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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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 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외형적으로 현대적이라는 것은 정확하거나 정교한 것에 기반한다. 과거 아날로그라 불리던 시절의 결과물이 언제나 그랬듯 불분명하고 모호했던 부분을 현대의 도구와 기술력이 보다 정교하고, 보다 정확한 것으로 개량해 나간다. 그럼에도 현대적인 것이 언제나 과거의 결과물을 능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하이엔드’가 ‘클래식’에 앞선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정교함’, 혹은 ‘정확함’이 반드시 ‘모호함’, ‘불분명함’보다 앞선 덕목일 수 없으며, 정교함으로 대변되는 ‘차가움’이 불분명함 뒤편에 숨어있는 ‘따뜻함’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를 차치하고 표면적으로 하이엔드는 현대적인 성격에 정확함을 지향하고, 결과적으로 차가운 속성을 띠는 반면 클래식은 올드하고 형체가 뭉뚝하지만 따뜻함으로 귀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클래식’을 선호한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표면적인 속성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클래식 혹은 전통이 지닌 긴 발효 시간과 보편성이라는 넓은 스펙트럼의 힘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창작자로서 나는 ‘하이엔드’를 지향한다. 이는 생산자로서 어떤 식으로든 과거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혁신 의지’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차가움과 따뜻함, 전통과 혁신. 상반되는 외형적, 내형적인 성질에 도전하는 것. 공존하는 것. 가로지르는 것. 이것이 <평균>이 지향하는 바이다. <평균>은 전통적인 필기구인 붓을 활용해 만든 세리프 타입의 한글 폰트이다. 다만 붓글씨를 본뜨거나 다듬는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붓 모양을 수식으로 개념화하고 각도를 정량화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획을 둘로 나누어 붓의 깊이를 극단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일정한 기울기의 획을 활용해 전체 구조를 균등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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