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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oll 고딕네오』 시리즈, 그 방대한 이야기

아티클 2024.02.06

산돌이 산돌했다!

 

산돌의 스테디셀러, 『Sandoll 고딕Neo 시리즈』는 「Sandoll 고딕Neo1,2,3」, 「Sandoll 고딕Neo유니코드1,2,3」 뿐만 아니라, 「Sandoll 고딕NeoCondensed」, 「Sandoll 고딕NeoExtended」로 이어져 그 안에 7~9종의 대형 패밀리를 가진 폰트 시리즈인데요. 너무 익숙해서 있는지도 몰랐던, 그만큼 엄청난 존재감을 가진 활자의 얼굴로 유저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에 있는 폰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Sandoll 고딕Neo』 시리즈 의 가장 큰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요. ‘사용자의 참여로 이루어진 디자인이라는 점’, ‘한글을 중심으로 다른 문자와 조화를 이룬 최초의 한글 폰트라는 점’, ‘다양한 패밀리로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 ‘디지털 환경에 맞게 설계되어 사용하기 수월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 이토록 엄청난 스펙을 가진 『Sandoll 고딕Neo』 시리즈 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보러 가실까요?

 

 

탄생, 『Sandoll 고딕Neo』 시리즈

새로운 본문용 폰트 개발은 산돌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습니다. 폰트는 크게 제목용과 본문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새롭게 출시되는 폰트의 상당수는 제목용입니다. 본문용은 제작이 까다로워 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이러한 리소스를 감당하며 본문용 폰트를 개발하는 폰트 파운드리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당시에 산돌은 수년간 삼성 전용폰트 개발을 전담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의 전용폰트 개발도 진행하게 되면서,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본문용 폰트 제작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전용폰트는 신문에 사용되는만큼 본문용으로 제작되었지만, 라이센스가 기업에 한정되어 있었어요. 바로 이 시점에 『고딕Neo』 시리즈가 기획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폰트 파운드리라는 사명감을 되새기며, 그간 쌓아온 본문용 폰트 제작 노하우를 총 집결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폰트를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감성과 무색무취의 조화

산세리프 폰트는 중립적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면에 단순한 디자인과 모던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감성적인 부분을 놓치기 쉽다는 맹점이 있어요. 애플(Apple) 매킨토시의 기본 폰트이자, 뉴욕 지하철 폰트로도 쓰이고 있는 「Helvetica」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무색무취의 중립적인 폰트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딕Neo』 시리즈 또한 그런 부분을 수용하고자 했지만, 직선 위주의 획으로 구성된 한글은 극도로 단순화해 디자인할 경우 수직과 수평만 남아 기하학적인 형태의 도형이 되고 맙니다. 또한, 「Helvetica」는 50여 년 전에 디자인된 폰트라는 한계가 있어요. 그외로도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용자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고딕Neo』 시리즈는 곡선의 멋을 살리기 위해 한글 고유의 각을 최대한 유지하고, 산세리프 폰트가 띌 수 있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감성적인 요소를 가미해 디자인되었습니다.

 

 

한글 중심, 사용자 중심

『고딕Neo』 시리즈 의 가장 큰 특징은 ‘한글’을 중심에 두었다는 점인데요. “한글 폰트인데 한글 중심의 디자인이 당연하지 않나?” 의아할 수 있지만, 『고딕Neo』 시리즈 처럼 한글 디자인을 가장 상위에 두고 그 컨셉에 맞춰 라틴 알파벳을 선택해 다듬고, 한자를 직접 디자인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한글 디자인에 가장 어울리는 라틴 알파벳과 한자를 고르고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에요.

 

『고딕Neo』 시리즈의 라틴 자리를 두고, 기존 라틴 알파벳 중 한글의 구조와 골격에 가장 어울리는 폰트를 후보로 선정하여 신중한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그 결과로 「Guardian Sans Headline」이 선택되었어요. 선정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시대적이고 잘 디자인된 산세리프 폰트일 것

  • 글자폭이 좁을 것

  • 중간높이인 X-height가 클 것 (한글은 라틴 알파벳 대문자처럼 두 선의 기준선 안에 글자가 놓이므로, 대소문자와 모두 어울리려면 X-height가 커야 한다.)

  • 유니버스(Univers)의 기하학적 느낌을 계승하면서도 디지털 폰트 다운 신선함을 가질 것. 

 

물론 공동 개발이 아닌 방법으로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폰트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선정된 「Guardian Sans Headline」 역시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화로웠지만, 획의 마감 등 세부사항에서는 한글 조판 환경의 특수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원작자와 라이선스 문제를 공식적으로 해결하고 한글 디자인 컨셉에 맞게 모양새를 다듬었습니다. 수정 내용은 모두 오리지널 버전의 디자이너인 크리스챤 슈바르츠의 최종 감수를 거쳐 확정되었어요. 이렇게 수정된 버전에는 「Sandoll 가디언산스」라는 이름이 부여되었습니다. 

스펙 변화 비교

숫자 가변폭에서 고정폭으로

 

『고딕Neo』 시리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Sandoll 고딕Neo유니코드 시리즈』로 확장되어 출시되었습니다. 『고딕Neo 유니코드』는 『고딕Neo』 시리즈 출시 이후, 사용자들의 사용성에 귀 기울여 피드백을 취합한 일종의 프로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2,350자에서 11,172자로 확장된 ‘한글 전체 음절’으로 개발된 『고딕Neo 유니코드』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모든 현대 음절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글자 수만 추가한 것이 아니라 속공간과 시각중심선 등을 섬세하게 조정하여 보다 완벽한 조형성을 갖추도록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공간의 균등함을 위해 가변폭으로 설정되었던 숫자가 사용성을 고려하여 고정폭으로 조정되었습니다.

가변폭 숫자(윗줄)와 고정폭 숫자(아랫줄) 비교

 

 

전력을 다해 디자인하다

『고딕Neo 시리즈』는 기존 「Sandoll 고딕」과는 다르게 사용자 요구와 트렌드를 반영해,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고딕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대적이고 간결하지만 타당성 없는 간결함은 지양하고 획의 필감을 살리며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또한  「고딕Neo1」은 사전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장평을 92%로 맞춰 제작했기 때문에 첫인상이 홀쭉하고 새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글자 내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작은 크기로 본문에 사용하더라도 또렷하게 잘 읽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본문형 폰트가 갖는 기본적인 틀에 사용자 요구와 연구 자료를 녹여낸 것입니다. 

 

산돌은 기업의 요청으로 전용폰트를 개발한 경험은 많지만, 일반 사용자를 위한 본문용 폰트를 기획해 전력을 다해 디자인한 사례는  『고딕Neo 시리즈』가 처음이었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출시까지 그 기간도 짧지 않았어요.  『고딕Neo 시리즈』 프로젝트는 전문 디자이너를 기본 타깃으로하여 DTP(Digital Textile Printing) 환경에 맞는 폰트를 제작하는 것이 1차 목표였지만, 멀티미디어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멀티미디어 시장에서의 본문형 폰트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정식 출시가 되기 전에 애플, LG, 팬택 등의 제품에 탑재되고 <스티브 잡스> 전자책에 먼저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선택의 폭을 넓혀주다

「고딕Neo1」 현재 사용되고 있는 타사 고딕, 명조체들을 대상으로 폰트 패밀리를 비교 분석한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총 9종류의 웨이트(weight)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분화된 웨이트들은 극적인 표현력보다는 정교한 조율 능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같은 텍스트라도 선호도에 따라 레귤러를 중심으로 활용하면 좀더 차분하고 밝고 가벼운 색채감을, 세미 볼드를 중심으로 활용하면 좀 더 힘있고 단단한 색채감을 얻게 됩니다. 「Sandoll 가디언산스」가 아닌 다른 라틴 알파벳 폰트와 합성 글꼴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요. 세심한 웨이트 선택을 통해 좀 더 균정한 지면의 색채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적과 용도를 기준으로 나눈 웨이트에 대한 설명

 

나아가 「고딕Neo2」와 「고딕Neo3」를 통해 구조적인 변화로 기본형 서체의 표정이 다양해지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편집 디자인에서 본문과 캡션, 제목 등에 모두 활용하는데 편리할 뿐만 아니라 글자를 사용하는 그래픽 작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타이포그래피 운용에 도움이 되죠. 「고딕Neo1」에서 「고딕Neo3」로 갈수록 네모틀에서 벗어나 초성, 중성, 종성의 자소들이 탈네모 인상을 풍기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모듈 내부의 검은 글자와 흰 공간을 가지런하게 안배하여 한층 더 밝고 현대적인 이미지가 느껴지며, 구조적인 형태로 인해 글자 아래의 율동감이 살아있습니다.

산돌의 지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탐구정신과, 선례 없는 도전으로 완성된 『고딕Neo』 시리즈가 디자이너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합니다.

 

 

작성자: 산돌 기획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