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 호러 프로젝트는 '호러'라는 장르에서 영감을 받아 콘셉트에 맞게 폰트를 기획, 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폰트를 제작할 때 형용사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거나, 사람에 빗대서 폰트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번 호러폰트를 기획할 때는 '정갈한', '깔끔한', '따뜻한' 등의 긍정적인 단어보다는 '두려운', '차가운', ' 과격한', '소름 끼치는'과 같이 약간 부정적이고 무서운 형용사들을 닮은 폰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와 같은 느낌의 폰트는 어디에 많이 쓰일지 고민하던 중 '호러'라는 영화 장르가 떠올랐고 글자에 공포감을 극대화해서 표현할 수 있도록 글씨를 쓰시는 캘리그라피 작가님(김영민 , 김지원 작가님 )들과 함께 협업하여 두 개의 폰트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나온 손글씨 폰트는 캘리그라피 작가님의 원도를 복원하는 개념으로 폰트를 제작했다면, 산돌 호러 프로젝트는 한가지 콘셉트을 가지고 다른 분야의 두 전문가가 만나 하나의 결과물을 낸 프로젝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러 콘셉트의 세부 장르를 분석하고 시장조사를 하면서 기획부터 스케치, 제작을 함께했습니다. 이 두 폰트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약 1년정도의 기간을 거쳐 탄생한 폰트입니다. 호러에는 세부 장르가 있는데, 크게 오컬트와 슬래셔, 스플레터가 있습니다. 오컬트는 초자연적인 심령 현상이라던지, 종교의식이나 주술적인 요소를 다룹니다. 슬래셔는 ‘날카로운 것으로 긋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어 뾰족한 것으로 긁고 할퀴는 요소가 등장하고 스플래터는 ‘후두둑 떨어지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피가 튀거나 뿌려지는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Sandoll 끼기긱〉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상징하는 오컬트적인 요소 '까마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글자의 구조를 세우고, 슬래셔 영화의 뾰족하고 할퀴고 베는 모습을 가져와 획을 표현했습니다. 〈Sandoll 으스스〉는 도깨비불이나 호롱불, 〈부산행〉이나 〈킹덤〉에 나오는 한국 좀비 등 동양의 주술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얻어 인상을 잡았습니다. 또 좀비 떼가 브레이크 춤을 추듯 몰려오는 듯한 모습을 추가해 너비가 좁은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또 스플래터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핏자국이 흐르거나 튀는 요소를 추가했습니다.
김영민 작가님은 '호러'라는 단어를 들으면 히치콕 영화의 새가 생각난다고 하셨고, 그래서인지 원도를 보고 있자면 까마귀 떼가 연상되는 것 같습니다. 얇은 획으로 속도감 있어 보이게 구조를 설계해 빠르게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는 명조체보다 더 날카롭고 뾰족하고, 문장으로 나열해보면 실제로 까마귀 떼가 마을을 습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붓의 질감과 시작, 맺음이 잘 드러나도록 스케치해주셨습니다.
김영민 작가님은 '얇은 획과 속도감 있게 쓴 구조'에 집중해서 작업해주셨습니다. 초성 'ᄀ' 'ᄌ'이나 중성 'ᅡ,ᅵ' 에서 보시는 것처럼 획의 맺음을 뾰족하게 내려그었고, 붓이 머물러 먹이 뭉치는 구간을 만들어 새의 다리마디처럼 보이게 표현한 것이 특징적입니다. 그리고 중성 'ᅢ,ᅦ'서와 같이 오른쪽 세로 줄기를 왼쪽 세로 줄기보다 짧게 그려 글자의 구조를 마름모꼴로 만들었습니다.
〈Sandoll 끼기긱〉은 글줄 흐름선을 위로 맞추다 보니 작가님이 써주신 글씨들보다 다소 차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많이 쓰는 글자('가', '은', '이', '다' 등) 중 몇 글자를 골라 글자의 위치를 위, 아래로 조정했습니다. 단어나 문장 끝에 많이 나오는 조사('이', '은', '는', '고')를 중점적으로 수정하여 운율감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Sandoll 끼기긱〉의 뾰족한 부분을 더 부각하기 위해서 대체글립 30여자를 추가했습니다. 받침 ' ᄀ', 'ᄁ', 'ᄂ', 'ᄅ' 등에서 뾰족함이 더 느껴지도록 추가적으로 글립을 제작했습니다. Adobe 계열 프로그램 사용자는 원하는 대로 글자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또 손톱이나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히고 할퀴는 소스도 제공해 드립니다.
※ 대체글립은 adobe 계열의 프로그램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문맥 대체(Contextual alternates)’ 혹은 ‘OpenType’기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김지원 작가님은 동양적인 오컬트에서 영감을 받으셨습니다. 첫 번째로 글자에서 도깨비불이나 호롱불이 흔들리는 인상이 느껴지도록 자소 'ᄋ,ᄒ,ᄇ'에 특징 을 넣었고, 추가로 한국 좀비에서 영감을 받아 특징을 넣었습니다. 〈부산행〉 이나 〈킹덤〉에서 보면 외국에 있는 좀비와 다르게 한국의 좀비들은 더 역동적이고 좌우로 더 많이 흔들거리면서 걷는 것 같다고도 하셨고요. 그래서 좁은 폭을 유지하며 획의 시작 부분을 꺾어 내린 원도를 그려주셨죠. 덕분에 오묘하게 문장으로 썼을 때, 마치 좀비 떼가 몰려오는 모습을 보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공포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거친 질감으로 표현하기 위해 붓이나 닙펜이 아니라 칫솔을 사용해서 스케치를 해주셨습니다. 재료 덕분인지 원도에서 모던한 느낌도 나는 것 같습니다. 'ᅡ,ᅵ'의 세로 줄기 맺음 부분과 '값', '닳' 등의 획에서 칫솔의 거친 질감이 잘 드러납니다.
김지원 작가님은 '두꺼운 획과 좁은 폭', '위아래로 긴 장체의 구조'에 집중해서 작업해주셨습니다. 두꺼운 획을 가진 글자를 좁은 폭에 맞춰 쓰다 보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초성, 중성, 종성의 획이 꺽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성 'ᄄ'이나 'ᄈ' 의 모양이나 '웅, 웨, 힐' 등이 〈Sandoll 으스스〉의 인상 을 만들어줍니다.
〈Sandoll 으스스〉는 초성 'ᄋ'이 많은 인상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ᄋ'꼴 민글자 '오, 와, 왜, 외, 요, 우, 유, 으'를 추가로 제작했습니다. Adobe 계열 프로그램 사용자는 원하는 대로 글자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또 피가 튀거나, 흐르고 뿌려지는 효과의 소스를 추가로 제작했습니다.
※ 대체글립은 adobe 계열의 프로그램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문맥 대체(Contextual alternates)’ 혹은 ‘OpenType’기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