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팬덤의 연말 보너스를 위협하는💘 폰트들
: 2025 K-POP🏆 연말 결산
눈 깜짝할 새 12월, 여러분의 2025년 플레이리스트🎧는 안녕하신가요!
상반기에 ‘도파민'을 충전했다면, 하반기엔 심장을 흔드는 '서사’를 써 내려갈 차례입니다.
찬 바람이 불면 붕어빵보다 먼저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돌들의 컴백과 연말 무대죠. 💃🕺
두꺼워진 옷차림만큼이나, 하반기 앨범 아트들은 한층 더 묵직하고 과감한 옷을 입었습니다.
2025년의 마지막 트랙💿을 재생할 시간입니다.
상반기보다 더 다채롭고 강렬해진 타이포그래피의 향연.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K-POP 폰트 트렌드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
(안녕하세요. 6개월 만에 돌아온 에디터 Y입니다.
이번에도 에디터의 사심이 듬뿍 담긴 큐레이션임을 미리 이실직고합니다.
한 해 동안 우리들의 귀와 눈을 책임져준 모든 K-POP 아티스트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01. 클래식의 귀환, Cinematic Serif 🎞
1부(→바로가기)에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 클래식의 기본, ‘고딕’의 무한한 변주를 이야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찬 바람이 불고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가 오면, 우리는 좀 더 묵직한 이야기들에 마음을 주게 됩니다.
타이포에 부리(Serif)가 생기는 순간, 글은 한 편의 서사가 되는 것 같아요. 하반기의 아티스트들은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덜어내는 대신, 글자 본연의 우아함에 집중했습니다.
‘세리프’라는 감성 한 스푼 두르고 ‘명작 시네마’로 변신한, 25년 하반기의 주역들을 아래 소개할게요.
〈Fame〉, RIIZE (2025.11.24)
RIIZE의 정규 1집 이후 6개월 만의 신보이자, 최고 성적을 기록했던 'Get A Guitar' 이후 약 2년 만에 CD로 돌아온 앨범입니다. 팬들이 꽤 반가워 할 만하죠.
이번 앨범의 삽입곡부터 주목해 볼까요? 아이돌을 좋아해 본 사람들만이 알 거예요, 내 최애가 R&B를 들고 왔을 때의 기분을······.
첫 번째 트랙 〈Something’s in the Water〉는 바로 끈적하게 가라앉는 몽환적인 리듬 앤 블루스인데요. 이 무드를 비로소 완성하는 건 단연 타이포그래피입니다.
흑백 저택 위로 날카롭게 뻗은 ‘모던 세리프(Modern Serif)’ 폰트는 실처럼 가는 가로 획과, 단단한 세로 획을 지녔죠.
이 대비가 주는 텐션이 마치 흑백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를 보는 듯 합니다.
화려한 색채를 덜어낸 자리에 남은 우아함, 이것이 라이즈가 보여주는 ‘Fame’ 무게가 아닐까요?
〈Maybe Tomorrow〉, DAY6 (2025.05.07)
‘믿고 듣는 데이식스’는 이번 겨울, 한 편의 동화책을 들고 왔습니다. 밤하늘의 커튼이 걷히고 팬덤 ‘마이데이’를 위한 연극을 시작하는 느낌의 앨범 자켓인데요.
사용된 폰트는 전형적인 ‘올드 스타일(Old Style)’ 계열의 명조체입니다. 라이즈의 폰트가 차갑고 날카로웠다면, 데이식스의 폰트는 잉크가 종이에 스며든 듯 따뜻하고 부드러운 끝처리가 특징입니다. ‘Maybe Tomorrow’라는 문장이 주는 막연한 희망을, 이 서정적인 폰트가 다독이듯 감싸 안습니다. 텍스트 자체가 하나의 따스한 삽화처럼 느껴지는 디자인, 겨울밤 이불 속에서 듣고 싶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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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Deepdene2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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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Freight Text Pro12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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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Mackinac8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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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Cloister6종·Serif
〈EROS〉, 이찬혁 (2025.07.14)
“우리 찬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언젠가부터 우리들에게 흐뭇한 미소와 함께 깊은 믿음을 주는, 아티스트 이찬혁의 25년 대히트 앨범 〈EROS〉입니다. 역동적으로 흔들리는 피사체, 흑백의 거친 노이즈. 이토록 불안정하고 강렬한 스냅샷 위에 얹어진 폰트는, 놀라울 정도로 정직하고 티미한 초록빛의 ‘클래식 세리프’입니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고전 명화 아래 붙은 캡션 같지 않나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트랜지셔널 세리프(Transitional Serif)’를 사용해, ‘EROS(사랑)’라는 단어를 담담하게 정의 내립니다. 시각적인 형태는 흐릿하게 날아가도, 정보의 본질만큼은 또렷하게 남기겠다는 의도. 텍스트의 볼륨이 작아도 앨범 전체를 압도하는 분위기, 그것이 바로 ‘세리프라는 클래식’이 가진 힘입니다.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려도, 멸종 위기에 처해도, 빛나는 눈으로 말하고자 했던 비비드 라라 러브. 이찬혁이 음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란 것을, 이토록 아름다운 세리프 폰트 외에 과연 그 어떤 큐피트가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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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Rocky10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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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Leksikal Serif14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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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Miller Daily16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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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Foxtrot4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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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Kings Caslon6종·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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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Eskorte Latin12종·Serif
#02. 내 맘대로 휘갈겨! 프리스타일 그래피티 🖍
이번 트렌드는 수업 시간 몰래 교과서 귀퉁이에, 혹은 스케이트 보드에 마커로 벅벅 문대어 그린 듯한 날것의 낙서같은 타이포그래피예요. 일기장보다는, 틀려도 되는, 아니 틀려도 고치지 않을 연습장처럼 자유분방하죠.
디지털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삐뚤빼뚤한 매력. 내키는 대로 휘갈겨서 고유의 매력이 더 살아나는 이 구역의 자유로운 영혼들을 위한 아트웍들입니다.
⚡ 단단한 벽을 뚫고 나온 에너지
〈HYPE VIBES〉, S.COUPS X MINGYU (2025.9.29)
〈BEAT IT UP〉, NCT DREAM (2025.11.17)
세븐틴 힙합팀의 두 기둥, 쿱스와 민규가 뭉쳤는데, 결과물이 과연 얌전할 리 없습니다. 앨범의 타이포는 90년대 뉴욕의 지하철을 수놓았던 ‘올드스쿨 그래피티(Old School Graffiti)’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두껍고 각진 아웃라인, 글자끼리 겹치고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덩어리감을 보세요. 마치 스프레이 락카로 방금 막 벽에 휘뿌린 듯한 와일드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세븐틴 특유의 자신감, 호쾌함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타이포그래피와 아티스트의 브랜딩이 잘 연계되었을 때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시너지란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이번엔 옆 앨범을 보죠. 드림이들이 트럭을 타고 질주를 시작했거든요. 심상찮은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앨범의 타이포는 읽히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에 집중한 ‘와일드 스타일(Wild Style)’ 그래피티입니다. 글자가 불타오르는 듯한 형상과 거친 노이즈 텍스처가 포인트인데요. 얌전하게 정돈된 컴퓨터 폰트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폭발적인 비트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 악동들의 코믹한 낙서장
〈DICE〉, ZOONIZINI (2025.08.13)
〈Play Hard!〉, TWS (2025.10.13)
반면에 두 앨범을 볼까요? 앞 앨범들에게 캔버스가 거친 벽이었다면, 이 두 주자들에게는 만화책과 연습장입니다.
좌측 앨범의 팀명 ‘ZOONIZINI’를 그린 방식이 아주 흥미로워요. 마치 미국 레트로 카툰 타이틀 로고처럼 디자인되었는데요. 과장되게 찌그러트린 형태에, 망점(Halftone dot) 효과를 넣어 인쇄물 특유의 빈티지한 질감을 살렸습니다. 맘대로 구겨놓은 글자 형태가 ‘개구쟁이 캐릭터’ 같은 유닛의 유쾌한 정체성을 대변해 줍니다.
오른쪽에는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외치던 청량 소년들이 보드를 들고 거리로 나왔는데요. 그들의 로고에도 역시 반듯하게 그은 선은 하나도 없습니다. 매직이나 마커로 연습장에 쓱쓱 그려낸 듯한 ‘핸드 드로잉’ 스타일이죠. 교과서 귀퉁이에 몰래 그린 낙서처럼 획들이 삐뚤빼뚤하고 제멋대로 튀어나가 있는데, 투어스의 소년미를 한 층 더 끌어올려주는 효과를 가지죠. 이처럼 아티스트가 가진 이미지와 함께 어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전달되는 서사는 무한히 다채로워집니다.
#03. 숨 쉴 틈 없이 꽉꽉, 스몰 카운터! 🌝
"여백의 미? 저희는 '만원(Full)'의 미를 추구합니다."
이번 챕터의 주인공들은 아주 욕심쟁이입니다. 글자 안의 하얀 공간(Counter, 속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검은 잉크로 빽빽하게 채워 넣었거든요. 쉽게 말해 폰트가 벌크업을 한 거죠. 이 폰트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밀도감'이죠.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한 존재감. 2025년 하반기, 리스너들의 시야를 빈틈없이 장악한 '헤비급' 폰트들을 만나보시죠.
🪜 위아래로 길게 뻗은 기둥들
〈BURNING UP〉, MEOVV (2025.10.14)
〈PERCENT〉, ONEW (2025.07.15)
괴물 신인 미야오가 커버 가득 불을 질렀습니다. 위아래로 한껏 잡아늘린 '컴프레스드(Compressed)' 산스입니다. 글자의 속공간(Counter)이 실눈을 뜬 것처럼 아주 좁죠? 덕분에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신전의 거대한 기둥처럼 보입니다. 멤버들의 힙한 데님 스타일링 뒤로 뿜어져 나오는 네온 사인 효과와 결합되어, 신인의 패기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꽉 채워 보여줍니다.
오른쪽 앨범아트는 온유의 목소리만큼이나 빈틈없는 디자인입니다. 파란색 타일 그리드 위에 놓인 'PERCENT'는 마치 잘 지어진 건축물의 일부 같습니다. 극도로 좁은 장체(Condensed) 스타일을 사용해, 글자 사이의 간격과 글자 내부의 공간을 한계치까지 좁혔습니다. 덕분에 텍스트가 아니라 단단하게 잘 짜인 '면'처럼 느껴지죠.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이 직선적인 타이포그래피는, 온유가 보여줄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 세계를 예고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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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ntypeDain 핫바1종·Display,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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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toRephlex1종·Dis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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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ton MaagBlenny1종·Display,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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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toAtomgrad2종·Display
🐻❄️ 귀여운 얼굴에 그렇지 않은 무게감
〈SOFT ERROR〉, Yves (2025.08.07)
〈UPSIDE DOWN〉, AB6IX (2025.08.25)
솔로 아티스트 이브의 앨범 폰트는 마치 풍선을 빵빵하게 불어넣은 듯 부풀어 있습니다. 특히 'O'와 'R'의 카운터는 바늘 구멍처럼 작아져 있죠. 두 번째로 에이비식스의 〈UPSIDE DOWN〉에는 아주 두껍고 기하학적인 산스 폰트가 위아래로 배치되었는데요. 'P', 'D', 'O'의 둥근 속공간이 아주 작게 표현되어 있어, 글자가 둥둥 떠다니지 않고 묵직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줍니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파스텔 톤의 배색을 단단한 '엑스트라 볼드(Extra Bold)' 폰트가 눌러주며 균형을 맞춥니다.
#04. 혀끝에서 느껴지는 쇠맛과 광기 🩸
이번 챕터의 폰트들은 아주 위험합니다. 납작붓으로 얌전하게 쓴 줄 알았더니, 붓끝에 독을 묻혔어요. 중세 시대 수도사들이 쓰던 고전적인 '블랙레터' 서체가 케이팝을 만나 메탈 갑옷을 입었습니다. 뾰족한 가시, 차갑게 번쩍이는 크롬 질감, 기괴하게 비틀린 좌우 대칭의 형상까지. 가독성은 과감히 포기하고 오직 강렬한 포스만을 남긴, 이 구역의 진정한 센캐들을 소개합니다.
🎸 락스타의 귀환
〈Rich Man〉, aespa (2025.09.05)
〈Siren〉, Aeonit (2025.08.28)
'쇠맛'의 원조 맛집, 에스파가 이번엔 제대로 된 '락스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기타 피크 모양의 심볼 안에 꽉 들어찬 로고를 보세요. 80년대 헤비메탈 밴드의 로고에서 영감을 받은 '좌우 대칭형 레터링'입니다. 글자의 끝이 번개처럼 날카롭게 뻗어 있어, 읽는다기보다 하나의 문양처럼 느껴지죠. 강렬한 일렉 기타 사운드가 귀에 꽂히는 듯한 시각적 타격감!
유사하게 이오닛의 〈Siren〉도 짙은 어둠 속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타이포그래피로서, 차가운 금속의 성질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글자의 뼈대가 마치 맹수의 이빨이나, 날 선 칼날처럼 디자인되었는데요. 유동적인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이 뒤섞여 금방이라도 흘러내리거나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을 줍니다.
✌ Y의 Deep Dive: ‘납작붓’의 특징이 광기를 만든다?
에스파의 이 ‘Rich Man’ 로고가 유독 공격적이고 날카로워 보이는 이유,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도구의 원리'가 숨어 있거든요.
이런 스타일을 '블랙레터(Blackletter)'라고 부릅니다. 중세 유럽 수도사들의 성경 필사 때 쓰이던 서체죠. 당시 그들이 쥐고 있던 건 둥근 볼펜이 아니라, 끝이 일자(-)로 잘린 '납작한 펜촉(Broad Nib)'이었습니다.
납작한 펜촉은 각도를 틀지 않고 그대로 내리면 아주 굵은 기둥이 생기지만, 옆으로 그으면 실처럼 얇은 선이 나옵니다. 이 극단적인 획 굵기 차이가 글자에 강한 긴장감을 부여하죠. ❶ 붓을 뗄 때 생기는 마름모꼴의 맺음, ❷ 획이 꺾일 때 만들어지는 날 선 각도는 납작한 도구가 지나간 필연적인 흔적입니다.
지젤사마..
요즘 K-POP은 이 중세의 흔적을 ‘헤비메탈'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트렌드를 보입니다. 과거엔 신성함을 표현했던 그 빽빽한 밀도감이, 이제는 ‘타협 없는 락 스피릿’과 '크롬 질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죠.
🌹 장미엔 언제나 가시가 있다
〈Do It (Remixes)〉, Stray Kids (2025.04.29)
〈Blue Valentine〉, NMIXX (2025.10.17)
스키즈의 앨범은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배경은 사랑스러운 핑크빛이지만, 폰트와 프레임은 온통 가시덩굴로 뒤덮여 있거든요. 중세 고딕 양식의 블랙레터 폰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데, 획의 끝부분을 뾰족한 가시처럼 변형해 '접근 금지'의 아우라를 풍깁니다. "Do It"라는 제목과 달리, 함부로 건드렸다간 피를 볼 것 같은 이중적인 매력. 달콤함 속에 숨겨진 치명적인 독기를 폰트로 표현했습니다.
엔믹스의 하트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심장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뼈나 가시로 이루어진 트라이벌 타투 문양에 가깝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글자의 형태입니다. 획의 끝이 둥글게 말려 들어가거나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이 마치 태국 문자(Thai Script)의 조형미를 연상케 하는데요.
특히 함께 공개된 팬사인회 포스터를 보세요. 'Offline Fan Sign'을 적은 폰트는 태국 문자 특유의 '동그란 획 끝'과 '흐르는 듯한 곡선'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읽히는 가독성보다 '이국적인 판타지'라는 무드를 완성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죠. 기묘하고 신비로워서 더 끌리는 엔믹스표 '다크 판타지', 그 완성은 바로 이 폰트 선택에 있습니다.
#05. 타이포도 노이코어, ‘뮤트 & 헬베티카’ 🩶
"디자인 팀이 휴가를 갔나요?" 아니요, 이게 바로 자신감입니다. 마치 "우리 애들 얼굴이 명화(Masterpiece)인데, 굳이 폰트에 힘을 줘야 해?" 메타로다가…
채도를 쫙 뺀 흑백 사진, 그리고 그 위에 툭 던져진 기본 고딕. 화려한 기교 따위는 쿨하게 생략합니다. 흰 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태가 나는 사람처럼, 누군가는 "성의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패션 피플들은 알죠. 이게 바로 ‘노이코어(Normcore)'인데요.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는 굳이 꾸미지 않아도 멋있다’고 웅변하는 이 도시적인 폰트들을 보십시오. 역시 튜닝의 끝은 결국 순정인가 봅니다. (사실 얼굴 감상하느라 폰트가 화려했어도 안 보였을 것 같긴 합니다만)
👰♂️ 분위기 미남의 축복이 끝이 없네
〈TEMPO〉, MINHO (2025.12.15)
〈GO!〉, CORTIS (2025.08.22)
샤이니 민호의 솔로 앨범은 그야말로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거친 노이즈가 낀 흑백 사진 속, 우수에 찬 듯한 아티스트의 눈빛이 모든 서사를 설명하죠. 여기에 사용된 폰트는 아주 기본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산스(Sans)입니다. 폰트의 크기도 위치도 결코 사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폰트는 거들 뿐"이라는 듯한 절제미가 앨범을 더욱 성숙하고, 진한 어른의 위스키 향기로 채워줍니다.
민호가 '밤의 무드'라면, 코르티스는 '낮의 무드'입니다. 화창한 날씨지만 채도를 낮춘(Desaturated) 색감이 도시적인 세련미를 줍니다. 지하철 플랫폼에 무심하게 앉아있는 멤버들, 그리고 그 위에 아주 작게 얹어진 'CORTIS' 로고를 보세요. 패션 브랜드의 룩북 or 감성 매거진의 한 페이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죠. 우린 굳이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힙해,라고 속삭이는 듯한 요즘 세대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한 듯 하네요.
🌫 노이즈가 빠지면 섭해요
〈THE X〉, MONSTA X (2025.09.01)
〈Killin' It Girl〉, j-hope (2025.06.13)
몬스타엑스의 〈THE X〉는 '뮤트 톤'이 얼마나 강렬해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스텐실 기법을 활용해 거친 벽에 락카로 찍어낸 듯한 텍스처는 흑백의 무게감을 배가시키죠. 헬베티카 계열의 단단한 폰트가 가진 힘을 빌려, 어떤 화려한 색채보다 더 묵직한 남성미를 완성했습니다.
제이홉의 아트는 마치 복사기로 방금 인쇄한 듯한 로우한 매력이 특징입니다. 거친 입자가 느껴지는 흑백 사진 위에, 무심하게 박스 로고 텍스트를 배치했습니다. 마치 스트릿 브랜드의 스티커를 툭 붙인 것 같은 느낌이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정직한 고딕 폰트를 가장 거칠게 사용하는 역설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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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otypeFonetika16종·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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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otypeSinar Grotesk16종·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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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ype FoundersSequel Sans Subhead18종·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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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otypeMakro14종·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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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amoABC Walter Alte3종·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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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TypeTT Commons Pro Basic22종·Sans
자, 이렇게 해서 2025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4가지 폰트 트렌드를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상반기의 '도파민'이 하반기엔 묵직한 '서사'와 강렬한 '쇠맛'으로 완성되었네요.
음악을 재생하기 전, 앨범 커버의 글자만 봐도 심장이 반응하는 경험. 그 짜릿한 첫인상을 만드는 데에 폰트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느껴지셨나요?
이 글자들이 어떻게 K-POP 팬심을 흔들었는지 조금은 느껴지셨길 바라요.
다가오는 2026년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글자들이 우리의 덕심을 훔치게 될까요?
산돌구름 에디터의 디깅은 내년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See you in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