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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라 제작기

Article 2025.04.08

 

Q. 안녕하세요, 김민 디자이너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도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타입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김민입니다.

 

 

Q. 민님께서 폰트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어떻게 보면 폰트 디자인을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는데요. 지도교수님께서 타이포그래피에 있어서 자비 없으셨던 것을 계기로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고, 운이 좋게 마포구청 서체 제작 프로젝트를 만났어요. 저는 그렇게 「Mapo 꽃섬」을 만들게 됩니다. 그때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떤 것이 분명합니다만... 어쩌다 꽃섬을 보게 되면 아쉬운 점이 정말 많이 보여서 사용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래도 꽃섬이 쓰인 걸 보면 정말 기쁘고 뿌듯해요.

 

 

Q. 산돌에서도 오랜 기간 리테일 폰트를 작업하셨는데요. 산돌에서 작업하셨던 폰트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요?

산돌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작업을 맡았던 「Sandoll 설야」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Sandoll 설야」는 5가지 웨이트에 한글 11,172자였기 때문에 당시 저에게는 매우 큰 도전이었어요. 처음 해보는 것들이 천지에 질문이 많은 신입 디자이너였는데 얼마 안 돼서 코로나로 인해 집에 갇혀서 작업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Sandoll 설야」를 출시하고 집으로 가는 길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려서 집에 못 갈 뻔했다는 일화도 있었답니다. 

 

 

 

Q. '설야'라는 이름답게 출시하던 날 폭설이 내렸다는 그 일화, 저도 기억해요. 이제는 독립한 타입디자이너로서 '김민'의 브랜드를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한 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호기심'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오, 이거 재미있겠다' 싶은 흥미로운 형태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글자가 중심이 되는 작업물에서 '왜 그렇게 썼을까?' 작업자의 생각을 유추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아직은 저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만드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흥미로운 폰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려 해요!

 

 

Q. [밸런스 게임] 평생 내가 만든 폰트만 쓰기 vs.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저는 남이 만들어주는 음식이 맛있더라구요. (⌒‿⌒)  평생 남이 만든 폰트만 쓰기를 선택하겠습니다! 

 

 

Q. 이제 폰트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민님의 첫 독립작! 「올라」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올라」는 "자기 글꼴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가진 "자글만"이라는 사내 동아리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퇴근 후 각자의 작업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서로 힘이 되어 주는 모임이었어요. 그래서 회사 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최대한 용처나 사용성을 먼저 고려하지 않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작업해보려 했어요. 

 

「올라」의 디자인은 매우 유기적인 형태를 띈 라틴에서 영감을 얻었는데요. 특히 라틴에서 'S'는 우아한 곡선을 가지고 있어서 그 부분을 한글 'ㄹ'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S'에서 가져온 'ㄹ'의 형태와 어울리는 한글 자소를 프로크리에이터로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며 초기 시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귀여운 인상이 더 눈에 띄는 거예요. 저의 부족함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이런 방향의 새로운 인상도 괜찮다고 느껴졌고 다른 글자들을 다듬으면서 「올라」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올라」의 초기 시안

 


Q. 「올라」라는 일므은 스페인어의 인삿말이기도 한데요. 어떤 이유로 이 이름을 붙이게 되었나요?

네이밍은 동료 디자이너들에게 여러 가지 후보군을 추천 받았는데요. 「올라」는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미지가 매력적인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인사 'Hola!'와 잘 어울려서 붙이게 되었습니다.

 

 

Q. 요즘 특히 컨덴스드 폰트가 트렌드인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올라」만의 특징이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올라」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는데요. 왈츠를 추는데 또잉또잉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것 같다는 거예요. 뭔가 엉덩이를 귀엽게 흔들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나? 저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곡선적이고 유연한 자소의 특징들이 문장을 이루었을 때 특유의 리듬감을 보여주거든요. 이것이 「올라」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또잉또잉, 바운스와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디자인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또는 신경 쓰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직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부분 곡선적이고 굴려진 형태입니다. (타입 디자이너가 만들기 싫어하는 디자인...) 'ㅁ'이 ㅁ으로, 'ㄹ'이 ㄹ으로 읽히도록 형태를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획이 얇기도 하고 약한 대비가 들어가 있어서 이 부분 또한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올라」는 정말 제가 그동안 제작해왔던 폰트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Q. 발랄한 인상 뒤에 극악의 난이도가 숨어있는 폰트였군요.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올라」를 두꺼운 버전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이번에 출시한 「올라」 Light는 아무래도 얇은 웨이트이다 보니 활용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클 것 같았어요. 그래서 Regular, Bold를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겠어요!

 

 

Q. 마지막으로, 「올라」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추천해주세요!

용처에 대해서는 저 또한 고민이 많았기에 실무에서 폰트를 사용하시는 디자이너 분들께 직접 질문드린 적이 있습니다. 디자이너 분들의 의견을 함께 공유해 드릴게요. 

 

「올라」는 단순한 문장 또는 짧은 제목으로 크게 사용하시는 것을 가장 추천해 드려요. 자소들의 유기적인 형태와 대비 때문에 작게 사용할수록 글자들이 날아가 보일 수 있어요. 사용하면 좋을 장르나 콘텐츠의 경우 경쾌한 분위기의 에세이나 그림책, 장르 소설, 레시피북 등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고요. 수제품이 많은 플리마켓이나 식물, 샐러드와 같은 건강한 콘텐츠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답니다!

 

 

Q. 개인적으로 그림책이나 레시피북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올라」의 사용 후기도 많이 남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로의 폰트 제작 방향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폰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리테일 폰트와 모바일 폰트를 제작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제가 만든 모바일 브랜드 '보리타입'에서 「Bori 나의곰이」라는 폰트를 출시했는데요. 산돌구름 모바일앱에서 판매 중이랍니다. 모바일 폰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산돌구름 모바일앱으로 구경 오세요! 
(현재 보리타입의 폰트들은 산돌구름 모바일앱에서만 만나보실 수 있어요!)

 

 

Q. 모바일 폰트까지!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민님의 작업들이 정말 기대되네요. 마지막으로, 민님의 입점을 환영하는 산돌구름 사용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올라」를 출시하겠다고 처음 선보였던 때가 2023년 11월이었더라고요. 혹시 「올라」를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분들이 계신다면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디 계신가요? 사죄의 절을 받아주세요...) 그리고 「올라」를 사용해 보시고 궁금하거나 의견을 주실 것이 있다면 편하게 메일을 보내주세요! 사용자 분들의 의견은 매우 소중하니까요.ᐟ.ᐟ.ᐟ.ᐟ.ᐟ (kimmin.type@gmail.com) 마지막으로 「올라」를 사용한 작업물을 만나게 된다면 너무 기쁠 거예요. 많이 사용해 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