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rom. 2022, to. 2024
산돌 디자인 팀에서는 정기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는 시안 아이데이션을 진행합니다. 「SD 흐루링」은 2022년 10월에 '영화와 뮤직 비디오의 오프닝 시퀀스'를 주제로 진행된 아이데이션에서 탄생했습니다. 취향과 사심으로 가득했던 회차였죠. 결과물 중에서도 「SD 흐루링」은 팀원들 사이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Y2K와 안티 디자인이라는 유쾌한 주제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았죠.
2. 귀여움의 DNA
「흐루링」의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박부미 디자이너는 산돌의 「Sandoll 호요요」, 「Sandoll 네모니」, 「Sandoll 거복」 등을 제작했습니다. 만화가 마다 독특한 그림체를 가지고 있듯이 폰트에도 디자이너 마다의 스타일이 보입니다. 디자이너가 가진 고유한 선호와 미감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박부미 디자이너의 경우 생기 넘치는 곡선과 질서가 명료한 짜임새 있는 구조, 잘 다듬어진 디테일이 그것이지요. 예를 들어 「Sandoll 네모니」의 획을 확대해 보세요. 곧은 직선이 아닙니다. 짧고 텐션 넘치는 곡선으로 보이기 위한 점와 핸들이 양쪽에 배치되어 있어요. 이러한 디테일이 결국 시각적 고유성을 만듭니다. 「흐루링」도 디자이너가 발휘한 동일한 결의 생동감과 완성도 높은 귀여움이 살아있습니다.
3. 그 어떤 형태도 허용되나요?
대답은 ‘아니요’ 였습니다. 자유롭고 불규칙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폰트 내 일관된 조형 규칙을 공유합니다. 유기적인 외곽을 가졌기에 더욱 적절한 사용성과 가독성을 가져야 합니다. 획대비를 낮춰 편안히 읽히도록 했고, 꽉 찬 네모꼴이 가지는 특유의 견고하고 균일한 공간으로 짜임새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꽉 찬 구조로 낱글자 내 더 많은 속공간을 확보하고 흰 속공간의 최소 크기를 설정해 작은 사이즈로 사용했을 때에도 과하게 뭉치는 부분이 없지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 단단한 구조를 가진 폰트입니다.
꼭 짧은 글줄에도 사용해 보세요.
4. 다이아몬드와 금의 경도
광물에 경도가 있듯 곡선도 마찬가지로 단단함과 무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흐루링」은 깔끔히 정제된 탄탄한 곡선과 무질서하고 흐믈흐믈한 곡선 사이에 존재합니다. 이미지의 「흐루링」의 곡선과 「오동통」의 곡선, 이 둘을 비교해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점와 핸들의 형태도 함께 봐 주세요. 자연스러운 꿀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곡선의 극점 이 외 더 많은 지점에 점를 적절히 찍는 것이 필요합니다.
5. 끈적이며 연결되는 글자들
글자 내 곡선들이 만나 글자마다 다른 흰 공간이 생깁니다. 울렁울렁한 글자 내·외부의 공간은 물길처럼 「흐루링」만의 리듬을 만듭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획이 붙는 ‘ㅗ', ‘ㅘ’, 'ㅐ’ 의 몇몇 구간을 이어 묵직하고 끈적한 액체 느낌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나머지 글자의 초성과는 다르게 디자인된 빈출자도 있습니다. 일제히 같은 상태로 기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즉흥적인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려 했습니다. 중간중간 반복되는 패턴을 파괴하는 역할을 맡은 글자들을 찾아보세요.
6. 당신과 그대들의 「흐루링」
「흐루링」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설문을 통해 많은 사용자가 참여했습니다.
「흐루링」에서 느낀 인상을 공유하며 어울리는 이름을 추천해주셨죠. 이는 「흐루링」이라는 이름을 결정 짓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나면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전달해 주신 감상은 폰트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사용자와 공감대를 맞추는 것을 도왔습니다. 또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문장으로 담당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사연을 읽어보는 라디오 DJ가 된 기분...) 예시 이미지 제작과 설명 텍스트의 작성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적어주신 첫인상을 크게 세그룹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그룹1: 의태어와 의성어의 향연
그룹2: 독창적 감상
그룹3: 여름,여름,여름
감상을 읽으며 폰트도 이미지와 음악처럼 강하고 다채로운 심상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지면이 좁아 넣지 못한 그 외 다양한 감상은 아래에서 한 번 더 소개하겠습니다.
7. 「플루」에서 「흐루링」으로
처음 「흐루링」의 가제는 「플루」였습니다. ‘흐르다’라는 뜻의 영단어 ‘Fluid’에서 비롯되었고 형태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폭넓은 사용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출시 전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전 신청 설문을 통해 이름 공모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전 신청 설문 중에 나온 이름 후보들을 공개합니다.
8. ‘플루도 좋아요.’ 라고 말해주신 분들
많은 분들이 ‘플루도 좋아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플루’라는 단어는 직관적으로 바이러스나 독감 그리고 신종 플루를 떠올리게 하여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또 오랜만에 사용자가 추천한 이름 가운데 정해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추천해 주신 이름들 중 후보를 정했고 내부 논의를 통해 「흐루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9. 쟁쟁했던 후보군들
매력적인 어감과 폰트의 룩에 찰떡이였던 ‘후후링’이 있었습니다. 또 ‘흐루루’, ‘프루루’ 와 같이 흐르는 느낌을 강조한 이름도 호응을 얻었구요. 이 2개의 후보군을 결합하여 최종 「SD 흐루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힘을 보태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렇게 함께 완성한 「흐루링」, 여러분의 작업물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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