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삐뚤게 보는 광고 스튜디오 「스튜디오좋」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할까요?
송민우 디자이너는 스스로 미감이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거를 제시해 설득합니다.
주관적인 것보다는 객관적인, 감보다는 개념적인 소스를 찾으려하는 「스튜디오좋」의 그래픽 디자이너 송민우를 만나
광고 업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과 폰트 사용 방식, 그리고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물었습니다.
―민우님의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광고대행사 「스튜디오좋」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송민우입니다. 광고 영상에 사용되는 그래픽 에셋이나 캠페인 포스터, 패키지, 굿즈, 옥외 광고, SNS, 폰트 등 분야 구분없이 브랜드에게 필요한 디자인은 모두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주력 분야는 타이틀 레터링과 타이포그래피입니다.
―「스튜디오좋」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사실 어떤 분야로 일을 시작할지 결정을 못 한 채로 졸업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레터링에 제일 흥미가 있었지만, 어떤 곳에서 레터링 작업을 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마침 스튜디오좋에서 레터링 작업이 가능한 그래픽 디자이너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이라면 레터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작업을 시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광고 스튜디오의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업계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튜디오좋」의 클라이언트 분들은 새로운 시도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가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것들을 먼저 제안하기에도 좋고, 아예 생각지도 못했던 작업들을 하게 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또 광고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작업들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좋」은 광고 업계 중에서 폰트를 가장 과감히 사용하는 스튜디오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회사 공동대표이신 송재원 감독님께서 디자인 전공이시기도 하고, 또 폰트 작업으로 졸업하셨어요. 그래서 폰트와 레터링 분야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남다른 분입니다. 저를 채용하신 것도 그런 부분에서 좀 더 강점이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감독님의 성향이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드러난게 아닐까 싶어요.
―광고에서 폰트가 가진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광고라고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는 카피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카피에 어떤 폰트를 쓰느냐에 따라 또 어조가 바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폰트가 브랜드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광고 스튜디오에서 폰트를 직접 기획하는 방식이 무척이나 신선했는데요. 「미원」 프로젝트의 전개 방식이 궁금합니다.
「미원」의 ‘바람, 바람, 맛바람’이라는 캠페인은 다양한 음식 이름이 영상에 등장하는 게 중요한 컨셉이었습니다. 특히 「미원」 브랜드가 창립 초기부터 한자와 한글을 꾸준히 동일한 형태로 유지하고 있어서 이게 또 브랜드의 소중한 헤리티지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그 로고타입을 활용한 폰트를 제작해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미원」프로젝트에서 「미원체」폰트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일차적으로는 저희 영상에 활용하기 위함이었고, 폰트화해서 배포까지 하게 된 이유는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감칠맛을 내주는 미원’이라는 캠페인 메시지를 영상 뿐만 아니라 ‘폰트’라는 매체를 통해서도 전달을 하고 싶었어요.
―광고 프로젝트가 아닌 폰트로 iF Design Award 2023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수상했어요. 「미원체」로 해당 어워즈에 출품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미원체」를 제작한 것과 동일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스튜디오좋」이 디자인적으로도 강점이 있는 회사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처음 폰트를 제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미원체」는 제가 일단 초기 기획안과 씨글자 200여 자를 제작했고, 이후에 협력사가 나머지 글자들을 파생해주는 프로세스로 진행이 됐는데요. 기존에는 많아 봐야 10자에서 20자 정도의 레터링 작업밖에 안 해봤던 터라 200자를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특히 일정 관리에 대한 감이 없다보니 씨글자를 협력사에 전달하는 단계에서는 주말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그냥 계속 폰트만 제작했던 것 같아요.
―빙그레우스 세계관을 구축하는 「스튜디오좋」의 접근 방식 재밌다고 느껴왔는데요. 후속작인 「빙그레 메2커를 위하여」 캠페인 전개 방식이 궁금합니다.
「빙그레 메2커를 위하여」 프로젝트는 기존의 빙그레우스 IP를 활용해 서사를 더 탄탄히 구축하고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타이틀 레터링이나 그 안에 들어가는 디자인 에셋들을 담당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모두 알아챌 수는 없겠지만, 스쳐 지나갈 법한 작은 요소에도 하나하나 브랜드와 스토리를 녹이면서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빙그레 메2커를 위하여」 영상 곳곳에 「Sandoll 가웨인」이 사용되었네요. 프로젝트 대표 폰트로 선정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Sandoll 가웨인」은 세리프 형태 때문에 빙그레우스 세계관의 판타지 무드에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구조가 단단하고 패밀리 수가 많아서 프로젝트에 활용하기에 제일 적합한 폰트였습니다. 영상의 하단 자막이나 노래 제목, 등장인물 소개 등 글자가 들어가는 모든 부분에 다 「가웨인」을 사용했습니다.
―당시 「가웨인」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규 폰트였어요. 「스튜디오좋」은 사용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규 폰트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요. 이러한 사용 방식에 배경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폰트의 외형이 이 브랜드와 콘텐츠에 잘 어울리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폰트의 외형이 익숙하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스튜디오좋」이 폰트와 레터링 분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도 하고요. 또 이걸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게, 저희 클라이언트 분들은 대부분 새로운 시도를 기대해서 폰트에 대해서도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버거킹 글로벌에서 사용하는 브랜드 폰트인 「Flame」의 결에 맞는 한글 레터링을 작업하셨어요.
「버거킹 트러플 머쉬룸 와퍼」 캠페인을 진행할 때, 이미 사용하고 있는 지정 폰트와 상관없이 브랜드와 콘텐츠에 제일 잘 어울리는 타이틀 디자인을 의뢰받았습니다. 이전에 버거킹 글로벌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와 브랜드 폰트를 인상 깊게 봤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버거킹 브랜드 폰트인 「Flame」의 형태를 차용해 새롭게 타이틀을 작업하고자 했습니다.
―라틴에 잘 어울리는 한글 레터링을 작업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Flame」은 식감을 자극하는 형태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글화하는 과정에서 두툼하고 포만감이 드는 획의 형태를 고민하고 구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세부적인 부분으로는 「Flame」이 세리프와 산세리프 사이의 중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서 한글에 이러한 특징적인 부분을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 소주 프로젝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신년 굿즈, 한복 등 한국적인 요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포인트가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새로」는 런칭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스튜디오좋」과 함께하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클라이언트가 「새로」 소주의 이미지에 한국적인 부분을 많이 사용하기를 바랐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타이틀 레터링이나 영상에 들어가는 그래픽 에셋, 포스터나 굿즈 등 필요한 디자인 작업들을 담당했습니다.
―「새로」 소주의 타이틀 레터링을 작업하실 때 어떤 포인트를 강조하려 했나요?
「새로」의 타이틀은 일단 문자도를 컨셉으로 시작되었는데요. 그 부분은 기획 초기부터 결정이 되어 있던 사안이었습니다. 문자도를 찾아보시면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한자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저는 그중에서도 「새로」 브랜드의 앰배서더인 ‘새로구미’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선형의 문자도를 차용했습니다.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부분은 구미호인 ‘새로구미’의 물기 가득한 꼬리로 글자를 썼을 때 어떤 형태가 나올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구현하려 노력했었던 것 같습니다.
―「Sandoll 월인천강지곡」과 「Sandoll 늦봄」을 서브 폰트로 사용했네요.
「Sandoll 월인천강지곡」은 「새로」 소주의 로고타입과 골격이 유사하면서도 한국적인 인상을 내기에 좋아서 사용하게 됐고요. 「Sandoll 늦봄」의 경우 타이틀 레터링처럼 수분감이 느껴지는 인상과, 「새로」 소주의 특징 중 하나인 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반영하기에 적합해서 서브 폰트로 선택했습니다.
―진로를 결정하기 전 레터링 디자인에 가장 흥미가 있다고 하셨어요. 흥미를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하면서 김기조 씨의 작업을 많이 접했었는데요. 사실 워낙 악필이기도 해서 레터링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레터링 작업을 시작했던 것은 학부 시절 2학년 타이포그래피 수업 이후였습니다. 글자 하나를 만들려고 오만 노력과 시간을 쏟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라 그 이후로 레터링 작업을 꾸준히 하게 됐습니다.
―레터링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판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판독성을 떨어뜨리는 것도 좋지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면 사실 판독성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는 레터링이 브랜드와 콘텐츠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과정과 기존 형태를 너무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의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우선 참고할 만한 폰트를 디깅을 하는 편이에요. 의도한 인상이 있으면 거기에 어울리는 골격과 두께감을 가지고 있는 폰트들을 먼저 셀렉하고요. 생각하고 있는 어떤 장식적인 형태나 좀 돋보이는 포인트들을 구분해서 폰트를 셀렉하는 편입니다. 두 가지를 조합했을 때의 인상이 의도와 비슷하면 레퍼런스로 차용하기 좋은 것 같아요.
―민우님만의 디자인 방법론이 있다면요.
저는 미감이 뛰어난 디자이너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되도록 모든 디자인에 이유를 생각하며 작업하는 편입니다. 시안을 여러 개 벌려서 선택하게 하기보단, 설득력을 갖춰서 결과물에 납득하도록 하는게 저에게도 좋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력을 잘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맡게 된 프로젝트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 공부합니다. 시각적인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개념적인 소스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합니다. 또 작업자인 저의 만족과 클라이언트의 만족, 최종 소비자의 만족을 관통하는 교집합을 찾으려 합니다.
―개념적인 소스는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나요?
대부분 데스크 리서치로 자료를 수집하는데요. 우선 해당 프로젝트의 자료와 브랜드의 공식 자료를 살펴보고, 그동안 어떤 메시지와 비주얼로 광고를 제작해 왔는지도 확인합니다.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와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로」의 문자도 레터링이나 디자인 에셋을 작업할 때는 형식미나 역사적인 고증을 위해 각종 박물관의 도록이나 유물,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방법론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스쳐 지나갈 법한 아주 사소한 부분이더라도 브랜드의 특성을 담거나 메시지를 부여하는 것이 스튜디오좋의 기조이기도 하고요. 단순히 여러 가지 시안을 보냈을 때보다, 한두 가지의 시안이어도 의도와 설명이 뒷받침 되었을 때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방법론을 적용할 때 유의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동일한 방법론을 사용하면서 틀에 갇혀가고 있지는 않은지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법론이 한 번 효과적으로 작용하면 그걸 정답처럼 생각하고 다른 프로젝트에도 적용해보게 되는데, 당장은 쉽고 빠른 방법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무기를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광고 스튜디오 안에서 클라이언트 잡을 수행하는 디자이너로서, 각양각색의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솔루션은 각기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의 방법론을 고민해보는 여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혹은 어떤 길을 걷고자 하는지 ‘디자이너 송민우’의 방향성이 궁금해요.
구체적인 방향성이 있다기보다는, 지금 느끼고 있는 작업에서 흥미와 재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광고 프로젝트에 타이틀로 사용하기 좋은 폰트들을 제안해 주세요.
「Sandoll 테이피」, 「SD 그레타산스」, 「함렡」, 「Sandoll 곧은부리」, 「SD 페트라」를 추천해요. 주목도와 완성도가 높아서 다양한 장르의 광고 타이틀에 두루두루 활용하기 좋은 폰트들이라 생각합니다.
송민우's Pick!
상품 구입시 주의사항
- in sight of 스튜디오좋 송민우 구매 가능 기간 : 2024.07.30. - 9999.12.31.
- 사용 가능 기간 : 구매일로부터 365일 동안 사용 가능
- 산돌구름 셀렉샵 상품의 경우 판매 기간 종료시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 구매와 동시에 사용 기간이 차감됩니다.
- 남은 사용 일자는 개인구매내역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사용기간이 종료되면 산돌구름에서 자동으로 상품이 삭제됩니다.
- 위 상품은 임베딩을 제외한 모든 라이선스 사용이 가능합니다.
- 구매 후 365일 동안 제작한 결과물은 상품 종료 후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 폰트에 따라 지원하는 파일형식(OTF, TTF)이 다를 수 있습니다.
- 모바일 환경에서 폰트 사용시 산돌구름앱과 호환되는 일부 앱에만 적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