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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온하고 편안한 손글씨 '온편'의 이야기

아티클 2024.09.20

 

Part 0. 디자이너 소개

 

Q. 안녕하세요. 이유빈 디자이너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산돌 안에서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유빈 PD로, 산돌 밖에서는 '타입이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폰트 디자이너 이유빈입니다. 반갑습니다!

 

 

Q. 유빈님은 지금까지 레터링이나 커스텀 폰트 작업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폰트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타이포그래피 수업과 '한글꼴 연구회'라는 학교 소모임을 통해 폰트 디자인을 처음 접했어요. 그 전에도 글자를 그리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때는 레터링을 위주로 생각했었거든요. 막상 폰트를 만드는 과정을 접해보니 레터링과는 다른 매력이 느껴졌어요. 레터링이 짧고 굵고 화려한 맛이라면 폰트에서는 길고 지난한 듯해도 오래 우려 나오는 은은하고 정교한 맛이 느껴졌거든요. 이러한 작업이 평소에 긴 시간을 들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잘 맞는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때는 이렇게 직업이 될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요.ㅎㅎ 요즘은 일로써 하다보니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또 그런 시간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저에게 잘 맞는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독립 디자이너로써 런칭한 '타입이응'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이름이 독특하고 귀여운데요.

타입이응은 활자를 뜻하는 ‘Type’에 제 중학교 때부터 별명인 ‘이응’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에요. 너무 오래 전부터 그렇게 불려서 어쩌다가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아마 친구들이 이름을 변형해서 이것저것 애칭을 불러보다가 입에 붙는 별명을 붙여줬던 것 같아요. 그 별명을 만들어준 친구는 그로부터 약 10년 뒤쯤에 제가 한글 폰트 디자이너가 될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대학생 시절에 작업 계정을 만들려고 하니 갑자기 그 별명이 떠오르더라구요. 이응이라는 글자를 발음할 때 영어로 -ing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좋았어요. 언제나 작업 중인 저의 모습을 잘 나타내준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그 이름을 바꾸지 않고 쭉 쓰다보니 지금의 '타입이응'이 되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뜻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타입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인 이응’ 정도가 되겠네요.

 

 

Q. [밸런스 게임] 평생 내가 만든 폰트만 쓰기 vs.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저는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요. 물론 제가 만든 폰트를 보면 참 뿌듯하고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활용해주셨으면 하는데요. 그만큼 저도 다른 분들이 만들어 주신 폰트를 이곳 저곳에 써보고 싶은 마음이 크답니다. 또 폰트는 워낙 제작 기간이 길다보니 동거동락한 폰트를 완성하고 나면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구요. ㅎㅎ 제 폰트는 다른 분들의 손에서 재밌는 모습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라보고, 저는 다른 분들의 다채로운 생각이 담긴 폰트를 사용해보고 싶어요!

 

 

 

Part 1. 「온편」 폰트 소개

 

Q. 유빈님의 첫 독립 폰트! 「온편」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대학교 4학년 초, 졸업작품을 고민할 시점에 저는 손으로 쓰는 글씨의 움직임에 빠져 있었어요. 특유의 따뜻한 질감이 좋았고 또 글씨를 쓴 사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가 일반적으로 쓰는 손글씨 폰트는 독특하고 자유로운 뼈대를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그보다 조금 더 정돈된 일반적인 고딕의 뼈대에 손글씨의 특징을 담은 폰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 아이디어가 떠오른 후로 무작정 제 주변 사람들의 손글씨를 모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의 글씨를 많이 담고 싶어서 옛날 수첩 전화번호부부터 노트까지 조금씩 꺼내와서 분석하기 시작했었죠. 기울어진 숫자라던지 연결된 획들 같이 글씨를 쓸 때에 속도감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형태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그 후로는 이러한 형태들을 고딕의 뼈대에 어울리게 다듬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이 다듬는 과정이 조금씩 길어지더니 무려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온편을 완성하게 되었네요. 

 


할아버지의 손글씨

 

 

Q. 「온편」이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일까요? 

이 서체의 이름을 정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을 고민했는데요. 거의 6개월쯤 고민하던 어느 날 갑자기 '온편'이라는 이름이 떠올랐어요. 처음 이름을 지을 때는 ‘따뜻함을 간직한 온라인 편지’ 라는 의미를 생각하고 만든 이름이었거든요. 왠지 단어가 가진 기존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검색해보니 ‘안온하고 편안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제 서체와도 의미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온편」이라는 이름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온편」 메인 이미지

 

 

Q. 처음부터 이름을 정하고 만든 서체인 것처럼 이름이 잘 어울려요. 「온편」만의 특징이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온편」은 'ㅅ, ㅈ, ㅊ'의 형태가 독특한데요. 빠르게 글씨를 쓸 때, 그 속도와 흐름에 따라 생긴 독특한 물결 모양의 내릿점이 특징입니다. 'ㅓ' 모음과 함께 쓰일 때에는 오독의 위험이 있어 안쪽으로 휘어지는 곡선으로 처리하였어요. 

또 손글씨의 느낌을 한층 더 살리기 위해 'ㅜ' 모음과 'ㅇ' 받침이 맞닿는 부분을 연결하여 유려한 곡선으로 처리하였는데요. 저는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렇게 획이 연결되는 특징은 'ㅎ'과 'ㅂ'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추가 글립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한글을 그리다가 지칠 때마다 편지와 관련된 딩벳을 하나씩 추가하였어요. 그리는 데 재미가 있었던 만큼 공들여 그렸죠. 손글씨의 느낌을 한껏 살린 이탤릭 스타일의 숫자도 추가로 넣어 두었답니다. 이러한 것들을 사용자 분들이 이스터에그처럼 찾아보시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온편」 조판 이미지

 

 

Q.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손글씨의 독특한 특징을 어디에 넣고 뺄지 고민하는 부분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은 폰트를 만들 때마다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한데요. 재미있는 형태를 많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디자이너의 솔직한 마음이지만, 또 지나치게 많은 특징들은 가독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온편은 제목용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가독성을 고려하고 기획한 만큼 특징을 덜어내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폰트에서도 여전히 욕심이 많이 보이긴 하네요. ㅎㅎ

 

 

Q. 지난 해 <언리미티드 에디션(UE15)>에서 「온편」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참여한 소감은 어떠셨나요?

사실 폰트 디자이너가 폰트를 사용하는 분들과 직접 얘기해 볼 기회가 자주 없거든요. 항상 제가 만든 서체에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궁금했는데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많은 분들의 반응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어디서 사용할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실 때는 정말 기뻤구요. 특히 제가 「온편」을 소개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과 실제로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편지집을 만들었었는데요. 그 편지집이야말로 제가 이 서체로 담고 싶은 내용들을 잔뜩 담아두었거든요. 그것을 한참 서서 읽어 보고 너무 좋다면서 구매해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제 마음이 닿은 것 같아서 정말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앞으로 좋은 서체를 더 만들어갈 힘도 생겼구요. 이번 년도에는 직접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내년에는 다시 참가해보고 싶네요.

 

 

Q. 마지막으로, 「온편」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추천해주세요!

「온편」의 이름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글에 많이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애정 어린 편지를 쓸 때요! 

하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온편」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온편」의 문장부호를 이용해서 컨페티 그래픽을 만들어 종종 사용하곤 했는데요. 제가 또 문장부호나 딩벳을 정말 공들여서 만들었거든요. ㅎㅎ 이처럼 폰트는 파일 하나에도 다양한 형태들을 담고 있다보니 자세히 뜯어보면 또 의외의 쓰임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이러한 폰트의 쓰임을 찾는 것은 사용자들의 몫이겠죠. 언젠가 우연히 지나가다 「온편」이 재미있게 쓰인 것을 마주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Part 2. 디자이너 소개

 

Q. 유빈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폰트란 무엇일까요?

저에게 좋은 폰트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폰트라고 생각해요. 혹시 목소리가 쉬거나 감기에 걸려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학생 때 과제를 하면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폰트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마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죠. 이때의 기억이 제가 하고 싶은 좋은 작업의 방향성을 세우는데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는 폰트가 글이 가지는 목소리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답답함을 느끼지 않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좋은 폰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Q. 목소리를 대변하는 폰트라니, 그런 폰트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타입이응'으로써 나아가고 싶은 지향점이나 목표가 있으실까요?

저는 최대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너무나도 막연한 꿈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변화하는 취향을 가진 다채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도 회사 안에서는 진지한 작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개인 작업들에는 그때그때의 취향을 담뿍 담아내고 있어요. 앞으로도 때로는 진지한 모습으로, 때로는 장난스러운 저의 생각과 취향이 변화하는 모습을 서체에 그대로 담아내고 싶어요.

 

 

Q. 유빈님의 다양한 취향이 담긴 폰트들을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의 폰트 제작 계획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은 한글과의 권태기를 겪는 중이라... (웃음)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라틴 폰트를 작업하고 있어요. 「온편」이 따뜻하고 잔잔한 느낌의 폰트였다면, 이번에 작업 중인 폰트는 조금 더 그래픽적이고 화려한 모습의 폰트입니다. 제가 이 서체를 기획했을 당시에 '새'의 모습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어떤 새의 형상을 상상하며 디자인했거든요. 어떤 새를 모티브로 하였는지는 나중에 폰트의 형상을 보고 유추해 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ㅎㅎ 열심히 작업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이유빈 디자이너의 작업 소식은 SNS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요! 

 

 

 

Part 3. 산돌구름 입점

 

Q. 유빈님의 첫 폰트를 산돌구름에서 처음 선보여 주셨는데요. 산돌구름을 선택한 이유와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산돌구름에는 많은 디자이너들과 브랜드사들이 입점되어 있잖아요. 그만큼 폰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독립 디자이너로써 저의 첫 작업물을 알리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 작업으로 이렇게 산돌구름에 입점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업물들로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Q. 마지막으로, '타입이응'의 입점을 환영하는 산돌구름 사용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앞으로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폰트들을 만들 계획이니까요! 산돌 안에서도 독립 디자이너로써로도 저의 작업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 자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