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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쌓아올린 샌드위치 속 이야기

in sight of 샌드위치 프레스

쌓으면 쌓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지는 샌드위치처럼, 재미난 이야기를 쌓아가는
‘샌드위치 프레스’의 주혜린 디자이너를 만나 호기심 가득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샌드위치 프레스만의 디자인 레시피

겹겹이 쌓아 올린 샌드위치 한 조각.
그 안에는 집요한 관찰력과 유쾌한 상상이 차곡차곡 들어 있어요.
좋아하는 것에 깊이 몰입하고,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레시피처럼 즐기는 디자이너.
샌드위치 프레스를 운영하는 주혜린 디자이너의 작업창 위에는
오늘도 정성스럽게 쌓은 한 조각의 샌드위치가 놓입니다.

샌드위치로 시작해 푸딩, 스팸, 까눌레까지!
친근하고 맛있는 재료들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샌드위치 프레스의 디자인 방법론과 추천 폰트까지 만나보세요.

Intro:
샌드위치처럼 신선한 출판사


―독자분들을 위해 샌드위치 프레스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샌드위치 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혜린입니다. 샌드위치 프레스는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로, 빵 사이의 재료들이 힘을 모아 궁극의 맛을 자아내는 샌드위치처럼 신선하고도 유쾌한 작업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샌드위치 프레스는 출판 외에도 일러스트 작업과 스토어 운영까지 다방면의 일을 다루시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요즘은 어떤 일에 가장 집중하고 계시나요?

요즘은 11월에 출간될 신간 준비와 대학원 졸업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글이 포함된 일들이라, 글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신간 소식이 벌써 궁금해지는데요, 잠시 후에 더 자세히 여쭤볼게요. 샌드위치 프레스 로고타입은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자소의 획이 끊어진 부분들이 특이한데요.

로고타입은 ‘OPS Type’ 스튜디오의 「OPS Restructional Text Cranked」 폰트를 활용하되 장평만 살짝 늘렸어요. 투박하게 툭툭 끊겨있는 획이 꼭 무심히 쌓여있는 샌드위치 속 재료를 연상케 하기도 해서 이 폰트를 본 순간, ‘이거다!’ 싶었거든요.




―혜린님께서 독립출판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책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처음부터 책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학부 때 시각디자인학과로 편입했거든요. 편입한 지 얼마 안 되어 얼떨떨하기도 하고, 프로그램 쓰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억지로 과제를 하던 중, 주변의 친구들을 보니 자신에게서 나온 이야기로 과제를 풀어내고 있더라구요. 그때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몰랐었고, 어떻게 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도 막막했었죠.

그렇게 고민하던 중 친구들을 따라 종로구에 있는 '더북소사이어티' 서점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책들을 만났어요. 실로 꿰매어 만든 책이나 크기가 각각 다른 종이를 엮어 만든 책들을 발견하고는 흔히 생각하던 모습의 책이 아니라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죠. 그때 그곳에서 독립출판물 홍보 진(Zine)인 무가지 『조아서 하는 잡지』의 첫 발간호를 발견했어요. “사소한 이유로, 사적인 이유로 시작해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 라는 문구에 눈이 번쩍 뜨였죠. 대형 서점에서만 보던 책과는 전혀 다른, 자유로운 형태의 책의 모습과 지극히 사적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야기들이 마치 ‘너도 네 이야기를 해봐’라는 희망을 주었달까요. 그 이후로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작은 책을 만드는 것, 나아가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출처: 이보람, 고성배, 정지혜, 박주호. (2014.11.). 당신의 첫 경험 독립출판물. 조아서 하는 잡지, Vol.00, 22-27.




샌드위치로 본 100편의 영화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


―첫 책인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 이야기부터 들어볼게요. ‘샌드위치 프레스’라는 이름도 이 책에서 비롯된 걸로 알고 있어요. 많고 많은 음식 중에서 특별히 샌드위치를 고르신 이유가 있나요?

워낙 샌드위치를 좋아했어요. 저는 원래 비빔밥, 삼계탕, 가츠동, 도시락처럼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샌드위치는 빠르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자주 찾았어요. 어떤 빵을 선택할지, 재료를 어떻게 조합할지, 또 소스를 어떻게 넣을지에 따라 달라지는 샌드위치의 맛을 경험하는 건 꼭 작업할 때 느끼는 희열과도 비슷해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책의 소재로도 선택하게 되었어요.

―표지도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샌드위치 단면을 표지 가득 담은 과감한 디자인 덕분에, 제목이 없어도 ‘이건 샌드위치에 대한 책이구나!’ 단번에 알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과감한 표지를 선택하신 의도가 있다면요?

이 책이 공간에 놓여있을 모습을 상상하면서 디자인했어요. ‘샌드위치 가게에 놓여있다면?’ 하고 상상했을 때, 보호색을 띈 것처럼 샌드위치 그 자체로 보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책상 위에 놓여있다면?’ 하고 그려봤을 때는 눈길이 닿았다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책장에 꽂아두지 않아도, 벽에 살짝 기대어 놓거나 눕혀 놓아도 샌드위치의 모습이 직관적으로 보여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사진으로만 디자인하고, 흔히 표지에 들어가야 한다고 여기는 요소들은 전부 뒷표지로 넣어두었죠.




―책의 앞, 옆, 뒷면까지 모두 샌드위치를 표현하고 싶었던 열망이 느껴져요. 특히 바코드 부분 같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궁금해요.

‘샌드위치에 완전히 빠진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가닿은 것 같아 너무 뿌듯해요. 뒷표지마저 사진으로 구성하게 되면 다소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표지에 담지 못했던 요소들을 뒷표지로 몰아서 넣게 되었어요. 이때 바코드 부분도 가만히 놔둘 수 없어서 샌드위치 사이에 끼워먹는 듯한 느낌으로 넣었습니다. 흔히 보는 필수적인 요소도 재미나게 관람하는 포인트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 내지


―내지의 지면 구성도 인상적이었어요. 좌측에 영화 장면과 샌드위치 이름이 크게 배치되어 있는데요. 처음부터 이 레이아웃으로 작업하셨는지, 아니면 여러 시안 중에서 선택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시안에서는 좌측에는 샌드위치 이름만, 우측에는 4컷으로 나열된 영화 장면이 들어가는 구성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지면에 올려보니, 영화 장면에 시선이 먼저 꽂히면서 ‘가장 첫 번째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독자가 가장 먼저 어떤 샌드위치인지를 파악하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어서, 좌측에 샌드위치 이름과 주요 컷 한 장만을 활용해 과감히 배치하고 우측에는 그 샌드위치에 얽힌 서사를 정리해 담았습니다.

―내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신 폰트가 눈에 띄는데요. 역획대비가 도드라지는 독특한 폰트를, 심지어 본문에까지 사용하셨어요. 어떤 인상이 마음에 들어 선택하셨나요?

폰트는 「태-공작」과 「NaN Jaune Maxi」를 합성글꼴로 만들어 사용했고, 전체적으로 장평을 늘려 썼어요. 획의 대비가 확연한 모습이 마치 두툼한 빵 사이에 야무지게 들어차 살짝 납작해진 재료들 같더라구요. 토마토처럼 두께감이 있는 재료가 있는가 하면, 양상추나 슬라이스 치즈처럼 납작한 재료도 있으니 그런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폰트였달까요. 실은 본문에 사용하기에는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 작업하는 내내 고민이 많았는데, ‘언제 이렇게 써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밀고 나갔던 것 같아요. (웃음)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 속 샌드위치”가 무려 100개라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가장 남는 샌드위치가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샌드위치는 영화 〈유전〉(2018)의 ‘예비 파이몬 샌드위치’와 〈라이스보이 슬립스〉(2025)의 ‘직접 만들어 온 샌드위치’입니다. 〈유전〉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영화라 의미가 있기도 한데, 책에서 꼽은 장면이 꽤 중요한 장면이라 더 의미가 깊었어요. 주인공 피터의 심리가 불안의 극점을 찍고,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앞두고 있는 장면이거든요. 그리고 〈라이스보이 슬립스〉에서 주인공 소영이 챙긴 ‘직접 만들어 온 샌드위치’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어떤 결심이나 다짐과도 같은 의미였어서 자꾸 되새겨 보게 되었어요. 100번째 수록된 샌드위치라 더 그런 것도 같고요.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의 반응도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독자분들의 반응은 대체로 다 재미있고 기억에 남아서 쓰면서도 웃음이 나네요. ‘정말 100편을 보셨어요?’라고 놀라 질문하시던 모습이라던가, 레시피를 담은 책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첫 번째 샌드위치가 오줌 샌드위치죠?’라며 허망해 하시던 모습이라던가… 아, 마지막에 수록한 셀프 인터뷰 부분을 다들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혼자 주거니 받거니 묻고 답하는 부분인데요, 꼭 만담 콤비가 나와 만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답변이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평해주셨었습니다.


비법은 맛있고, 집요하게

『푸딩의 세계』

『이거 먹을래 까눌레』


―한 가지 음식을 주제로 만든 책들을 연이어 만드셨어요. 주제가 되는 음식을 선정하는 혜린님만의 기준이 있으시다면?

조금 부끄럽지만, ‘그저 많이 먹은’ 기준입니다. 주로 음식 하나에 꽂히면 물릴 때까지 먹는 편이고,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다면 줄곧 그 메뉴만 주문해 먹는 편인데, 그런 성향이 책과 만나 이렇게 음식 하나만 파고드는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푸딩은 우연히 집앞의 테이크아웃 디저트 가게에서 사왔다가 푹 빠지게 된 경우였고, 그렇게 줄기차게 푸딩을 먹다가 특유의 물컹한 식감에 지루함을 느끼던 때, 까눌레를 발견하게 되면서 거기에 또 푹 빠지게 된 경우였어요.

―책을 쓰기 위한 아이템을 찾지 않아도 저절로 음식에 관한 이야기에 이끌리시는 편이군요?

맞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다보니 꼭 책을 위한 아이템을 찾지 않아도 여러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 편이에요. 핫케이크나 돈까스나 김밥 등이요.

―이번에도 역시 먹음직스러운 사진을 표지로 쓰셨어요. 표지는 직접 촬영하신 사진인가요?

『이거 먹을래 까눌레』만 직접 촬영한 사진이고, 샌드위치나 푸딩은 유료 이미지를 구매하거나 무료 이미지를 가공해 활용했습니다. 까눌레를 촬영할 땐 사진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도와주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사진들이 너무 많아서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표지 사진을 선정할 땐 ‘맛있어 보이는지’를 특별히 신경쓰고 있는데, 결국 가장 맛있어 보이면서도 정직하게 나온 까눌레의 정면 사진을 활용해 아트워크를 만들게 되었어요. 아쉽게 탈락했던 ‘포춘 까눌레’는 계속 마음에 남아있어요.


『이거 먹을래 까눌레』 표지 사진 후보였던 '포춘 까눌레'



―책 속에 등장하는 디저트마다 함께 그려진 일러스트가 참 매력적이에요. 이 직관적인 2D 그래픽은 이제 샌드위치 프레스 특유의 스타일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진 대신 단순화한 그림으로 표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푸딩의 세계』 속 '일본식 계란찜'

『이거 먹을래 까눌레』 속 '페퍼로니 까눌레'


사진보다는 벡터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것에 더 자신이 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이만큼 디저트를 관찰했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시선을 거쳐서 한 번 더 정리된 선으로 표현된다는 건, 음식에 대한 저만의 해석을 첨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푸딩의 세계』『이거 먹을래 까눌레』의 경우, 책의 전체 구조를 과거-현재-미래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그 중 ‘미래’에 해당하는 파트에서는 실존하지 않는 디저트라도 직접 그려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과거-현재-미래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책의 머릿말에서는 ‘왜 이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과거의 일을 에세이처럼 풀어내고 있고, 책의 중반부에는 들어서면 주로 집필 당시를 포함한 현재의 디저트 모습을 조망합니다.  『푸딩의 세계』를 예로 든다면, 과거부터 제작되어 온 푸딩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현재 국내에서의 푸딩 판매 동향을 언급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맺음말로 넘어가면 일러스트레이션과 셀프 인터뷰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실제로 찾기 어려운 모습에 상상력을 더해 그려냄으로써 새로운 맛과 모양새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페퍼로니 까눌레’나 '강아지도 먹을 수 있는 까눌레’ 같은 상상 속 디저트들이 그 가능성의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2: 『푸딩의 세계』 내지와 셀프 인터뷰
3-4: 『이거 먹을래 까눌레』 내지와 셀프 인터뷰


―두 책의 내지에는 「SD 정체」 930과 「SD 단편선돋움」을 사용하셨어요. 통통 튀는 일러스트에 비해서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폰트를 선택하셨다고 느꼈는데요. 이 폰트를 고르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의 가독성에 아쉬움을 표한 독자들이 있기도 했고, 위의 두 책은 줄글로 이어지는 텍스트들이 많다 보니까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잘 읽힐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너무 정석적으로 느껴지는, 다소 고전적인 폰트를 사용하기보다는 세련되면서도 획의 구분이 또렷한 서체를 찾다 보니까 「SD 정체」와 「SD 단편선돋움」이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내지에 바로 적용하게 되었고,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샌드위치와 푸딩 띠부띠부 스티커 세트


―띠부띠부 스티커도 너무 귀여운 굿즈인 것 같아요. 책과는 또 다른 물성을 가진 아이템으로 확장하게 된 이유신가요?

‘어떻게 하면 더 가까이 둘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스티커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평소 스케줄러를 정리할 때 마치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처럼 스티커 붙이는 걸 좋아하는데, 스티커로 만들면 매일 매일 자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스티커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중에서도 탈부착에 용이한 띠부씰 소재를 사용하게 된 건 어릴 때 먹었던 ‘핑클 빵’이나 ‘국진이 빵’의 추억을 떠올리다 선택하게 되었어요. 어디에 붙여도 쉽게 붙고, 또 쉽게 뗄 수 있으니까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가까이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칭적인 형태에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편안함이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형적인 대칭과 선의 뭉침을 많이 신경쓰고 있어요. 깔끔한 선의 벡터 그래픽을 주로 그리고 있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한 작업이 주를 이루는데, 이때 패스 간의 간격이 애매하거나 선이 뭉쳐서 두툼해 보이지 않도록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하면서 꼼꼼히 살펴보는 편입니다.

유쾌한 탐구 레시피

『The Spam Book』


―『The Spam Book』은 실물이 가장 강렬했던 책으로 기억에 남아요. 당연하게도 먹는 스팸에 대한 책인가, 하고 펼쳐보았다가 ‘스팸 메일’에 대한 내용이었다는 걸 알고 놀랐었죠. 유일하게 저자가 다른 분인 책이던데, 어떻게 발굴하게 된 이야기인지 궁금해요.

『The Spam Book』의 저자인 노구사 님은 친구의 친구였어요. 처음엔 친구로부터 ‘친구 중에 스팸 메일을 모으는 사람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 수가 무려 700통이 넘는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귀인을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먹는 스팸과 동음이의어인데다 열어야만 알 수 있는 스팸 메일의 특성을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특별히 모시게 되었습니다.

―스팸 메일을 떠올리면 보통 부정적인 인상이 먼저 들잖아요. 그럼에도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이 신기해요. 기억에 남는 스팸 메일의 일화가 있었다면요?

146페이지에 실린, '가장 짧은 스팸 메일 2위'의 메일이 바로 떠오릅니다. 내용은 "HAPPY NEW IN ADVANCE" 단 한 줄로, 'YEAR'을 잊은 모양이었어요. 저자 노구사는 '새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해석을 붙였었죠. 의도를 알 수 없는 저 엉터리 스팸 메일이 굉장히 하찮아 보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자꾸 기억에 남았는데, 이 메일처럼 허술한 스팸 메일들을 보면서 유쾌한 분위기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자이크 처리된 표지 디자인이 킥인 것 같아요.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 속을 표류하는 스팸 메일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스팸 메일의 특징을 저자와 함께 논의한 적이 있었어요. 알듯 말듯 모호하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결국은 열어보게 만든다, 라는 특징에 말장난을 더해 실제 스팸 샐러드의 이미지 위로 어른거리는 유리 질감의 모자이크를 처리했어요. 이 책도 궁금해서 열어보게 만드는 표지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웃음)

―앞으로도 샌드위치 프레스는 계속해서 음식에 대한 깊은 탐구로 책을 만들어갈 계획인가요? 다음 책에서는 어떤 음식을 다룰지 살짝 스포해 주신다면?

어쩌다보니 음식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요. 다음 책은 핫케이크가 될 예정인데, 영화 속에서 찾은 핫케이크을 그래픽으로 그려 작은 책으로 엮어낼 예정이에요.

B.L.T Sandwich:
Book, Lettuce, and Tomato

샌드위치 빵 봉투 북파우치
교보문고 X 샌드위치 프레스 X 공예가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빵 봉투 북파우치’, 도서전 현장에서 실물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더라고요. 교보문고, 공예가와 함께 제작하신 이 콜라보레이션은 어떻게 성사되었나요?

이 콜라보레이션은 교보문고의 제안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마치 샌드위치를 담은 빵 봉투의 느낌이라면 어떨까, 하고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셔서 소재는 타이벡 소재로, 샌드위치 속 재료들을 불규칙하게 배열해 진짜 식품이 담긴 봉투의 느낌을 구현하게 되었어요. 북커버 역시 토스트한 빵(의 모습을 한 표지)을 열면 날개 쪽에 곁들일 수 있는 재료들이 있는 모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샌드위치 재료와 독서 용품의 만남이라니! 너무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수정된 데이터 파일을 전달하면서 오갔던 메일 제목이 기억에 남는데요. 제목의 일부가 ‘버터 스크램블 추가 요청의 건’, ‘계란후라이 추가 전달’이었는데, 꼭 식당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샌드위치 빵 북커버_계란후라이 추가의 건


―“쌓이면 쌓일수록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건 독서나 샌드위치나 똑같군!” 이라는 작가노트를 보았어요. 샌드위치와 책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쌓이는 각각의 재료가 빵 안에서는 하나로 뭉쳐 새로운 맛을 낸다는 점인데, 책도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손에 잡히는 한 권에는 새로운 맛과 새로운 세상이 담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리적으로는 두 가지 모두 손 안에 딱 쥘 수 있다는 점도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도서전에서도 느꼈었지만, 요즘 출판 시장은 책 하나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것 같아요. 굿즈와 연계되는 소비 패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어요.

맞아요. 책 하나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씀에 깊게 공감합니다. 특히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더욱 그럴 거라 생각해요. 다만 굿즈와 연계된 소비는 책의 연장선에 있는 무언가를 통해 책을 더 가까이서 기억하고 지니는 방법으로 제안되는 것 같아 마냥 나쁘게 볼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를 제작하는 제작자의 입장이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판촉물이나 홍보용처럼 일회성으로 활용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추후의 기능이나 쓰임새를 충분히 고려해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 위기가 코앞으로 닥쳐온 시대에, 적어도 세 번은 다시 쓸 수 있는 제안이 담겨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샌드위치 프레스에서는 굿즈를 폐기하는 방법이 담긴 안내문을 같이 보내주신다고요. ‘한 발짝 프로젝트’에 대해서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한 발짝 프로젝트' 안내문


네, ‘한 발짝 프로젝트'는 굿즈가 쓰임을 다했을 때를 생각하며 폐기 방법이 담긴 안내문을 동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만들고 판매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여러 번 생각하고 다시 쓰일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본품도 오래 쓰면 좋겠지만, 포장재까지도 여러 번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부직포로 된 책갈피 세트인 ‘샌드위치 재료 모둠’을 만들었을 땐, 본품인 책갈피를 컵 코스터로도 한 번 사용해보길 제안하고, 냉꾸(냉장고 꾸미기)용으로 붙여두면 어떨지 기재해둔 기억이 납니다. 또 일본식 부적의 일종인 오마모리로 ‘샌드위치 요정의 오마모리’를 제작했을 땐, 오마모리를 포장한 빳빳한 비닐 포장이나 망사 형태의 주머니 등 포장재까지도 다시 한 번 재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했어요. 악세서리를 보관하거나, USB 젠더 같은 작은 소품들을 보관해도 좋겠다고 제안했죠.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샌드위치 재료 모둠

샌드위치 요정의 오마모리

컬러와 폰트에 자유를!

2023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캐릭터·아이템 디자인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하셨다는 걸 알고 반가웠어요! 참여하신 캐릭터 요소나 홍보물 디자인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23년부터 올해까지,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의 캐릭터의 아이템과 홍보물 디자인 작업을 맡았어요.

2023년에는 “널리 널리 퀴어나라”는 슬로건 아래 ‘주술’ 콘셉트를 가지고, 무당 의복과 부채, 패랭이 모자, 도깨비 방망이, 마법 소녀와 같은 아이템들을 작업했고, ‘퀴퍼 쫌 하자!’와 같은 팻말도 함께 만들었어요. 올해는 퀴퍼의 마지막 행사이기도 했는데,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아이템들을 작업했어요. 바디 수트형 상의, 울트라 숏 팬츠, 왹져 선글라스, 히메컷 머리, 킥보드 세트, 그리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팻말 등이 있었어요.

올해 제작한 홍보물 중에서는 전국의 퀴어문화축제연대도 함께 홍보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국 곳곳의 다양한 지역 축제들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 모습의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무척 만족스럽고 재밌었던 작업이었습니다.


2025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홍보물 디자인


―비비드한 컬러 초이스나 통통 튀는 일러스트에서 혜린님의 색깔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이 작업에서 특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었다면요?

아이템이 캐릭터에 적용되었을 때의 사이즈가 크지 않으니, 밀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되 외형만으로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는 점을 되뇌이면서 작업했어요. 팻말은 역시 잘 읽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어진 공간 안에 요리조리 잘 넣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유쾌하면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퀴퍼 쫌 하자!’의 팻말 위에는 ‘흥칫뿡!’을 연상케 하는 콧김도 넣었고요. 잘잘한 요소지만 색상을 선택할 때에도 키컬러와 잘 어우러지게, 다른 의상들과 매치했을 때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유념하며 작업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그래픽 작업을 병행하고 계신데요. 혜린님께서 즐겨쓰는 타이틀용 폰트를 추천해 주신다면?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전시
《말랑 통통 미술관》 포스터 디자인


첫 번째는 「Sandoll 거복」입니다. 수원시립미술관과 작업한 《말랑 통통 미술관》에서 「Sandoll 거복」을 활용했어요. 호기심 어린 모습을 연상케 하도록 어안 렌즈로 본 듯한 효과를 적용했는데, 거복이 가진 탄탄한 획 덕분에 너무 장난스럽지만은 않은, 제법 진지한 분위기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비! 샌드위치! 클럽!] 팝업 스토어


또 하나는 코스모프타입의 「CT 포치니」입니다.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의 개정판 작업을 하면서 텀블벅으로 펀딩을 진행했었는데, 그때 리워드로 준비했던 게 ‘무비! 샌드위치! 클럽!’, 쉽게 말해 샌드위치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팝업 스토어였거든요. 팝업 스토어의 로고를 「CT 포치니」를 활용해 만들었는데 꼭 샌드위치에서 흐른 소스들을 갖고 만든 것 같은 느낌이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미닝오브 창립 6주년 기념 영상 아카이브전
《모닥불 앞에 모인 사람들》 포스터 디자인


마지막으로는 본문용으로도 잘 활용했던 「SD 정체」입니다. 기록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닝오브의 상영전이었던 《모닥불 앞에 모인 사람들》의 로고를 만들 때 활용했는데, 장평을 줄이고 기울임과 입체감을 더해 불길 위에서 흔들리는 것 같지만 심지 곧은 모습을 표현했어요. 본문용 폰트를 제목에 썼을 때의 여러 가능성을 상상해볼 수 있던 작업이었어요.



꾸준함을 지키는 작업 루틴

―샌드위치 프레스의 가장 큰 매력은 일상 속 가까운 음식이나 소품에서 작품이 탄생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덕질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하나에 빠지면 꽤 깊이 빠져드는 편이에요. 흔히 말하는 ‘과몰입’을 굉장히 잘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은 ‘칸쵸’에 푹 빠져 있는데요. 칸쵸처럼 과자 안에 초콜릿이 들어가는 과자는 또 무엇이 있는지, 초콜릿은 어떤 초콜릿을 사용하는지, 그렇다면 초콜릿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의 시초는 어떤 과자이며 누가 만들었는지, 칸쵸 위에 인쇄되는 캐릭터들의 변천사, 식품에 인쇄할 땐 어떻게 하는지 등...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과 답들을 찾아가면서 하나를 깊게 들여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벌써 책 한 권이 새로 나온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기획부터 집필, 디자인, 출판, 스토어 운영까지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시잖아요. 하루 일과 중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과 가장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은 스토어 주문 건을 확인하는 일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에 연동된 알림으로 스토어 주문 건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가장 먼저 그걸 체크하고, 그 다음에는 강아지의 물 그릇에 새 물도 갈아줍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일은 PC 종료 전 바탕화면 정리예요. 하루종일 PC를 켜둔 상태이다 보니 작업 파일이나 스크린샷이 바탕화면에 둥둥 떠있는데, 버릴 파일들은 휴지통으로 옮기고 인디자인 데이터는 패키지로 묶어두고... 한 번 싹- 정리를 해줍니다. 아, 휴지통은 매일 비우지는 않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비워주는 편이에요.


―다양한 성격의 일을 소화해내면서도, 꼭 지키려고 하는 나만의 규칙이 있다면?

‘가장 하기 싫은 일은 아침에 끝내자’와 ‘주 1일은 쉬자’를 꼭 지키려고 해요. 보통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면 아침 시간에 후다닥 끝내서 미리 처리를 해두려 하는 편이에요. 그럼 점심 먹고 남은 오후를 조금 프레시하게 보낼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인 N잡러의 삶이다 보니... 이렇게는 70살까지는 못 살겠다(?) 싶어서, 주말 중 하루는 꼭 쉬려고 하고 있어요. (웃음)

―상쾌한 오후를 위해 첫 번째 규칙은 저도 배워야겠어요. 혼자 1인 출판사로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했을 때 바로 앞에서 독후감을 전해주는 독자분들을 뵈었을 때요. 독립출판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도전해보려 한다고 말씀해 주시거나, 앞으로도 재미있는 책 많이 만들어 달라는 소감은 너무 감사하고 보람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2024 UE16 언리미티드 에디션 참가 당시 사진


―매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여하시는데, 올해도 참여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 외에도 오프라인으로 샌드위치 프레스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요.

올해는 언리미티드 에디션도 참여하고, 기회가 닿아 도쿄아트북페어에도 참여합니다. 바삐 움직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나고, 한편으로는 긴장도 되고 그렇습니다. 올해도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뵙고 싶어요!



―앞으로 샌드위치 프레스가 만들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샌드위치, 푸딩, 스팸, 까눌레를 들여다보던 매니악한 시선을 이어가, 일상이나 영화, 음식에 대한 관찰을 지속해 나가려고 해요. 그래서 ‘샌드위치 프레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 거기 좀 별난데 유쾌한 곳!”이라는 감상이 따르면 좋겠어요.

in sight of TASTE!

SPEEDY 10문 10답


Q1. 샌드위치 프레스 주인장의 최애 샌드위치는?
터키 아보카도 샌드위치

Q2. 주인장의 입맛은 사실—한식파/중식파/일식파/양식파
일식파

Q3. 가장 최근에 덮은 책은?
이솔, 『이미지란 무엇인가』

Q4. 언젠가 꼭 써보고 싶은 음식 이야기는?
돈까스 찬가

Q5. 없으면 안 되는 책상 위 아이템 세 가지?
독서대, 머리끈, 게토 스구루 피규어

Q6. 본능적으로 손이 가는 색 조합은?
토마토 색에 가까운 빨강
머스타드 소스 같은 진한 노랑
둘리 색과 비슷한 맑은 초록

Q7. 글꼴 목록에서 가장 최근에 쓴 폰트는?
지백 120g

Q8. 올해 들어 새롭게 빠져든 취미가 있다면?
반찬 만들기

Q9. 작업할 때 무한반복 하는 노동요는?
이누야샤 4기 OP 「Grip!」 리마스터링 버전 (2절도 꼭 들어야 함)

Q10. 요즘 가장 질투 나는 디자이너는?
김주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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