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산돌 사이시옷: 타입 컨퍼런스의 주제는 '탐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탐구의 얼굴이 물음표가 되기까지,
그 과정을 살펴볼게요. 또 하나, 사이시옷 체크인 키트에는 11월 새로이 출시될 「SD 초양」의 견본집이 담겨 있어요. 「SD 초양」을 더 잘 소개하기 위해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도 함께 들여다볼게요!
탐구를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탐구'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탐구'가 어떤 개념이자 동시에 하나의 행위라고 생각했어요. 이를 시각화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 무엇일지가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처음에는 '탐구는 파고드는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디깅(digging)을 표현해 보기도 했고, 탐구하면 떠오르는 오브제로 그래픽 실험을 해보기도 했어요. AI 툴도 사용하며 가능한 한 많은 방향을 시도했습니다.
모든 시도가 와닿지 않았던 차에 ‘모든 탐구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라는 문장을 떠올렸어요. 탐구는 결국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마음'에 있고, 행사 주제를 관통하는 문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리고 물음표가 '탐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기호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아주아주 많은 물음표를 그려보기 시작했는데요, 기준은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물음표를 해체하기입니다. 탐구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조각이 맞물려지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물음표를 최대한 많이 분해했고, 그 조각들을 패턴처럼 쌓아 조각보처럼 만들어보기도 했죠. 두 번째는 물음표인 듯 아닌 듯하게 그리기입니다. 최대한 다양한 형태의 물음표를 그리려면 큰 곡선의 몸체와 작은 점으로 찍히는 기존 구조를 벗어나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물음표인가? 아닌가?' 헷갈리는 지점이 생겼어요. 나아가 물음표가 꼭 물음표처럼 보여야 하는 지에대한 논의로 이어졌죠. 오히려 그 모호함이 시각적인 재미를 주고, '탐구'라는 개념에도 더 가까워지는 듯했어요.
이렇게 해서 사이시옷 행사장에서 여러분이 보셨던 비주얼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떻게, 이 물음표들이 ‘탐구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나요?
이제는 적용할 차례
만들어진 비주얼을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데요. 행사 전반에 일관되게 노출되는 비주얼인 만큼, 적재적소에 잘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죠.
행사장 공간에서 크게 보이는 요소들은 컬러를 세 가지로 고정했어요. 물음표가 아닌 조각난 일부만 보여주기도 하면서 강약을 조절했어요.
프로그램 북이나 손목띠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작은 재미 요소를 더했는데요. 현장 등록 시 참가자들이 '나의 탐구자 유형'을 선택할 수 있었고, 그 결과에 맞춰 스티커를 붙여 나만의 프로그램 북 표지를 완성하거나, 손목띠만 봐도 각 참가자의 유형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어요.
컨퍼런스 쉬는 시간마다 플레이되던 모션그래픽은 조금 더 설명적인 방향으로 구성했어요. 'IT ALL BEGINS WITH A QUESTION’이라는 문구를 강조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탐구'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행위들을 추가로 그려 넣었죠. 물음표 자체가 이미 상징적인 기호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서는 조금 더 친절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했어요.
또 다른 탐구, 「SD 초양」 견본집
사이시옷 첫 번째 세션은 산돌의 새로운 폰트, 「SD 초양」에 대한 강연이었는데요. 참석자분들이 행사 이후에도 내용을 복기하실 수 있도록, 체크인 키트에 「SD 초양」 스페시먼을 함께 담아 배포했습니다.
「SD 초양」은 1900년대 초 을유문화사에서 간행된 《조선말큰사전》의 한글 민부리 활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폰트예요. 그 뿌리를 보여주고자 사전 형식을 빌려왔어요. 《조선말큰사전》이 사라져가는 한국어를 모은 것처럼, 우리는 사라져가는 순우리말을 모아보기로 했죠.
순우리말 중에서도 '해의 움직임 혹은 농도'와 관련된 단어들을 모았어요. '초양(初陽)'은 아침에 떠오르는 햇빛을 뜻하는데요. 《조선말큰사전》의 역사적 의미와 폰트의 따뜻한 인상을 고려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이 컨셉을 보여주기 위해 ㄱㄴㄷ 순이 아닌, 해가 뜨는 초양의 순간부터 해가 지고 난 새벽까지 시간순으로 단어를 배열했어요. 또 시간의 흐름과 배경에 따른 가독성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도 포함시켰어요. 표지와 슬리브는 해가 뜨는 순간을 그래픽으로 표현했어요. 본책이 빛나는 해라면 슬리브는 그 빛줄기처럼 보이도록 해, 책을 들어 올리면 해가 뜨는 장면처럼 보이기를 의도했답니다.
최근 폰트 트렌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자폭이 좁은 편인데요. 「SD 초양」은 이와 달리 평체에 가까운 인상을 줍니다. 이는 「SD 초양」의 기본 구조에서 비롯돼요. 한 글자가 1,000×1,000 유닛 내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판형도 정사각형으로 설정했어요. 개인적으로 「SD 초양」은 라틴과 한글, 그 조합이 특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요. 한글과 영문을 함께 보여주는 페이지를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레이아웃을 구성하기도 했어요.
초양이 가진 의미나 폰트 디자이너의 의도를 최대한 많이 담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받아보신 분들에게도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곧 출시되는 「SD 초양」, 여러분들의 후기도 정말 정말 궁금해지네요!
이렇게 2025 사이시옷의 키 비주얼과 「SD 초양」 스페시먼 개발 과정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모쪼록 이번 사이시옷이 즐거운 탐구와 교류의 장이었기를 바랍니다. 2026년에 진행될 사이시옷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많관부!
Editor
산돌 브랜드디자인팀 박정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