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팀을 유지하는 단 하나의 조건
— 입자필드가 말하는 협업의 비결
우연히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이보다 그들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까.
강한 개성을 지닌 입자들이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견고한 장을 이루어온 팀, 입자필드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네 명의 디자이너를 오래 묶어 준 힘은 기술도, 성과도 아니었다.
‘뺄셈’보다 ‘덧셈’을, ‘효율’보다 ‘밀도’를 택하는 이 팀에게
협업은 결국 신뢰를 쌓아 올리는 일에 가까웠다.
모션그래픽을 넘어 전시, 굿즈, 파티까지.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입자필드의 작업은
결국 이들이 서로를 믿고 나아온 시간의 기록이다.
팀을 유지하는 단 하나의 조건,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협업의 진짜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Y: 처음 만나뵙는 분들을 위해 입자필드가 어떤 팀인지, 앞으로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령: 제가 할까요? 저희는 같은 학교 출신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모션 그래픽 스튜디오 ‘입자필드'라고 합니다. 2D, 3D, 뮤직비디오, 광고 등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각적으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은 다 하고 있고요. 요즘에는 모션뿐만 아니라 말씀 주신 것처럼 굿즈 상품을 제작하거나, 최근에는 파티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저희끼리 비주얼로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Y: 첫 결성의 순간이 궁금해요. 각자 첫 만남은 어땠나요?
정현: 팀 결성 시기를 언제로 정의해야 할지 조금 애매하긴 한데요. 가장 처음은 졸업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을 때 외주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학교 맥프로실*에서 옆 친구에게 "취업하기 전까지, 졸업하고 잠깐 같이 일을 해보자"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지금은 현재 팀에 없는)친구와 둘이서 일을 하다가 점점 저희에게 부족한 작업적인 측면이나 기술을 더 잘하는 친구들을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 명씩 찾아가서 꼬시는 식으로 데려왔고, 그렇게 지금의 팀이 되었습니다.
*맥프로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학우들을 위해 교내 조성된 맥 프로 컴퓨터실
Y: 태경 님 합류 전부터 '입자필드' 이름을 사용하셨군요.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정현: 네, 둘이서 일할 때 지인 DJ가 클럽 VJ 일을 의뢰해 왔어요. 그 때 포스터에 이름이 들어가야 하니까 급하게 이름을 정하게 됐죠. 뭘로 할지 친구 한두 명이랑 떠들다가, 어도비(Adobe)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펙트 이름들을 구경했어요. 거기서 하나를 골라서 꽤 즉흥적으로 짓게 되었어요.ㅎㅎ
태경: 기존 멤버들이 이미 꽤 잘 활동하고 있을 때, 2019년 졸업 전시를 한 뒤 20년 초쯤 제가 들어왔어요. 3D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제가 졸전을 3D로 했었고, 저도 막 재미를 붙이던 때였거든요. 당시 입자필드 프로모션 작업을 보면서 '같이 일해보면 너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만약 잘 안되더라도 졸업 직후에 이렇게 도전해보는 게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Y: 그러고 나서 성령 님이 들어오셨군요. 듣기로는 성령 님 영입하실 때 엄청 공들이셨다고 들었어요.
태경: 3명이 되니 팀 구색이 슬슬 갖춰져 가던 시기였어요. 성령이를 데려올 때는 그래서 조금 더 멋지게(ㅎㅎ) 보이려고 했죠. 액자에다가 복권을 10만 원어치 사서 넣고, 마치 계약서처럼 만들어서 선물했어요. 술은 그 뒤에 숨겨두고요.
정현: 태경이 영입 때도 둘이 술 한잔하면서 "들어올 생각 있냐, 우리 요즘 큰 프로젝트가 점점 들어오는 추세다. 너도 같이 하면 괜찮을 거다"라고 설득했었거든요. 셋이 일할 때는 성령이가 학교에서 이미 작업을 되게 잘하고 있었어서, 계속 연락하면서 "넌 졸업하면 와야지"라고 넌지시 던져왔었긴 했죠.ㅎㅎ
성령: 저도 꽤 긴 시간 동안 '입자필드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4학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워낙 친해서 자주 만나면서 그런 얘기도 많이 했거든요. 바쁠 때 일도 도와주러 가고요. 졸전이 끝났을 때 진지하게 영입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때 제가 고민할 거리를 알고리즘처럼 '들어올 것인가? Yes, No' 이런식으로 그려서 주더라고요.ㅎㅎ 그때부터 얼마나 버는지 이런 현실적인 질문도 하고, 또 작업실을 같이 쓴다는 건 공동 생활을 하는 거니까, 회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생활 규칙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면서 본격적으로 얘기 나누기 시작했죠.
Y: 세 분의 합류 과정이 흥미진진하네요. 성령님께, 대기업을 뒤로 하고 스튜디오를 택한 분으로서 조금의 미련이 남진 않으셨나요? ㅎㅎ
성령: 전혀요~(다같이 웃음) 사실 거기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 생각해 볼 수 없는 거고, 지금은 이 안에서의 삶이 전부인 느낌이라 잘 지내고 있습니다.
Y: 이후에 아영님이 마지막으로 합류하셨죠. 당시 입사 제안받고 어떠셨어요? 놀라고 기쁘셨을 것 같아요.
아영: 제게 입자필드는 이미 현업에서 완성된 멋진 스튜디오 느낌이었어요. 직원을 따로 안 뽑고 선배들끼리만 하는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었거든요.
성령: 아영이는 저희 셋이서 척척 일해나가던 시간이 꽤 지난 뒤에 들어왔어요. 인원 충원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 느끼고 있었지만, 저희끼리 공유한 시간이 이미 너무 쌓여서 새로운 친구가 들어오면 우리가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아영이가 저희 일을 도와주러 작업실에 온 적이 있었는데, 아영이가 가고 나서 '이 친구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먼저 제안했고, 아영이도 멋진 회사들 중에서 저희를 골라줘서 고마웠죠. 그때 기억나는 게, 저희 나름대로 정식으로 직원을 뽑는 게 처음이라 계약서를 준비해서 줬는데 급여 항목 같은 걸 보지도 않고 "좋아요······. 정말 다 좋아요······." 이러는 거예요.ㅋㅋㅋㅋ 귀여웠어요.
태경: 그러니까요.ㅎㅎ 계약서도 제대로 안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럼 안 되는데······.
아영: 포트폴리오 보내달라고 하셨을 때 엄청 떨렸었어요. 그 때는 입사 엄두도 못 냈었는데요. 되고 나서는 마냥 놀라고 기뻤던 기억이 나요.
Y: 일단 입자필드를 대표할 만한 작업이라면 뭘까요?
정현: 아무래도 하이브(HYBE) 작업일까요? 왜냐하면 저희한테도 되게 큰 기회였고, 많은 재량을 넘겨주셔서 거의 기획부터 다 했었거든요.
HYBE: ABOVE AND BEYOND / HYBE CI Film
SEVENTEEN(세븐틴) 11th Mini Album ‘SEVENTEENTH HEAVEN’
정현: 저희 인스타그램에 ‘디절브 DSRV’라는 회사 프로모션 영상이 첫 번째로 고정되어 있는데, 이것도 저희가 되게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DSRV, The Power of More, The Art of Less
성령: 현대백화점 시즈널 그래픽 했던 것도 꽤 유명한 작업이에요. 부모님들께 우리 뭐 하는지 설명해 주기 쉬운 작업이랄까요?ㅋㅋㅋㅋ 롯데백화점도 그 뒤에 연달아 했는데 그건 잘 모르시는데, 현대백화점 건 많이 아시더라고요.
현대백화점 2022 봄 키비주얼 The Hyundai 2022 Spring Visual
〈KEY TO HAPPINESS〉
Y: 그렇다면 대중들의 반응을 처음 터뜨렸던 작업은 뭘까요?
성령: 사실, 제가 입자필드를 보면서 '나도 저 안에서 같이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작업은 정현 언니랑 초창기 멤버분이 초기에 만들었던 입자필드 프로모션 비디오인데요. 그때 "이 팀 뭐지?"라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아요.
태경: 저도 그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Particlefield Promotion
성령: 또 대중의 반응이 컸던 건 아무래도 엔터 쪽 일을 했을 때이기도 했죠. 더보이즈(The Boyz) 작업했을 때 X(트위터) 같은 곳에서 반응이 진짜 컸고, 세븐틴이나 카리나 작업도 그랬고요. 카리나 데뷔 개인 티저 같은 경우 저희 롤이 엄청 크진 않았지만, 시기상 K-POP 일이 좀 맞아떨어져서인지 이후로 관련 의뢰가 많이 들어왔어요.
THE BOYZ 7TH MINI ALBUM [WHISPER]
태경: 잘한다는 반응 외에 또 "여기 대체 뭐 하는 팀이야?" 라는 식의 호기심적(?) 반응이 있기 시작했던 건 크러쉬의 'Ibiza' 뮤직비디오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Y: 맞아요! 그 작업 컨셉 진짜 강렬했잖아요. 색깔이 너무 확실해서 각인이 안 될 수가 없었죠.
태경: 원래는 그게 리릭 비디오로 의뢰가 왔었거든요. 근데 저희가 조금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서 이미지적인 걸 많이 넣었어요. 클라이언트가 원했던 게 진짜 '약 빤(?) 느낌'처럼 만들어 달라는 거여서, 그걸 가중하다 보니 "되게 재미있는 거 하는 팀인가 보다" 하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정현: 확실히 두세 명만 있을 때 커리어가 아직 많이 쌓여있지 않다보니, 그런 개성 있는 것들을 더 과감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Crush (크러쉬) - ‘Ibiza' MV
Y: 전 'Aiしてる(Ai시떼루)' 프로젝트도 너무 재밌게 봤어요. 그건 어떻게 작업하시게 된 거예요?
Aiしてる(Ai시떼루)
성령: 처음에는 채널을 만들고, 그 안에 TV 프로그램 여러 개를 만들자는 기획이 있었어요. 드라마, 시트콤, 광고, 예능 등등을요. 팀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던져보라고 했을 때, 당시에 제가 '하트 시그널'을 보고 있었어서 "그럼 AI와의 연애 프로그램 어때?" 하고 막연하게 던졌는데, 팀원들이 같이 디벨롭해줘서 만들어진 작업이에요.
태경: 성우분들과 연락해서 직접 녹음도 하고 하니까 또 다른 작업 같았어요. 컴퓨터로 그래픽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런 과정이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정현: 저희는 너무 무겁지 않은 패러디나 상황극 상상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저희의 본질적인 재미를 건드려주는······. 평소에도 이런저런 상황극을 엄청 많이 하고 아이디어로 적어놓는 편인 것 같아요.
Y: 지금까지의 수많은 작업 중 "이건 우리 팀이라서 가능했다!"고 느낀 프로젝트 하나만 꼽는다면요?
정현: ‘파티’라고 해도 될까요?
성령: 응, 파티 맞지.
입자필드의 밤
성령: 저희가 한 4년 전부터 저희끼리 연말 행사를 했거든요. 그저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장소와 옷도 세팅하고, 나름 프로그램도 세세하게 정해서 놀고 그랬는데 항상 행복했어요. 이걸 이번에 외부 사람들을 초대해서 크게 벌린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진심이 담긴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해요. 시기적으로 조금 여유롭기도 했고, 우리가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있다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준비한 일종의 연말 파티였어요.
Y: 와, 반응이 엄청났나 보네요. 몇 분 정도 오셨나요?
정현: 한 300명 정도 오셨던 것 같아요. 교수님도 오시고 그랬어요.ㅎㅎ 당일은 너무 정신없어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저희가 드레스 코드를 강조해서 준비했거든요.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맞춰서 입고 와 준 게 고맙고 진짜 사랑스러운 거예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이런 걸 재미있어 하는구나 싶었어요.
'입자필드의 밤' 드레스코드 공지
Y: 또 소개해주시고 싶은 프로젝트도 있나요?
성령: '영웅열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영웅열전 The Hero‘s Adventure Map
태경: AI로 만든 것, 아예 3D로 만든 것 등등 다양하게 많이 섞인 작업이에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첫 작업이기도 하고요.
성령: '우리 팀이라서 가능했다'고 느꼈던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나름대로 설계를 하고 체계적으로 들어간 작업이었지만, 변수가 있을 때 바로바로 고치고 하는 순발력이 필요했거든요. 서로 간의 긴밀한 대화가 중요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씩 뚝딱뚝딱 해낼 때 팀워크를 느꼈어요.
정현: 아영이가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같이 했던 작업이라 더 재밌었어요.
성령: 전시 주최측인 '피크닉(Piknic)'에서 주제를 제안해 주셨는데, 조셉 캠벨의 책을 가지고 영웅 일대기, 사업가의 일대기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책을 읽고 스터디한 후에 형식과 연출 방식을 기획했어요. 예전부터 커다란 화면에 시퀀스 없이 그림처럼 계속 흘러가는 걸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큰 공간을 쓰게 되어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제작 기간이 길지 않아서 선택한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했고요.
태경: 저희도 이 정도로 큰 영상을 만들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움직이는 그림처럼 요소들은 정말 많은데, 한 번에 렌더링을 걸어서 풀 영상으로 뽑아야 했거든요. 실수 하나 발견하면 또 몇 시간을 렌더 걸어둬야 했죠.
성령: 그때 상식 퀴즈 게임 계속했지?
정현: 한 번 걸면 2~3시간 기다려야 하니까, 새벽에 계속 상식 퀴즈 하면서 모든 나라의 수도를 줄줄 외웠죠.ㅎㅎ
Y: 프로젝트마다 공통된 입자필드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정현: 제 생각에 저희는 뭔가 하나를 포기를 잘 못해요. 되게 맥시멀(Maximal)해요. "우리 이번엔 되게 시크하게 해보자"라고 시작해도 결국에는 맥시멀하게 끝나는 것 같아요. 근데 그 이유가 저희가 너무 같이 달려들어서 작업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각자의 의견을 진지하게 다 반영하다보니 많은 요소가 들어가고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Y: 네 분의 스타일도 각각 다르실 것 같아요. 멤버분 별 작업물의 고유한 특징도 있나요?
정현: 태경이는 무언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기본기가 되게 탄탄한 느낌이 있고, 성령이는 그 반대로 소소하고 자잘한 디테일을 잘 살리는 느낌이 있어요. 아영이는 색감으로 치면 저희 셋보다 약간 채도가 낮은 걸 선호하고, 좀 더 깔끔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굳이 따지자면 덜어내는 쪽이죠. 저희는 빼는 걸 힘들어하고 넣는 걸 좋아하는데 아영이가 들어오고 나서 정도가 조율이 된 적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는… 뭔가 단점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좀 어두침침하고 더럽고 그런 스타일이에요. (웃음)
아영: ㅋㅋㅋㅋ 정현 언니는 약간 어두운, 좀 채도가 빠진 느낌이죠. 저는 셋 중에 저와 취향이 비슷한 건 항상 정현 언니라고 생각했어요.
💥 돌발 질문 ➊: 나의 최애 이펙트는?
성령, 정현, 태경: (동시에)'글로우(Glow)'. (다같이 빵터짐)
성령: 저는 이게 우리 공통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정현: 진짜 다들 글로우 좋아해요.
성령: 약간 얼버무리기 진짜 좋은 효과거든요. 넣으면 좀 괜찮아지는 효과로 노이즈랑 글로우를 꼽을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C4D에서 축(Axis) 맞추는 'Axis Center' 기능을 너무 좋아해서 커맨드 창 밖에 꺼내 놨어요. 며칠 전에 정현 언니가 "액션으로 크기 다 바꿔야 되는데 어떻게 해?"라고 물어봤을 때 제가 "저장될 때 진짜 좋은 거 있는데" 하면서 알려줬어요. 여러 이미지 저장을 원하는 이름으로 한 방에 해 주는 기능인데, 할 때마다 행복해요.
태경: 저는 'Hue/Saturation'을 진짜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아영: 너무 웃겨. 태경 오빠랑 저랑 로고 타이틀 작업을 같이 하는데, 보통 디자이너는 정확한 컬러 값을 넣어 놓잖아요. 근데 오빠 파일 보면 컬러 하나에 Hue/Saturation 레이어가 한 3개씩 잡혀 있어요.
정현: 저는 '트랙 매트(Track Matte)'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성령: 기분 좋지. 나는 트랙 매트는 'Invert'로 쓸 때 기분이 좋아. (정현: 진짜 변태같아...)
아영: 저는 포토샵에 있는 '필터 갤러리'요. 굳이 쓸 이유 없는 작업인데도 괜히 한 번씩 얹어봐요. 수치 조절하면서 "이미지 예쁘다" 하고, 쓰진 못하지만 그냥 저장하고······.
태경: 아! 저 그리고 '블렌딩 모드'도 진짜 좋아해요. 그걸 해야 이미지에 뎁스가 생긴다고 생각해서 항상 조정 레이어(Adjustment Layer)랑 같이 써요.
성령: 전 'Delete Unused Materials'나 'Remove Unused Footage'도요. 안 쓰는 거 한 번에 지우는 기능인데, 제가 정리하는 성격은 아닌데 그걸 할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영: 헉, 저는 걔 오히려 무섭던데. 필요한 건데 머티리얼 안 넣어놨다가 지워질까 봐요.
성령: 난 그거 한 번 누를 때 세 번씩 눌러. (웃음)
💥 돌발 질문 ➋: 반대로 선호하지 않는 기능은?
태경: '코너 핀(Corner Pin)' 싫어요. ㅠㅠ
성령: 푸티지 모서리 집어서 왜곡하는 건데, '메시 워프(Mesh Warp)'처럼 할 수 있는 거예요.
태경: 좋은 기능들이긴 한데 쓰면 무거워지는 것들이 있어서 싫어요. 예를들어 'Camera Lens Blur' 같은 건 다른 블러보다 퀄리티가 좋은데, 조금만 높여도 엄청 무거워지거든요.
성령: 'Pixel Motion Blur'도 재생이 버벅거리게 돼서 싫어요. 또 C4D에 'Bend'라는 게 있는데, 쓸 때마다 방향이 헷갈려요. 수치 올리면 알아서 구부러져야 하는데 방향이 말을 잘 안 들어서 몇 번을 돌려가며 짜증을 내죠.
태경: 그렇게 치면 옥테인(Octane)이 그냥 싫어.
성령: 옥테인에서 믹스 머티리얼(Mix Material) 쓰면 솔로(Solo) 보기 안 되는 거, 그거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요.
💥 돌발 질문 ➌: 나만의 작업 습관 혹은 딜레마는?
정현: 저는 무조건 시간순으로 처음부터 만들어야 돼요. 중간부터 만들면 안 되고 처음이 돼야 뒤에가 흘러가는 느낌이 있어요.
태경: 아, 그리고 정현이는 소스가 완벽하게 다 안 오면 작업을 아예 안 들어가요. ㅋㅋㅋㅋ
정현: 맞아요. ㅎㅎ 제가 좀 게으른 편이기도 하고 미루고 귀찮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요. 스스로 손이 빠르다고 생각해서 많이 미루는 편이기도 하고요.
아영: 저는 에펙(After Effects)에서 AI 파일을 불러올 때 습관적으로 레이어를 우클릭해서 'Create Shapes from Vector Layer'를 꼭 해요. 굳이 안 해도 되는데 안 하면 괜히 찝찝하고 왠지 선명하지 않을 것 같아요. ;;
정현: 아, 저는 그것도 있어요. 에펙에서 효과를 찾을 때 검색을 안 하고 일일이 스크롤 해서 찾아요. 처음에 배울 때 이것저것 실험해 보면서 하나씩 눌러보던 게 습관이 돼서요. 검색하려면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하잖아요.
Y: 영상 하시는 분들이 보면 이번 인터뷰 너무 공감하실 것 같네요. ㅋㅋㅋㅋ
Y: 이제 팀워크 얘기를 해볼까요? 네 분 MBTI는 어떻게 되시나요? 왠지 다 다르실 것 같아요.
정현: 저는 INTP요. / 아영: 저는 ENFP요. / 태경: 저는 INFP요. / 성령: 저는 INFJ.
아영: 성령 언니 휴가 때 저희 셋만 일한 적이 있는데, 언니만 유일하게 J거든요. 기간을 잡거나 뭔가 해야 할 일을 딱딱 정리하는 건 성령 언니 몫이 확실히 커요.
성령: 아영이는 팀 내 비타민 같은 롤이에요. 아영이가 있으면 확실히 분위기가 확 뜨는 느낌이 있어요. 노래를 부른다든가 깔깔거린다든가. 원래 태경이가 노래하면 저희가 약간 비난하거나 그러는데, 아영이는 같이해줘요.
아영: 태경 오빠가 부른 노래에 더블링을 하죠.
성령: 그리고 항상 생각하는 건데, 정현 언니는 제게 기둥이 되어주는 느낌이 있어요. 또, 태경 오빠는 제가 인정하기 진짜 싫어하지만… 약간 천재, 개그맨 같아요. 정현 언니가 얼마 전에 계속 그 얘기를 했거든요. "넌 천재 개그맨이 맞다"고요.
Y: '천재와 개그맨'인가요? '천재 개그맨(개그 천재)'인가요?
성령, 정현: 아니요. '천재', 그리고 '개그맨'.
성령: 개그 천재라고 하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안돼요.
(중략...)
Y: 입자필드는 멤버 간의 유대감이 정말 깊은 것 같아요. 우리 팀 진짜 오래 가겠다, 라고 느낀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정현: (웃음) 있으셨던 분?
성령: (웃음) 처음 모였을 때는 오합지졸 느낌도 강했고, '오래 가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예전 작업실 쓸 때, 아영이가 아직 들어오기 전 셋이서 완전 동고동락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일도 너무 많았고 번아웃이 오기도 했고요. 재미있던 순간도 있었지만, 갈등의 시간도 살짝 있었어요. '우리 진짜 오랫동안 함께 할 것 같다'는 확신이 그때 좀 들었어요. 뭔가 우리가 표면적으로만 재밌고 작업만 같이하는 사이가 아니구나라는 걸 그때 제대로 느꼈던 것 같아요.
정현: 음, 저는 어떤 특정한 순간이라기보다, 켜켜이 쌓여온 확신이라고 느껴져요. 성령이가 말한 대로 시간을 엄청 많이 보내면서, 외부로 나갔을 때 "이 이야기를 빨리 우리 안에서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거나, 코드가 제일 잘 통하는 가족 같은 관계가 된 걸 느끼니까요. 작업을 하면서 의견이 다르거나 분분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겪어오면서 "우리는 무슨 문제가 있든 다 같이 대화로 잘 해결하고, 같이 달려들어서 아이디어를 낸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꼭 이 분야가 아니더라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태경: 친한 스튜디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감정 상했을 때 얘기하는 방식이 되게 강하더라고요. "너는 이게 문제다"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는 성격 자체가 다들 그렇지 못하기도 하고, 그런 모진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조심스러워하는 느낌도 확실히 있고요. 그렇다보니 지금은 '오래 가겠다'는 신뢰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Y: 직접 피부를 맞대고 지내오면서 자연스럽게 쌓아온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껴집니다. 네 분이서 함께하시니 가끔은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을텐데요. 그럴 땐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논리왕? 아니면 다수결?
성령: 원래는 항상 다수결이라고 얘기해 왔는데, 의견이 다르면 설득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만약 누군가가 강력하게 그걸 피력하고 싶어 한다면 믿고 맡겨요.
정현: 최근에 스튜디오 운영하시는 분들과의 독서 모임에서 어떤 책을 읽고, 논리나 다수결의 방식으로의 논의가 길어지면 우리도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정해두는 방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다 같이 머리를 싸매야 하는 단계도 지났고, 신뢰도 충분히 쌓인 상태이고, 어차피 우리는 결국 서로 다 맞는 말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라면 최종 결정권자를 정해서, 논의는 자유롭게 하되 최종 결단은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하고 있습니다.
성령: 책은 〈창의성을 지휘하라〉인데요, 믿을 만한 사람들이 같이 피드백을 하지만, 결국 그걸 반영할지 더 디벨롭할지 선택하는 건 결정권자의 몫이라는 거죠. 그래야 그 과정에서 감정도 상하지 않고 모두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는 케이스를 설명했는데,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Y: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그룹 내에서는 그를 기반으로 하는 더 고차원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라는 선례를 입자필드같은 자리잡은 팀이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네요.
〈창의성을 지휘하라〉, 에드 캣멀
Y: 상업과 예술의 경계에서 늘 균형을 잘 잡으시는 것 같아요. 그 비결이 있다면요?
정현: 사실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희는 지금 그 균형을 잘 잡고 있진 못다고 생각해요. (웃음) 오히려 요즘은 무게추가 상업적인 영역으로 꽤 많이 기울어져 있는 시기라고 느끼거든요. 작업의 성격에서 보면 클라이언트 잡과 전시 등은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일을 상업과 예술의 두 가지 갈래로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것이 저희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보고 말씀해주시는 것이라면, 우리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것과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잘 이해하고 컨택해주시는 분들과 일을 할 때 더욱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도 합니다.
Y: 10년 뒤의 입자필드의 모습을 그리는 빅픽쳐가 있으신가요?
정현: 거창한 빅픽처는 없어요. 저희가 원래 "몇 년 뒤에 무조건 이걸 해야지" 하고 목표를 세워두고 달리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억지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그냥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가려고 해요. 지금처럼 눈앞에 놓인 재미있는 작업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10년 뒤에도 어딘가 꽤 괜찮은 곳에 흘러가서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요? 그때그때 우리한테 맞는 모양으로요.
Y: 마지막으로, 팀으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 준다면?
성령: 좋은 동료를 구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는 운 좋게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됐는데요,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자기한테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팀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성급하게 시작하기 보단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잘 찾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태경: 저도 성령이랑 비슷한 맥락인데요. 사실 주변을 보면 친한 관계로 기분 좋게 팀으로 시작했다가 기분 상해서 깨지는 스튜디오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그런 문제로 고민 상담하러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업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에게 상처를 줘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친한 관계와 같이 팀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서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친해도 일하다 보면 예민해질 수 밖에없는데, 그 순간에도 서로 감정을 다치지 않게 배려하고, 관계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결국 일이란 건 사람이 하는 거니까, 관계가 단단해야 작업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정현: 작은 팀으로 일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회사의 표준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해요. 각각의 개성이나 삶을 존중하면서, 일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저희는 12시에 출근을 하는데, 이 시간이 저희한테 제일 잘 맞아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돈을 버는 것이나 작업적 성취가 팀의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공동체 자체가 목적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팀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우리의 정답은 우리가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대안적인 삶의 방식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Bonus Time!
멤버 간 속마음 이야기
Q1. ◯◯에게 입자필드란?
성령: 애증...? 사랑과 미움이 어쩔 수 없이 공존하는.
태경: 나를 잘 아는 사람들.
정현: 청춘 ㅎㅎ
아영: 좋은 언니오빠들! :)
Q2. ◯◯이 최근 가장 많이 한 말은?
성령: 비속어
태경: 화장실.
정현: 졸귀(귀찮다.)
아영: "나도!"
Q3. ◯◯에게 ◯◯이란?
아영 → 성령: 솔선수범
태경 → 정현: 전생관계
성령 → 태경: 조커
정현 → 아영: 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