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0. 디자이너 소개
Q. 안녕하세요. 강인구 디자이너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키그타입(kigtype)을 운영하는 강인구입니다. 글자에 다양한 역할을 불어넣어 제작하는 걸 즐기면서, 재밌고 색다른 글자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에서 조합식 활자디자인을 가르칩니다.
Q. 폰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생으로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다른 디자인 분야의 수업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까지 일정한 순서가 있던 것 같습니다. 한글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일정한 순서는 있었지만 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도 있고 순서를 지켜가며 제작하더라도 다시 그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며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한글 디자인을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레 폰트를 디자인하는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Q. 내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이 있나요? 또는 키그타입이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이 있나요?
좋은 품질의 폰트를 생산하는 건 기본 소양이라 생각합니다. 폰트만 제작하는 브랜드보다는 글자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시도하고 실험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형태나 색다른 모습을 찾기도 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글자로 만드는 방식을 세워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키워드는 ‘재미, 다양, 새로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밸런스 게임] 평생 내가 만든 폰트만 쓰기 VS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평생 내가 만든 폰트만 쓰기’가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폰트만 써본다면 제가 경험해본 곳에 필요한 폰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고 제가 보여주길 원하는 모습대로 만들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Part1. 「청송」 폰트 소개
Q. 「청송」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궁체에서 시작한 폰트죠?
네, 궁체 양식으로 만들어진 폰트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이전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하고 제작되다 보니 다양한 스타일이라 부르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궁서체 검색
가령 ‘궁서체’를 검색하면 서예에서 말하는 소위 잘 쓴 글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글씨와 궁체 폰트는 구조나 표현, 속도, 굵기, 힘 등이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글씨와 폰트는 제작 방식도 다르고 쓰임도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서 만들기보다 기존에 있는 질서를 분해하고 조립하여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자소마다 다른 샤프한 질감과 부드러운 질감을 맞췄고 굵기에 변화를 주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하다 보니 조판했을 때의 질감은 궁체와 비슷하면서 부드러움이 더 살아있고 균형이나 글줄이 단단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모습으로 제작됐습니다.
궁체 비교: 위에서부터 「궁서체 일반체」, 「조선궁서체」, 「청송」, 「문체부 궁체 정자체」
궁체 비교: 「청송」과 「조선궁서체」 문장
Q. 왜 폰트 이름을 「청송」이라고 지었나요?
이름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1) 궁체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글자면서 2) 양방향으로 사용해도 괜찮고 3) 발음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4) 단어의 뜻이 어울리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우선 보여줄 특징을 정하고 자음과 모음을 특정한 후 소나무라는 뜻이 들어간 단어를 찾아 짓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소나무가 들어간 이름으로 짓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소나무의 한결같은 푸른 인상이 글자와 어울려 보였습니다.
이름에서 나타나는 특징들
Q. 「청송」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번에 입점한 「청송」 중필은 소제목, 제목에 적합합니다. 목적에 따라 궁체 질감이 필요하다면 10pt 이상의 본문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획과 구조는 궁체를 따랐으나 획과 획 사이가 벌어지는 모습은 수정하며 진행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궁체에서 나타나는 샤프한 질감을 곡선으로 바꾼 형태도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족은 붓의 두께에 따라 세필과 대필 두 가지를 추가할 예정이며, 세필은 본문용에 맞춘 구조와 날렵한 인상, 대필은 제목용의 단단하고 강한 인상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궁체 비교: 「청송」과 「조선궁서체」 특징
Q. 디자인 하면서 제일 신경쓰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다른 것보다 양방향으로 제작한 부분입니다. 가로짜기용만 제작하는 것은 궁체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한 기분이 들어서 세로짜기용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방향에 따라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글을 두 번 그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 그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다른 구조를 같은 크기로 보이게 수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컸습니다.
Q. 「청송」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일반적으로 책 제목이나 짧은 글, 시와 같은 곳에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하고 그밖에는 바탕체보다 두꺼운 목소리가 필요하거나 형태적인 힘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면 좋습니다.
Part2. 디자이너 생각
Q. 「청송」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디자이너님의 개인적인 고민도 듣고 싶어요. 좋은 폰트란 무엇일까요?
제 기준에서 좋은 폰트란 목적한 대로 설계된, 오류가 적은 폰트입니다. 기획부터 설계된 방식이나 기능을 포함한 사용성까지 하나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지점들이 많기 때문에 각 부분에 대해서 일정한 수준 이상일 때 좋은 폰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폰트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동료,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스스로 해보고 공부하는 자세도 좋지만, 제작 툴이나 방식 자체가 생소하고 다른 디자인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적기 때문에 되도록 배우는 걸 추천해 드리는 편입니다.
Q. 폰트 디자이너로서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폰트 디자이너 혹은 글자를 디자인하는 직업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손으로 글씨를 쓰는 직업과 폰트를 디자인하는 직업을 하나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직군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폰트 디자이너, 글자를 디자인하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폰트 제작 계획을 들려주세요.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청송」의 자족(글자 가족) 세필과 대필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2023년 6월 전후로 대필을 끝낼 생각인데 이후로는 기획만 잡아놓은 여러 글자 중 하나를 본격적으로 제작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1년 단위로 「아라리오」와 같이 비교적 가볍고 재밌는 폰트를 제작할 계획도 있습니다.
「청송」 세필, 중필, 대필
「청송」 중필 사용 예시
Part3. 산돌구름 입점
Q. 산돌구름을 선택한 이유와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현재의 산돌구름은 명실상부 전반적인 사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됩니다. 낱개 폰트 서비스가 나온 이상 선택에 있어서 이보다 큰 이유는 없겠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Q. 키그타입의 입점을 기다리는(환영하는) 고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재밌고 잘 만들어진 폰트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