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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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Extra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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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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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Regu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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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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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B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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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ExtraB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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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Hea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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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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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y Extra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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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y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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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 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물체>는 중립적인 한글 산세리프 서체 개발을 목표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중립이란 먼저 특정 타깃을 위한 독특한 접근을 지양할 것, 그리고 누구나 알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를 가질 것,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반드시 아름다울 것으로 재정리하였다. 그렇게 오랜 기간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라는 형이상학 실루엣을 헤매다 더듬어 손에 쥔 것이 지금 소개하는 물성이다. 물성이란 그래픽 디자인에서 낯선 표현일지 모른다. 이를 알기 쉽게 표현하면 작도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작도와 물성이라는 의미의 간극만큼이나 작도로 접근하느냐 물성으로 접근하느냐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한글의 경우 같은 자음(물질)이 구조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비율로 변형/사용된다. 이때 물질의 형태를 무형의 평면 실루엣으로 글자의 설계 자음과 모음의 무게중심 / 결합의 개념도 가로 모임 글자 스타일 Solid / Humanity 글자의 위치 각각의 물성 기본 글자 구조 가로 기본 구조 / 세로 기본 구조 스타일별 작도법 Solid / Humanity 힘과 획의 그래프 힘에 따른 획의 스타일로 찾아가느냐, 아니면 물성이 크기와 비율을 달리할 때 만들어낼 형태를 추측하느냐는 차이가 있다. 전자가 2차원의 평면적 통일감이라면 후자는 3차원의 형질로 형태와 물성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그래야 중력이라는 공간 속에서 물질의 변형과 결합을 완전한 일체감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물체>를 평면의 서체가 아닌 물성을 가진 하나의 물체로 보아주길 희망한다. 그래서 <물체>가 조판된 텍스트를 크고 작은 질서를 가진 하나의 물리적인 군집(우주)으로 보아주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중립적인 것이고, 그리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