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the menu / 본문가기

브롤스타즈 전용 폰트

팬심으로 시작한 폰트 디자인

팬심으로 시작한 폰트 디자인

슈퍼셀의 「브롤 디스플레이체」와 「브롤 고딕체」 개발 비하인드


10년만의 재회

 

2019년 슈퍼셀이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를 출시한 이후, 한국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한국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대한 니즈가 함께 커져갔습니다. 영어 버전에서는 브롤스타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라틴 폰트가 사용되고 있었지만, 한국어 버전에서는 결이 다른 폰트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의 일관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는데요. 이 인기에 힘입어 슈퍼셀은 브롤스타즈의 브랜드 정체성을 한국에서 더 견고히 하고자 새로운 한글 폰트 개발을 결정하면서 산돌을 찾아 주셨습니다.

브롤스타즈 게임 화면

 

 

슈퍼셀과 산돌의 인연은 약 10년 전, 인기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의 한글 폰트(링크)를 개발하면서부터였습니다. 저는 당시에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고 업무의 일환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점점 슈퍼셀의 게임과 세계관에 매료되었고 어느새 열성적인 유저이자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게임도 매일 즐기고 있답니다 :-)

당시 폰트 개발 이후 몇 차례의 업데이트와 소통 과정이 있었지만, 이번에 다시 슈퍼셀의 게임 폰트 개발을 함께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특히 산돌과 폰트를 개발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의 기쁨은 더욱 컸습니다. 좋아하는 게임, 좋아하는 회사와 함께하는 일이기에 자연스레 즐거이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 게임 화면

 

 

라틴 → 한글 매칭 디자인

 

산돌에서는 다양한 언어의 폰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글, 라틴 알파벳, 키릴, 한자 등. 두 가지 이상 언어의 폰트를 개발할 때는 고객사에게 가장 주요한 언어의 문자를 먼저 디자인하게 되는데요. 국내 고객사가 폰트 개발을 의뢰하는 경우 한글을 우선적으로 디자인할 때가 많습니다. 반면에, 해외 고객사가 폰트 개발을 의뢰하는 경우 해외 현지의 사용을 우선하여 라틴 알파벳을 먼저 디자인할 때가 많고, 해당 라틴 디자인에 한글을 매칭하는 순서로 진행되고는 합니다.

산돌은 해외 고객사의 폰트 개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런 방식에 익숙한데요. 브롤스타즈 프로젝트 역시 동일한 흐름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영어 버전에서는 이미 브롤스타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내주는 라틴 폰트가 사용되고 있었고, 이에 어울리는 한글 디자인을 저희에게 요청해 주셨습니다. 이런 경우 디자인은 보통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1. 라틴 디자인 분석
  2. 분석된 특징을 바탕으로 한글 디자인, 테스트
  3. 해석(의역)과 다듬기

우선 라틴의 구조와 캐릭터를 나눠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휴머니스트인지 지오메트릭 계열인지, 글자의 폭, 공간의 개방 정도, 골격은 어떤지 등을 파악하며, 세부적인 표현 방식과 구조적 연결성도 함께 살펴봅니다. 이후 분석된 특징을 한글에 적용해 보고 테스트와 반복적인 다듬기를 거칩니다. 때로는 라틴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적용하기도 하지만, 무리하게 억지로 옮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고민하는 편입니다. 저는 이 고민 과정을 종종 ‘의역하기’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문장을 그대로 번역하는 직역보다 맥락과 어감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는 작업이 의역과 닮아있지 않나요?

 

 

그래서 어떻게 매칭을?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브롤 디스플레이체」와 「브롤 고딕체」 두 가지 스타일을 개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브롤 디스플레이체」 위주로 디자인 과정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구조 분석
라틴 소문자의 엑스하이트(x-height)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는 대문자와 소문자의 높낮이 차이, 어센더(ascender)와 엑스하이트의 간격이 크지 않다는 뜻이죠. 이러한 설계에는 한글도 높낮이 차이가 적은 ‘네모꼴 구조’가 잘 어울릴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라틴 분석, 특징 확인

 

특징 분석과 해석
상기 이미지에 표시된 라틴 알파벳의 캐릭터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한글로 디자인할 때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테스트 했어요. 그런 고민 중 하나를 적어보자면, 라틴에서는 기둥(Stem)에 돌기 형태의 디테일이 전체적으로 들어가 있었지만, 한글의 경우 홀자 기둥(ㅏ,ㅣ 등의 세로획)에 그대로 적용하면 지나치게 반복되거나 불필요하게 복잡해 보일 수 있었습니다.(A) 특히 굵은 웨이트이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닿자에만 돌기 요소를 적용하되, 첫 닿자에만 사용한다는 규칙을 메인으로 세워 빈도수를 조절했습니다.(B)

직역이라면 A와 같이 표현될수도 있을 것 같아요. 「브롤 디스플레이체」는 B와 같이 디자인 되었답니다.

라틴 특징을 적용해 본 초기 한글 디자인

 

 

활자와 확산

 

폰트 개발이 시작되면서 슈퍼셀이 준비하고 있는 주요 온・오프라인 캠페인에 우선 적용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되었습니다. 고객사의 중요한 일정에 맞춰야 할 경우, 폰트 전체를 완성하기 전에 필요한 일부 글자만 우선 제작하여 사용하는 방식이 종종 활용되곤 합니다. 개발 중인 활자가 실시간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 폰트를 지칭하는 ‘활자活字’ 뜻 그대로 ‘생명이 깃든다’는 표현이 절로 떠오르곤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또한 필요 글자를 실시간으로 요청해 주셨는데요. 다행히도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작된 글자는 이벤트를 위한 디자인에 적용되었습니다. 슈퍼셀에서는 해당 디자인 이미지를 공유해 주시거나 이벤트에서 사용된 실물을 전달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브롤스타즈 × 켈로그 콜라보 캠페인에 신규 폰트 적용!

 

 

그리고 개발 시작 후 약 8개월, 한국에서의 브롤스타즈 브랜딩을 더 강화하고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한글 폰트의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 글자를 만들며 균형을 다듬고, 새로운 글자를 만들고, 조합에 따라 새로이 균형을 다듬고... 반복되는 인고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래 게임 로고 + 「브롤 디스플레이체」 + 「브롤 고딕체」 적용 이미지, 그리고 Before-After를 보면 어떤가요? 한글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게임 캐릭터가 일관되어 보이시나요?

어린이날 개최된 브롤스타즈 DAY에 신규 폰트 적용!


Before 기존 유튜브 썸네일 → After 「브롤 디스플레이체」 적용

 

 

최종적으로 산돌이 개발한 2종의 폰트는 공개 배포되었고 현재 브롤스타즈 게임 내에도 적용되어 가독성이 훨씬 좋아졌다는 유저들의 피드백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브롤스타즈] 한글폰트 프로모션(링크)에 접속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슈퍼셀에서 제작한 귀엽고 감각적인 서식들과도 함께 사용할 수 있어요. 브롤스타즈의 한글 폰트를 한 번 써 보시면… 게임도 함께 즐기고 싶어질 거예요!

 

 

 

Editor
산돌 디자인스튜디오 강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