틴, 문장부호 조판 예시

Q. 「노말바탕」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말바탕」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노말바탕」은 기본적으로 서정적인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폰트를 디자인하면서 샘플 문장으로 사용한 것도 문학과 에세이였어요. 이러한 장르의 본문으로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에세이 본문에 쓰인 적이 있는데 아주 잘 어울리더라고요. 아주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폰트 디자이너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쓰였을 때예요. 뜻밖의 장소에서 「노말바탕」을 만나보길 희망합니다.

단행본 <마침내 런던> 본문에 사용된 「노말바탕」

Part2. 디자이너 생각

Q. 좋은 폰트란 무엇일까요?

좋은 폰트를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노말타입파운드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너무나 평범하고 익숙해서 눈치채지 못하지만 사실은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늘 곁에서 일상과 함께하는 폰트가 좋은 폰트 아닐까요?

Q. 폰트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동료,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매일매일 글자를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유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루에 한 글자라도 조금씩 꾸준히 그리면서 체력을 기르고, 사람들과 글자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Q. 폰트 디자이너로서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노말바탕」을 비롯해 다양한 본문용 폰트가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길 바랍니다. 제목용 폰트에 비해 본문용 폰트를 사용하는 것에는 조금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표정의 본문용 폰트를 발견하고, 사용해보는 즐거움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Q. 앞으로의 폰트 제작 계획을 들려주세요.

「노말바탕」을 완성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노말타입파운드리’라는 스튜디오를 만들 수 있었어요. 노말타입파운드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5월부터는 민부리 계열의 폰트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에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Part3. 산돌구름 입점

Q. 산돌구름을 선택한 이유와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폰트 디자이너라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폰트 저작권과 유출일 것입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산돌구름 클라우드 서비스였어요. 평소 관심있게 지켜봤고, 산돌의 제안 그리고 동료 디자이너의 추천으로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산돌구름에서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Q. 노말타입파운드리의 입점을 환영하는 사용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노말타입파운드리’입니다. ‘노말타입파운드리’는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길 희망하고 있어요.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늘 그곳에 있는 그런 폰트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에요. 앞으로 여러분의 일상에서 자주 만나뵐 예정이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