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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시와 함께 푸르른 시작!

아티클 2024.08.16

 

Part 0. 디자이너 소개

 

Q. 안녕하세요. 정현아 디자이너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타입디자이너 정현아입니다. 회사 안에서는 기업전용서체와 리테일 폰트를, 밖에서는 그보다 더 넓은 의미의 글자를 그리고 있습니다. 글자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사용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Q. 글자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폰트 디자인을 처음 접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타이포그래피 수업이었어요. 수업 중 글자를 매개로 표현을 하는 것이 즐거워서 레터링을 배우게 되었고, 또 그 글자들을 확장시키고 싶어 다시 폰트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죠. 동시에 폰트회사 인턴을 하면서 재미를 붙였고요.

사실 폰트에 국한하지 않고, 글자 자체를 디자인하는 데에 흥미가 있어요. 글자에는 다른 그래픽들과 달리 '의미'가 있고, 그 의미를 '표기하는 형태'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글자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디자인의 겉(표현)과 속(뜻, 의도)을 일치시키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져 글자 디자인을 시작했고, 위에 언급했듯 제작한 글자들을 다른 디자이너들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폰트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Q. 독립 디자이너로서 '정현아'의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이고 싶나요?

'향신료'? 여러 디자인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양질의 '그래픽 재료'를 만드는 브랜드를 지향해요. 그런데 이제 톡톡 튀는 맛의. 폰트는 저 혼자 만듦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 분들이 작업물의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완성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 디자인에 감칠맛이 필요할 때 재료로 꺼내 쓸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밸런스 게임] 평생 내가 만든 폰트만 쓰기 vs.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단연코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입니다. (하하)

아까 말했듯 디자인의 겉과 속(모양과 의도)을 일치시키는 데에 관심이 있어요. 말에도 비언어적 표현과 반언어적 표현이 있듯이, 폰트 디자인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글자를 변형시키거나 그밖의 요소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디자이너 분들이 제작하신 폰트들도 많이 있고요.

사실 아직 제가 만든 폰트가 몇 없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인생 끝자락에 자신있게 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근데 그때는 폰트를 사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려나요. 

 

 

 

Part 1. 「청시」 폰트 소개

 

Q. 8월에 세상에 나온 현아님의 첫 폰트! 「청시」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손으로 흘려 쓴 형태의 글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폰트로 제작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재학 중이던 학교 신문사의 제호를 제작했는데, 이 글자들을 다듬고 한 세트로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것을 시작으로 폰트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0글자의 레터링을 11,172자로 확장하려다 보니 훨씬 더 많이 정제되고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첫눈에 봐도 지금의 「청시」랑은 많이 다르지요?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제호

 

 

Q. 「청시」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일까요?

「청시」라고 하면 '홍시 아니고 청시?'라고 되물으시는데, 제대로 들으신 것 맞습니다. 홍시, 연시 아니고 '청시'입니다. '푸른 감'이라는 뜻으로, 덜 익은 열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처음 출시하는 폰트라 아직 풋내가 나고 제작하면서 떫은맛도 났지만, 다가올 가을과 겨울의 완연한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청시」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청시」 메인 이미지

 

 

Q. 풋내와 동시에 푸른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아요. 「청시」만의 특징이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부요... 4년 동안 애정을 듬뿍 담아 제작하다 보니 요모조모가 예쁘게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그 중에서 두 가지를 꼽아 보자면!

 

① 제목용으로도, 본문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다듬었다는 점 
원래 제호는, 인쇄를 하기 위해 제작된 글자의 구조에 손으로 쓴 특징을 그대로 담아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종' 글자처럼 자소와 자소 사이를 잇는 '허획'이 살아 있지요. 하지만 이 글자들을 폰트로 다듬는 과정에서 균질함을 위해 이러한 특징들이 많이 빠지고 개별 자소에서 손으로 쓴 특징들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형태로 구조도 많이 바뀌었고, 글줄의 모양이 가볍고 밝아졌습니다. 덕분에 완전 제목용이었던 글자가 본문으로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다듬어졌지요.

 

② 모던하고 당차고 반듯하고 생동감 있는 글자의 인상
손글씨에서 출발한 폰트들은 대부분 연필, 사인펜 등 드로잉을 할 때 사용된 아날로그 필기구의 영향이 남아있는 것이 많습니다. 반대로 「청시」의 경우는 처음부터 디지털 드로잉으로 시작했고, 획을 깔끔하게 처리해 모던한 인상이 들지요.
대신 손글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적극적으로 차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획을 쓸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 각도 변화, 속도와 힘의 변화에 따라서 획의 굵기가 바뀌는 부분이요. 예를 들어, 「청시」는 꼭꼭 눌러 힘있게 쓴 글씨에 가깝기 때문에 'ㅅ, ㅈ, ㅊ' 등 빗침이 있는 획 끝부분에서 힘이 맺히는 듯하게 두꺼워지도록 그렸습니다. 덕분에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지만 생동감 있는 에너지가 느껴지지요.

 

 

Q.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스스로 만족하고 폰트를 내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청시」는 2020년 글꼴을 처음 만들기 시작하면서 저와 함께 성장한 폰트인데요, 그동안 활자디자인 수업, 폰트회사 인턴,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의 경험들을 거치면서 계속 함께해왔습니다. 그 기간 동안 보는 눈이 계속해서 변했고, 그때마다 그리고 있던 글자에 어색한 부분이 보여서 새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작년 말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하면서 베타 버전을 내보낸 이후에도 다른 디자이너 분들이 사용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제작한 것이 지금의 「청시」입니다. 총 3 번을 엎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해 완성했네요. 다음부터는 청시가 곶감이 되지 않으려면 퀄리티나 데드라인에 마지노선을 정해 두고 그려야겠습니다.

 


「청시」 조판 이미지

 

 

Q. 언급해 주신 것처럼 지난 해 <언리미티드 에디션(UE15)>에서 「청시」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참여한 소감은 어떠셨나요?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학생 때는 배움의 장이었고, 디자이너로서는 동경했었던 행사였습니다. 풋내기 디자이너인 제가, 그것도 졸업 작품이었던 폰트를 선보였다니 감회가 새로웠죠. 「청시」의 베타 버전으로 사용자들을 미리 만나봤는데요, 베타 버전을 사용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니 감사함 반, 신기함 반, 저거 빨리 수정해야겠다는 위기감 반까지 도합 150%의 감정을 느꼈었습니다.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Q. 올해도 <언리미티드 에디션(UE16)>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사용자들을 직접 만나는 행사는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경험이지요! 저번 행사도 역시 즐거웠고,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다만 행사 부스를 준비하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라,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작업들을 충분히 꾸려 놓은 후에 사용자들을 만나뵙고 싶어요. 당분간은 폰트 제작에 집중하려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청시」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추천해주세요!

「청시」는 흘림의 획에서 나타나는 각도, 굵기 변화 등으로 인해 글줄에 밝은 리듬감이 만들어지며, 서정적인 분위기의 짧은 문장에 잘 어우러지도록 그렸습니다.

제작하는 내내 아이유나 악동뮤지션의 한글이 많은 노래 가사들에 글자를 입혀 가며 테스트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손으로 쓴 흔적이 드러나는 글꼴이라, 시나 수필 등 작가의 목소리가 묻어나는 텍스트들에도 잘 어우러질 것 같습니다.

 

 

 

Part 2. 디자이너 생각

 

Q. 현아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폰트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 좋은 폰트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폰트 디자이너에게 가장 좋은 폰트는 제작 의도를 잘 담아낸 폰트일 것이고, 폰트를 사용할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본인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폰트겠지요. 글자를 읽는 사람에게는 유리잔처럼 투명해서 내용물이 잘 담기는 폰트일 것이고, 글자를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폰트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현아님께서 만들고 싶은 폰트는 어떤 형태인가요? 

한글은 한 벌의 서체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역사가 짧기 때문에, 영문만큼 폰트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요. 한글 자체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서 진행되는 중이고, 한글 레터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글로 '아직' 제작되지 않은 영역의 글자를 제작하고, 한 벌로 만들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한글로 할 수 있는 표현의 폭을 넓히고 싶습니다.

 

 

Q. 현아님만의 '좋은' 폰트를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의 폰트 제작 계획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벌써 다음 폰트를 제작 중인데요, 구조적으로 독특한 형태를 가진 제목용 폰트랍니다!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여러 웨이트로 제작 중이에요. 그 다음에는 「청시」의 다른 웨이트로 글자 가족을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모바일 폰트도 만들어 보고 싶고요! 

 

✦ 정현아 디자이너의 작업 소식은 SNS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요! 

 

 

Part 3. 산돌구름 입점

 

Q. 첫 폰트의 데뷔(!)를 산돌구름에서 함께해주셨는데요. 산돌구름을 선택한 이유와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처음으로 글자 한 벌을 혼자 완성하고 퍼블리싱까지 진행하는 것이라, 가까운 곳에서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 많은 산돌구름을 선택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도움과 격려, 응원을 받았고, 그것이 폰트를 무사히 출시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도와 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_(_ _)_

 

 

Q. 마지막으로, 현아님의 입점을 환영하는 산돌구름 사용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청시」로 하여금 여러분의 작업이 더욱 풍성해지길 바라요. 사용하신 작업물이 있다면 언제든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폰트를 제작하는 데 큰 힘이 되어요. 다음 폰트로는 조만간 또 찾아뵐 테니, 그때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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