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한 번은 마주치는 말들이 있어요. '세리프', '산세리프', '부리', '민부리' 같은 용어들인데요. 어디선가 들어는 봤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헷갈리기 쉽죠. 오늘은 이 폰트 용어들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왜 이런 용어를 쓰게 되었는지 하나씩 짚어볼게요.
핵심 요약: 세리프·부리 용어 3줄 정리
➊ 세리프(Serif) — 알파벳 획 끝에 돋아난 돌출부, 산세리프(Sans-serif)는 그것이 없는 글꼴을 말해요.
➋ 부리 · 민부리 — 한글 폰트에서는 부리(획 끝의 돋아난 부분)와 민부리(부리가 없음)라는 용어를 써요.
➌ 명조 · 고딕과의 차이 — ‘명조·고딕’은 어원상 정확한 분류 용어가 아니라, 형태 기준으로는 부리·민부리가 더 적절해요.
세리프(Serif)란?
'세리프'란 알파벳 획의 끝에 돌출된 부분을 얘기해요. 어떤 문자든 그 생김새는 쓰기 도구의 영향을 받는데요. 과거에는 세리프가 비문에 끌*로 글자를 새기면서 획 끝에 생긴 흔적이라는 주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사각붓으로 글자를 그릴 때 붓의 얇은 변을 따라 획의 끝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엣지'가 세리프의 기원이라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활자의 역사는 곧 세리프의 역사라는 말처럼 세리프는 글자의 특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요소예요. 오늘 세리프의 기원에 대해 모두 다룰 수는 없으니 '세리프'가 획 끝의 돌출부라는 정의만 확실히 알아두도록 해요.
*끌 : 표면을 긁거나 구멍을 낼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산세리프(Sans-serif)'에서 'Sans'는 프랑스어로 '없다'는 의미예요. 말 그대로 '세리프가 없다'는 뜻이죠. 줄여서 '산스'라고도 불러요. 산세리프 계열도 세리프 계열과 마찬가지로 더 세분화할 수 있는데, 세리프가 없기 때문에 글자의 구조나 획의 형태로 구분해요.
한글에도 세리프가 있을까?
라틴 폰트를 분류하는 기준이 세리프의 유무이듯, 한글 폰트 또한 부리*의 유무로 구분할 수 있어요. 흔히들 '명조'와 '고딕'이라는 말로 이 둘을 구분하지만, 사실 두 용어는 각각 중국 명나라 시대의 한자 서체, 그리고 서양의 블랙레터 서체를 부르던 이름에서 비롯된 말이라 한글 폰트의 특징을 정확히 담고 있는 표현은 아니에요. 그래서 폰트를 형태 기준으로 명확히 분류해야 할 때는 오직 부리의 유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리 계열', '민부리 계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해요.
*부리 : 획의 시작과 끝 또는 꺾이는 부위에 돋아난 부분을 말합니다. 세리프와 대응되는 말이지만 쓰기 도구와 방법이 달라 같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민부리'는 부리 앞에 '없다'는 의미를 가진 '민'을 붙여 부리가 없는 글꼴을 부를 때 쓰는 말이에요. 마찬가지로 영문 글꼴의 산세리프와 대응되는 용어고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세리프와 산세리프는 시대와 형태적 특징에 따라 더욱 세분화한 용어들이 있지만, 한글에는 최근에서야 그런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세리프·부리 용어 한눈에 비교하기
| 구분 | 라틴 폰트 표기 | 한글 폰트 표기 | 특징 |
|---|---|---|---|
| 돌출부 있음 | Serif (세리프) | 부리 계열 | 획 끝에 돋아난 부분이 있음 |
| 돌출부 없음 | Sans-serif (산세리프) | 민부리 계열 | 획 끝이 매끄럽게 마무리됨 |
*참고: 흔히 쓰는 '명조·고딕'은 관용적으로 위 분류와 비슷하게 쓰이지만, 엄밀한 형태 기준의 동의어는 아니에요.
마치며
용어도 언어예요. 그렇기 때문에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요. 한글 글꼴은 라틴 글꼴처럼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정리되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그런 시도들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서로 다른 관점과 배경으로 붙여진 용어가 곳곳에서 뒤섞여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생태계의 모습이라 생각해요.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상황에 맞는 소통에 집중하는 거예요. 명조와 고딕이 자연스러운 자리에서는 그 말을 쓰고, 형태를 정확히 구분해야 할 때는 부리·민부리라는 용어를 꺼내는 것처럼요. 뜻하는 바를 더 잘 설명하는, 더욱 강한 생명력을 가진 용어가 살아남고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느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