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라 신이치는 어린 시절부터 글자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신문에서 명조체 제목을 오려 모으고, 글자를 한 자씩 따라 그리며 레터링을 독학했다고 해요.
고등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레터링 동호회를 만들기도 했죠. 이후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며 손으로 글자를 그리는 다양한 기술을 익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폰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직선자를 이용해 선을 정교하게 그리는 전통적인 레터링 기법인 '미조히키(溝引き)'를 익히며 쌓은 경험은 훗날 다카디자인 폰트의 섬세한 형태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디자인 업계지에 게재된 다카하라 신이치 디자이너의 브랜딩 작업들
그의 이름을 알린 계기는 1984년 모리사와 국제 폰트 디자인 콘테스트였습니다. 직접 만든 서체 「Takahand」를 출품해 가작으로 선정되었는데요. 흥미롭게도 이후 정식 폰트로 상품화 제안을 받은 것은 1위나 2위 작품이 아닌 그의 출품작이었다고 합니다.
「Takahand」 견본집, 제작 당시의 도구와 작업 과정
이렇게 탄생한 「Takahand」는 다카하라 신이치의 폰트 디자인 여정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디자인에서 활용되는 대표작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다카하라 신이치는 어떤 글자들을 만들어 왔을까요? 지금부터 대표 폰트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합니다.
다카디자인을 대표하는 폰트를 하나 꼽는다면, 역시 「Takahand」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손으로 쓴 듯한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면서도 지나치게 자유롭거나 거칠지 않아 다양한 디자인에 활용하기 좋은 폰트인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획의 일부가 미세하게 부풀어 오른 듯한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섬세한 형태 덕분에 글자가 딱딱해 보이지 않고, 특유의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전달하죠.
굵기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의 성격에 맞춰 선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Takahand」 원도 스케치
산돌구름에서 만나볼 수 있는 「Takahand21」 시리즈는 「Takahand21-kaku」와 「Takahand21-maru」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Takahand21-kaku」는 경쾌하면서도 또렷한 인상을, 획 끝을 둥글게 마무리한 「Takahand21-maru」는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을 줍니다.
FONT IN USE!
출처: Sunny — Opening Title Sequence | Apple TV
1980년대에 탄생한 「Takahand」는 지금도 다양한 디자인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행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자연스러운 형태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매력을 잃지 않는 폰트인데요.
2024년 공개된 Apple TV+ 드라마 『Sunny』의 오프닝 타이틀에도 「Takahand」가 사용되었습니다. 영문 타이포그래피와 어우러진 개성 있는 일본어 글자가 작품 특유의 이미지와 정말 잘 어울리죠.
일본의 하이볼 음료 패키지에서도 「Takahand」의 활용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품명을 선명하게 전달하면서도 손글씨 특유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사무적인 느낌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카하라 신이치는 손글씨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표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글자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는 실험도 이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1995년 출시된 「Takaline」입니다. 「Takaline」은 한자의 획을 모두 직선으로 표현한 폰트입니다. 글자의 구조를 과감하게 단순화하면서도 읽을 수 있는 형태를 유지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독창성을 인정받아 1997년 『일본 타이포그래피 연감』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Takahand」 견본집
FONT IN USE!
「Takaline」처럼 형태가 독특한 폰트는 긴 본문보다 짧은 타이틀에 활용했을 때 매력이 더욱 잘 드러납니다. 실제로 「Takaline」을 활용한 식품 패키지를 살펴보면, 직선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글자 형태가 제품에 경쾌한 리듬감을 더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시 포스터나 책 표지 타이틀처럼 글자 자체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싶은 디자인에도 잘 어울립니다. 특히 기하학적인 도형이나 간결한 그래픽 요소와 조합하면 「Takaline」만의 실험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조할 수 있습니다.
다카하라 신이치의 작품 세계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폰트가 있습니다. 바로 「Takaking」입니다. 1987년, 다카하라 디자이너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문자와 시를 담은 작품집 『意明絵字』를 출판했는데요.. 이 작품집의 제목을 위해 만든 볼드한 레터링이 훗날 「Takaking」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Takaking」은 삼각형을 비롯한 기하학적인 요소와 과감하게 단순화된 획이 특징입니다. 글자 하나하나가 작은 그래픽 작품처럼 느껴질 만큼 개성이 강하죠. 하지만 이런 독특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읽기 쉬운 글자를 만드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약 3,500자의 한자를 만들기 위해 그린 러프 스케치만 무려 1만 5천 장에 달한다고 합니다. 같은 부수가 들어간 글자라도 단순히 복사해 사용하지 않고, 각각의 글자에 맞게 새롭게 그렸다고 합니다.
1만 5천 장의 스케치로 완성한 「Takaking」
1987년에 시작된 작업은 2007년이 되어서야 하나의 폰트로 완성되었습니다. 무려 20년이 걸린 셈입니다. 이후 2015년에는 형태를 다듬은 개량판까지 선보였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완성해 온 디자이너의 집념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Takaking」은 글자 자체의 존재감이 강하기 때문에, 복잡한 장식 없이 타이포그래피만으로 화면을 구성할 때 특히 효과적입니다. 포스터의 메인 타이틀이나 개성 있는 브랜드 비주얼처럼 짧은 문구에 강한 인상을 담고 싶을 때 활용해 보세요.
여백을 넉넉하게 두고 글자를 크게 배치하면 기하학적인 형태가 더욱 돋보입니다.
다카디자인의 폰트 목록을 살펴보면 이름 뒤에 -kaku 또는 -maru가 붙은 폰트가 유독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본어로 Kaku(角)는 '각진 형태', Maru(丸)는 '둥근 형태'를 의미합니다. 폰트에서는 주로 획의 시작과 끝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는데요. 같은 글자 구조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획 끝의 작은 차이만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Kaku — 또렷하고 단정하게: 획의 끝이 각진 Kaku 계열은 상대적으로 또렷하고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글자의 형태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브랜드 로고나 매장 사인, 정보 전달이 중요한 디자인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 Maru — 부드럽고 친근하게: 반대로 획의 끝이 둥근 Maru 계열은 조금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카페나 식품 패키지, 어린이 콘텐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처럼 친근한 분위기가 필요한 디자인에 잘 어울립니다.
위 이미지에서는 바나나 우유에 「Takakogen-maru」, 흰 우유에 「Takataikai」, 커피 우유에 「Takaminfu」를 사용했는데요. 왼쪽의 「Takakogen-maru」는 둥글고 부드러운 획 끝 덕분에 귀엽고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가운데 「Takataikai」는 손으로 쓴 듯한 자유로운 형태와 힘 있는 획이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활기찬 인상을 전하죠. 반면 오른쪽의 「Takaminfu」는 각지고 날카로운 획이 돋보여 한층 강렬하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같은 형태의 우유병과 비슷한 라벨 디자인이라도 어떤 폰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카디자인의 다양한 폰트를 활용해 제품의 성격과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는 글자의 표정을 찾아보세요!
폰트 견본만 봐서는 실제 디자인에서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낼지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죠. 다카디자인의 폰트들이 다양한 디자인에 활용된 모습을 함께 살펴볼까요?
SNS 콘텐츠와 이벤트 디자인에
사용 폰트: 「Takakogen-kaku」, 「Takanewline-kaku」
전단과 매장 POP에
사용 폰트: 「Takayukoh」, 「Takayukyo」
책 표지, 영화 포스터에
사용 폰트: 「Takaboy21」, 「Takahand」
만화책 타이틀에
사용 폰트: 「Takarakuen」, 「Taka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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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카디자인의 다양한 폰트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일본 시장을 위한 패키지와 콘텐츠를 제작할 때 어떤 폰트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한 적 있으신가요? 산돌구름의 「다카디자인 라이프」에서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다카디자인의 개성 넘치는 일본어 폰트 52패밀리 167종을 하나의 구독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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