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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구름 디자이너 토크, 그 뒤의 이야기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법: 소장각 디자이너 토크 리캡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법: 소장각 디자이너 토크 리캡

디자이너 토크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Q&A까지!
소장각의 노성일 디자이너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돌아봅니다.


소장각이 알려주는 1인 출판사로 살아남기

 

[산돌구름 디자이너 토크]는 폰트를 매개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을 만나 디자이너 개인의 작업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지난 9월 11일에는 그 세 번째 시간으로, 1인 출판사 '소장각'을 운영하는 노성일 디자이너를 모시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동남아시아 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애정을 담아 활동해온 노성일 디자이너의 시선, 그리고 출판사 소장각이 지난 5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생존 전략(!)까지 들어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죠. 특히 현장에서 소장각이 직접 출간한 책들을 손으로 만지고 펼쳐볼 수 있어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답니다.

 


디자이너 토크 현장에 전시된 소장각의 책들.

 

 

이번 디자이너 토크에서는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운 책부터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는 진(zine)까지 현장에서 볼 수 있었어요. 소장각의 책은 온라인에서나 표지를 보는 것만을 넘어 직접 만지고 펼쳐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노성일 디자이너의 말처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본 관객들은 그 물성과 감각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장각은 매년 10회 이상 북페어에 참가하며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소중히 여기신다고 해요. 아쉽게도 이번 토크를 놓친 분들이라면, 올해 남은 행사들에서 소장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꼭 주목해 보세요! (링크)

 

 

 

🌴 토크 한정! 소장각의 스페셜 스티커

 

소장각은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출판사라는 매력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토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스티커를 준비했어요!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언어와 산뜻한 색감이 어우러진 디자인으로, 디자이너 토크 현장에 오신 관객분들만 받아보실 수 있었어요. 스티커에 사용된 다국어 폰트는 모두 산돌구름에서 제공하는 태국어·데바나가리·라틴 폰트로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 애프터 토크 Q&A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크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비결, 디자이너의 고민과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과 조언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럼에도 다 풀지 못한 궁금증들이 많이 남았는데요. 토크가 끝나고도 궁금증이 남았던 분들,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추가로 받은 질문과 노성일 디자이너님의 답변을 그대로 전해드릴게요.

 


 

Q. 해외 북페어는 국내와 다른 분위기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북페어에 참가하시는 소장각만의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A. 해외와 국내 북페어는 차이가 조금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도시마다도 다르고요. 각자의 개성이 듬뿍 담겨 있어서 투어하는 재미가 있어요. 국내에서는 국내 소규모 출판사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즐거운 포인트이고, 해외에서는 제가 주로 수도에서 열리는 아트북페어에 참여하다 보니 인터내셔널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한국의 언리미티드에디션에도 다른 나라 참가사들이 많이 오는 것처럼, 다른 나라 아트북페어에서도 그 지역 이외의 다양한 출판사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해외 북페어는 조금 더 가볍고 대화를 나누기 좋은 환경인 경우가 많아서 창작자 입장에서는 창작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채롭게 나눌 수 있어서 좋을 때가 많았습니다. 

 

 

Q. 인터뷰에서 커뮤니티에 집중하신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집중하시고, 어떤 과정과 결과를 냈나요? 출판사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활동이 도움이 많이 되었나요? 

A. 동남아시아 관련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어오면서 여러 번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셔요. 그래서 그분들과 다음 행사에서 만날 때면 우리는 모두 동남아시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느슨한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동남아의 밤' 같은 동남아시아 관련 행사를 소장각에서 열 때, 그 모임을 이끌어주시는 동남아 전문가분들과 책 이외의 공간과 시간, 주제로 연결된다는 점이 매우 특별한 부분입니다.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온 덕질의 순간을 마주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기쁘고요. 그렇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연결되어서 좋아요. 저희는 '출판사' 만의 정체성으로 이 업을 이해하지는 않아서 모임이나 행사 자체가 모두 동남아시아라는 키워드를 소개하고 함께 나누는 장으로 충분한 멋진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Q.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걸 느꼈을 때가 궁금합니다. 그럴 때 다시 동력을 얻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저도 실제로는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더라고요. 소장각을 끈기 있게 끌어가는 한편으로 내키지 않는 일들을 생존을 위해 꾸역꾸역 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 일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맘이 힘든 순간을 겪으면서 소통 능력이나 인내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성장을 이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정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버텨줄 수 있는 일상의 지지부진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매번 좋은 것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해당하는 말입니다. ㅎㅎ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되어요. 이 일을 혼자 성취하고 싶은 목표로만 잡으면 너무 공허할 것 같아요. 함께 즐겨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저는 비전공자로 디자인 공부를 막 시작했어요! 꼭 출판 디자이너가 될 거고 나중에 저만의 독립 출판사 창업까지 꿈꾸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장벽이 느껴질 때가 있으셨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문과를 나와서 졸업하고 출판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해서 일을 시작했어요. 대학 다닐 때는 그저 디자인이 좋아서 취미로 했던 것이 차츰 알바로, 포폴로 쌓였어요. 작은 출판사라도 들어가서 일을 해보시면 이 업계에서 필요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으실 수 있을 거예요. 처음부터 창업하시는 것은 업계의 구조나 생태를 알기 어려워서 난관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더라도, 적은 기간이라도 실제 출판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이 부서 저 부서 돌아가는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정말 큰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장벽이 있었어요. 처음 들어간 출판사에서는 사수가 없어서 제가 하는 디자인이 잘 한 건지, 맞는 건지 알려주는 분이 없었거든요. 인쇄 용어도 다 처음 들어보는 것이고, 협상을 하려고 해도 지식이 없으니 뭔가 설득을 하기도 어려웠고요. 그래도 시간이 쌓이니 우여곡절을 통해 제 안에서 그 어려움을 나답게 해결하는 저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 작은 출판사에서 제가 배운 건 결국 경험과 실력을 쌓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란 거였죠. 요즘 기술도 좋아졌고 AI 기능이 좋아서 많은 부분을 스킵하고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몸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나 소통 능력, 협상 능력 등은 시간과 경험만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조금 힘드시더라도 부딪히고 버텨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브랜드를 운영하시려면 특히나 더 그 시간이 값진 열매로 돌아올 거라 생각해요.

 


 

소장각의 토크를 마무리하며, 좋아하는 일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와 더 넓은 관계를 쌓아가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결국 1인 출판은 ‘혼자 하는 출판’이 아니라,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이어가는 여정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죠.

 

[산돌구름 디자이너 토크]는 앞으로도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작업자의 시선과 태도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이어집니다. 다음 디자이너 토크 소식이 궁금하다면 산돌구름 뉴스레터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먼저 소식을 만나보세요! 

 

 

 

 

Editor
산돌 웹플랫폼팀 이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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