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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환경 변화하는 폰트, 「SD 민부리」

Article 2024.10.23

변화하는 환경 변화하는 폰트

지난 수십년간 서체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화해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과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는데요. 이에 따라 서체를 둘러싼 환경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죠. 먼저 서체의 제작 환경을 살펴보면 한글 서체는 크게 나무 활자와 붓글씨, 납 활자, 사진 식자를 거쳐 컴퓨터를 이용해 폰트를 제작하는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긴 세월 동안 서체 제작 툴과 폰트를 사용하는 디자인 툴은 계속해서 발전하여, 폰트는 고정된 흑백의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체가 사용되는 환경이 책, 신문 등 지류를 넘어서 화면으로 확장되었는데요. 수십년간 화면이 발전함에 따라 그 크기와 화질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며 현재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환경이 공존하게 되었죠.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디자이너들은 디자인할 때, 더욱 다양한 환경과 언어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용자들의 환경이 다채로워지면서 UI 디자인에서는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게 되었는데요. 이 때문에 UI 분야에서는 ‘미니멀함’과 ‘뉴트럴함’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는 디자인 업계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되었죠. 또한 웹 기반 환경에서 다양한 그래픽적 요소들이 활용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로 잘 묶어줄 수 있는 간결한 프레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게 된 것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준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폰트 또한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써 영향을 받게 되면서 간결하고 뉴트럴한 인상의 민부리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죠. 이외에도 화면에서는 지류 매체에 비해 짧고 간결한 정보 전달성 문장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독성은 높지만 형태가 복잡한 부리보다 어느 정도의 가독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명료하고 주목성이 뛰어난 민부리 폰트가 선호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SD 민부리

저희는 이러한 배경을 조사하며 제작자와 사용자 모두 새로운 미감과 요구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변화된 환경에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폰트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SD 민부리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죠. 이후 저희는 조금 더 세부적인 사용자들의 니즈를 폰트에 담기 위해 약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2번의 워크숍과 5번의 대면 인터뷰 그리고 1번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며 폰트를 제작하였는데요. 그럼 어떠한 사용자들의 니즈가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SD 민부리에 반영되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한 번 살펴볼까요?

1. 기존의 것을 해치지 않게, 조금 더 간결하게

본문용 폰트는 범용적으로 사용된다는 특성 때문에 뉴트럴한 인상이 선호되는데요. 여기서 뉴트럴한 폰트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에 대해 워크숍과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종합적으로는 특징이 적고 눈에 익숙한 형태의 폰트가 뉴트럴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또한 기존의 본문용 민부리 폰트 예시들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을 때 산돌 고딕 네오 1 이나 Noto Sans, 윤고딕 순으로 뉴트럴해 보인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죠. 이를 토대로 시장 조사를 해본 결과 정말 많은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위와 같은 폰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뉴트럴함을 위해서는 모두가 똑같은, 사람들의 눈에 익은 기존의 폰트를 사용하는 것만이 정답일까요? 리서치를 진행하며 저희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비슷한 지점을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새로운 트렌드의 뉴트럴함을 찾고자 추가적인 리서치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먼저 웹과 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뉴트럴함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워크숍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미지와 키워드들을 도출해 낼 수 있었는데요. 이를 다시 시각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그 형태가 매우 미니멀하며 기하학적인 것을 알 수 있었죠. 추가로 몇 년간의 다양한 브랜딩 사례와 기업 전용 폰트들을 조사해 본 결과 최근 기하학적인 인상의 폰트의 수요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저희는 기하학적인 형태가 새로운 트렌드의 뉴트럴함으로 자리 잡았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었죠.


위 리서치를 바탕으로 SD 민부리는 본문용 기하학 폰트라는 컨셉을 도출해 낼 수 있었는데요. SD 민부리는 본문용 민부리 폰트로써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도록 기존의 뉴트럴한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기하학적인 특징을 반영한 자소 디자인을 통해 화면에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2. 새로워진 환경에 맞게, 나에게 알맞게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화면 크기와 매체의 다양화로 인해 화면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있는  속공간에 두꺼운 웨이트부터 그보다 작은 화면에 적합한  속공간에 중간 웨이트까지 폰트 사용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졌음을 있었는데요. 또한 화면 매체에서 폰트가 아이콘과 병기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면서 기존의 문장부호 이외에 UI 아이콘들과 어울리는 형태의 기호들에 대한 추가적인 니즈가 생기기도 하였죠.
 


SD 민부리는 이렇듯 화면에서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면 최적화를 목표로 제작이 되었는데요. 용도에 따라 웨이트와 속공간 크기를 조절하여 사용할 있는 베리어블 폰트* 제작되었으며, 다양한 아이콘 스타일의 추가 글립과 오픈타입 피쳐 기능* 제공합니다.

3. 모든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글로벌화로 인해 다국어 조판이 늘어나면서 언어별 문자 간의 다른 생김새로 인해 발생하는 크기 차이와 시각 중심선의 어긋남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디자이너들은 보통섞어 짜기 해왔죠. 하지만 이마저도 웹에서는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일일이 값을 다시 설정해 주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습니다.

SD 
민부리는 다양한 언어 세트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디자인된 다국어 서체(중국어, 일본어 추가 예정), 시각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언어별 문자의 시각 중심선을 중앙에 맞춰 디자인하였습니다. 또한 Space 축을 언어 별로 각각 제공하여 상황에 따라 속공간 크기를 다르게 조정할 있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어디까지 디테일해지는 거예요?


이렇게 다양한 리서치를 통해 제작된 민부리, 사용자들의 니즈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여러 차례의 수정과 고민이 있었는데요. 몇 가지 중요했던 순간들을 꼽아보았습니다.

1. 두껍고 꽉 찬 웨이트에서의 자간 조정


SD 민부리는 다양한 웨이트를 커버하기 위해 일반적인 폰트들보다 Black에 해당하는 웨이트가 매우 두껍게 디자인되어 있는데요. 제작을 진행하며 점점 더 긴 글줄을 테스트해 볼수록 thin이나 regular 웨이트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공간이 답답해 보이는 이슈가 발생하였죠. 이로 인해 900 웨이트에서의 글자 폭을 930에서 940으로, 또 950으로 두차례 수정하며 시각적으로 비슷한 공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추후 일상의 실천과 함께 진행한 베타테스트를 통해 속공간 값을 크게 설정할 경우 자간이 좁아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속공간이 큰 값에서 사이드 베어링을 조금 더 넓게 수정하여 자간을 넓혀주었습니다.

2. 라틴의 인상과 숫자


SD 민부리는 라틴에서도 제작 중간 디자인에 한 차례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는 바로 네오그로테스크 스타일에 가깝던 인상을 지오메트릭한 스타일로 수정한 것입니다. 초기 시안을 보시면 모든 글자가 시각적으로 비슷한 너비를 가져 고르고 무난한 인상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를 한글과 함께 조판할 경우 속공간이 비교적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틴 대소문자의 고유한 너비 비례와 운율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수정을 진행하였는데요. 그 결과, 단순히 한글의 형태적 특징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SD 민부리의 전체적인 컨셉을 라틴 고유의 뼈대와 캐릭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죠.

이와 더불어 숫자 디자인에서도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바로 가변폭과 고정폭 숫자 사이에서의 고민이었습니다. 다양한 국내외 폰트를 리서치해본 결과 최근 웹과 앱, 특히 앱 내에서 정렬된 숫자 데이터 사용이 늘어나면서 고정폭 숫자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저희는 화면에 최적화된 폰트라는 민부리의 큰 컨셉에 따라 고정폭 숫자를 기본으로 제작하되, 가변폭 숫자를 추가 제공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3. 스테틱 웨이트 선정


제작이 거의 완료됨에 따라 저희는 또다른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데요. 이는 바로 축이 여러 개인 SD 민부리의 스테틱 패밀리를 구성하는 일이었습니다. 베리어블 폰트는 지정하는 값에 따라 무한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고정값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는데요. 저희는 그 중 가장 사용성이 뛰어날 것 같은 속공간 축 6개와 웨이트 9종을 조합하여 54개의 스테틱 웨이트를 선정하였습니다. 저희가 선정한 속공간 축은 다음과 같은데요.

Space1은 가장 작은 속공간으로 약간의 서정적인 인상을 가진 본문용 패밀리, Space2-3은 기존의 본문용 폰트의 속공간을 가진 범용적인 인상의 패밀리, Space5-7-9는 크고 시원한 속공간으로 제목용에 가까운 패밀리로 구분하여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웨이트 축의 이름을 thin부터 heavy로 구분하는 대신 폰트를 사용하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의 소통에 용이하도록 100부터 900까지 숫자로 구분하여 네이밍하였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작지만 발걸음


이렇게 여러 차례의 수정과 마지막 베타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SD 민부리는 사용자의 니즈에서부터 출발한, 사용자 친화적인 컨셉의 폰트입니다. 이 폰트를 기획하면서 사용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하며 해결해나가는 과정 전체가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는데요. 저희는 아주 작고 사소한 차이가 모여서 하나의 큰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하죠. SD 민부리가 가진 작지만 수많은 디테일들이 이 폰트를 사용하시는 분들께 큰 변화를 일으키기를 바라봅니다.

 

「SD 민부리」를 사용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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