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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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 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하여 수묵 크로키라는 분야를 개척한 석창우 화백의 폰트이다. 석창우 작가는 용비어천가의 글자 형태와 스스로의 필체를 용합해 독창적인 붓글씨 폰트를 제작하였다. 의수에 의지해 온몸을 움직여 쓴 독특한 형태와 붓의 부드러운 곡선이 표현된 석창우체는 획에 음각과 양각이 동시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안정적이고 굳건한 인상을 준다. 브랜드 로고와 영상의 자막으로 쓰기 좋은 폰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