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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현직 폰트 디자이너의 작업 기록

폰트로 세계관을 짓는 사람, 디자이너 임혜은

폰트로 세계관을 짓는 사람, 디자이너 임혜은

「SD 잔」, 「Mapo 다카포」 등 독특한 인상의 폰트를 만들어 온 임혜은 디자이너.
헤매는 순간들이 어떻게 하나의 취향으로, 결국 서체로 완성되어 왔는지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임혜은 프로필 이미지

임혜은 디자이너는 2018년부터 산돌에서 리테일 폰트의 기획과 제작을 담당해왔습니다.

「SD 잔」, 「SD 커오히」, 「SD 무브잇」, 「Mapo 다카포」 등 폰트 프로젝트와 「Sandoll CompSans」, 「Sandoll CompSerif」 등 라틴 폰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FGI와 베타테스트를 활용한 기획, 스마트 컴포넌트 기반 제작 등 폰트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실무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헤매던 시간이 만든 감각

Mapo 다카포 폰트 제작 작업 이미지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 「반월」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수록)


― 폰트 디자이너로서 혜은 님을, 혹은 혜은 님만의 작업 스타일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아직 '숙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지금도 계속 헤매면서 어느 정도 답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헤매는 식인 것 같아요. 실제로 제 작업 스타일도 계속해서 헤매는 과정에서 답을 찾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고요.

그래도 그렇게 헤매는 순간에서 작은 것 하나를 찾았을 때의 만족감과 효능감으로 이 일을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수치 하나가 딱 맞아떨어졌을 때, 혹은 하나의 계열을 잘 파생시켰을 때처럼요. 그런 순간들을 계속 쌓아가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 타입 디자인 전에는 시각 디자인과 금속 공예를 전공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 경험이 지금의 취향이나 작업 방식에 남긴 흔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의 저는 많이 정제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학부 때는 정말 자유롭게 작업했었거든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할 때는 거의 예술가에 가깝게 제가 하고 싶었던 대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금속 공예는 반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었어요. 일정 온도에서 작업해야 한다거나, 톱날의 방향을 맞춰야 한다거나. 그리고 단위가 정말 작았어요. 1mm 단위를 쪼개서 맞춰야 하는 작업들이 많았죠. 그런 정밀함에 대한 감각은 지금 폰트를 만들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됐어요. 학부 때의 자유로움과는 완전히 다른, 저 나름의 정제된 태도를 그때 배운 것 같아요.

  • 임혜은 디자이너 학부 작업물2
  • 임혜은 디자이너 학부 작업물2
  • 임혜은 디자이너 학부 작업물2

임혜은 디자이너 학부 작업 일부

― 원래는 예술과 공예 쪽에 더 가까운 작업을 하셨는데, 어떻게 타입 디자인으로 넘어오게 되셨나요?

사실 제 포트폴리오가 취직이 잘 되는 포트폴리오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교수님도 '쟤는 예술가지, 디자이너가 아니야'라고 하실 정도였거든요. (웃음) 자유로운 작업을 하는 그래픽 스튜디오라면 저와 맞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어요. 학부에서 4년을 공부했지만 실무적으로는 전혀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걸 그때 크게 느꼈죠.

그러다 '뭐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그때 마포구청에서 진행하던 폰트 디자이너 양성 과정을 보게 됐고,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폰트 Mapo 다카포 이미지

Mapo 다카포

― 그 이후 한글 글꼴 디자인공모전으로 수상하신 「Mapo 다카포」로 산돌에 합류하셨는데요. 최근 이 서체가 도서 매대에서 유독 자주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쓰이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궁금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폰트가 많잖아요. 특히 제목용 폰트는 선택지도 훨씬 많고, 개인적으로는 “제목용”이라는 용도가 따로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목성이 필요한, 크게 쓰는 용도로는 어떤 폰트든 선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 굳이 이 폰트를 골라 써주시는 것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사실 「Mapo 다카포」는 처음 출시했을 당시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어요. '얇고 장식적이라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레터링으로 쓸 만한 서체를 굳이 폰트로?'는 반응도 있었고, 반대로 정말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요즘 시대에는 훨씬 더 실험적인 폰트들도 많아지고, 장식적인 포인트를 좋아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이 폰트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당시 자문으로 계셨던 장수영 디자이너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지금 당장 안 쓰인다고 실망하지 말라고, 2~3년 뒤에 갑자기 쓰이는 폰트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요. 마치 장을 발효시키듯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라는 말씀이었는데, 그게 그때 정말 위로가 됐어요. 지금도 이 폰트가 여전히 쓰이는 걸 볼 때마다 신기하고, 제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쓰이는 걸 보면 더 기쁩니다.

― 산돌에서는 유독 독특하고 실험적인 인상의 폰트들을 만들어오셨어요. 혜은 님만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사실 산돌에서 이런 폰트들을 만들게 된 건 의도라기보다는 우연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내가 이런 걸 좋아하니 이 분야의 폰트를 만들자'고 시작한 적은 거의 없거든요. 예를 들어 「Sandoll 윗치」는 산돌 폰트의 다양성을 넓혀보자는 기획에서 시작됐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흘러갔고요. 「Sandoll 가웨인」도 게임 장르에 폰트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시작한 거지, 처음부터 제 취향을 의도적으로 담으려 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지나고 보니, 글자를 그리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라도 제 취향이나 미감이 글자에 반영되는 것 같더라고요.

굳이 영감의 출처를 이야기하자면, 저는 남이 만든 이야기에 유독 반응하는 것 같아요. 신화나 우화, 동화를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했고 특히 마야, 잉카, 이집트 신화를 좋아했어요. 커서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영화 같은 서브컬처를 많이 좋아했고요. 이런 것들이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작업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고, 애써 제 취향을 넣으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제가 만든 폰트가 제 취향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하긴 어렵겠네요. 폰트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저는 무수한 선택과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과장되고 연극적인 연출을 좋아하는 제가 고를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 산돌 폰트 Sandoll 윗치 썸네일
  • 산돌 폰트 Sandoll 목단 썸네일
  • 산돌 폰트 Sandoll 가웨인 썸네일
  • 산돌 폰트 SD 커오히 썸네일

임혜은 디자이너가 작업한 산돌 리테일 폰트





윗치에서 잔까지, 산돌 폰트에 숨겨진 이야기


― 「Sandoll 윗치」, 「Sandoll 가웨인」처럼 판타지·게임 장르에 잘 어울리는 폰트들은 혜은 님의 취향이 짙게 묻어난 작업으로 보여요. 이 작업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윗치」는 제가 입사 후 처음 만든 폰트예요. 당시 복스 분류법으로 산돌의 모든 폰트를 분류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앵귤러 세리프' 계열, 그러니까 뾰족하고 굵은 세리프 스타일이 산돌에 없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 빈 자리를 채워보자는 발상에서 「윗치」가 시작됐습니다. 획 대비가 크고 뾰족한 세리프를 가진, 서양 활판 시대의 폰트들을 레퍼런스로 삼았죠. 예문을 만들어 계속 조판해 보면서 파생을 이어가다 보니, 점점 더 장르적인 색이 짙어지면서 지금의 「윗치」가 됐습니다.

산돌 폰트 Sandoll 윗치 이미지

Sandoll 윗치 작업 시안 이미지

「가웨인」은 조금 다르게 시작됐어요. 게임 장르에 쓸 만한 폰트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좀 더 빠르고 가볍게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마침 산돌에서 게임사와 진행했었던 미공개 시안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시안은 얇은 버전이었어서 제가 두꺼운 스타일까지 확장해서 하나의 폰트로 완성했습니다. 얇은 쪽은 본문이나 부제용으로 판타지, 옛 MMORPG 느낌을 담았고, 두꺼운 쪽은 좀 더 현대적인 FPS 게임 같은 인상을 담으려 했어요.

「Sandoll 가웨인」의 최초 시안은 이도희 디자이너님의 작업이었어요. 저는 그 시안을 다듬고 블랙 웨이트를 더하며 완성한 거라, 이 폰트에 대한 크레딧은 시안을 만드신 분에게도 상당 부분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자리를 빌려 꼭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산돌 폰트 Sandoll 가웨인 이미지

Sandoll 가웨인

― 「Sandoll 무브잇」은 혜은 님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캘리그라피 폰트라고 들었어요. 직접 도전해 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네, 「무브잇」은 저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캘리그라피 폰트를 만들어 보자는 방향으로 정해졌었고, 제가 이전에 손글씨 기반의 작업을 해본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손으로 써가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도구마다 표현되는 글씨체의 느낌이 달라서, 마커·브러시 등 각 도구의 특징을 살려 총 네 가지 스타일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전문 캘리그라퍼처럼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심혈을 기울여서 적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떤 단어를 쓰고 그 인상을 살려서 다른 자소를 만들어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작업하는 내내 ‘프랑켄슈타인처럼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여러 번 재가공하고 수정한 끝에 완성된 폰트여서 애정이 남는 것 같습니다.

  • 산돌 폰트 SD 무브잇 상세이미지1
  • 산돌 폰트 SD 무브잇 상세이미지2
  • 산돌 폰트 SD 무브잇 상세이미지2
  • 산돌 폰트 SD 무브잇 상세이미지2

SD 무브잇

산돌 폰트 SD 무브잇 쓰기 도구 스타일

SD 무브잇 네 가지 쓰기 도구 스타일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획 끝 표현이었어요. 도구별 특징을 만화적으로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과정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획을 세부적으로 나누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워지더라고요. 특히 03번 Brush 스타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반면 마커는 오히려 시원시원한 곡선 위주라 작업하면서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완성될수록 점점 제 글씨체와 닮아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했던 작업이에요.

산돌 폰트 SD 무브잇 획 끝 표현

SD 무브잇 스타일별 획 끝 표현

― 「SD 잔」과 「SD 커오히」는 각각 옛 활자를 바탕으로 만들게 된 폰트인데요. 앞서 질문드린 작업과, 이 작업 사이에는 제작 과정에서도 차이가 컸을 것 같아요.

2023년에 출시된 「커오히」와 「잔」은 비교적 최근에 만든 폰트인데, 나머지 폰트들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어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작업은 기준이 없다 보니 어디까지 만들어야 완성이라 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가 훨씬 어려웠거든요. 반면 「잔」과 「커오히」는 붙잡을 수 있는 기준, 그러니까 참고할 원본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초반에 인상을 잡기가 쉬웠어요.

「커오히」는 산돌이 '귀여움의 명가'라는 생각이 있어서, 저도 귀여운 폰트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목표에서 출발했어요. 무조건 귀엽고, 조형이 과하지 않고 누구나 손이 갈 만한 폰트를 만들자는 방향이었죠.

「잔」은 조금 달랐어요. 제가 처음으로 만들고자 하는 폰트의 인상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정해두고 시작한 작업이었거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정말 그 설정한 인상 그대로 완성됐어요. 다른 폰트들은 작업하다 보면 제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면서 '아, 얘는 이런 애구나'를 나중에 깨닫는 경우가 많았는데, 「잔」은 처음부터 '너는 이런 애가 돼야 해'라고 정해두고 정말 그렇게 완성된, 저한테는 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산돌 폰트 SD 커오히 예시이미지 산돌 폰트 SD 잔 예시이미지

SD 커오히

SD 잔


커오히와 잔에 대한 자세한 비하인드는 여기에서 더 볼 수 있어요!





― 리테일 폰트는 특정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를 상상하며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 안에서도 혜은 님만의 취향을 지켜내는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는 편인가요?

오히려 저는 제 취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가끔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폰트를 만드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듣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논리를 따라가려 했던 순간이 훨씬 많았어요. 불특정 다수를 상상하면서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비슷한 분류의 서체들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불편함이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판단 기준이 되더라고요.

굳이 제 취향이 들어가는 순간이 있다면, 거의 마지막 단계인데요. 폰트의 스토리텔링이나 설명하기 위한 이미지를 만들 때, 혹은 파생을 마치고 조판을 확인할 때 제가 좋아하는 문장을 넣어보는 정도죠. 그런 과정에서 저의 의도나 취향이 조금 더 반영될 수 있도록 폰트를 완성하고 공개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 같아요.

― 폰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서체를 '완성'하고 손에서 놓는 순간이 가장 어렵다고들 하는데요. 혜은 님은 완성도의 기준을 어떻게 잡으시나요?

파생이 끝난 뒤부터가 판단의 시점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파생 글자를 채우고 전체 조판을 훑어봤을 때, 고칠 지점이 거의 안 보이는 순간이요. 처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지나갈 때마다 어색한 부분이 다 보이는데, 점점 그런 부분이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새로운 조판을 가져와도 아주 드문드문 살짝씩만 보이는 정도가 되면, '이제 거의 다 됐다'는 걸 느껴요.

「잔」을 만들 때는 「잔」의 원전이 된 시집, 『현대시인선집』의 판면을 그대로 스캔해서 조판처럼 구성해 넣어보기도 했어요. 실제로 이 형태로 쓰였을 때 잘 읽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산돌 폰트 SD 잔 사용 예시이미지2

SD 잔 조판 이미지

―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스타일 중에서, 언젠가 꼭 만들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예전부터 민부리 계열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다만 저는 아직 제가 잘 보지 못하는 걸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적절한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잔」을 만들 때도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느꼈을 때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민부리 계열은 아직 제가 보는 시각이 더 다듬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일부러 민부리로 조판된 책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언젠가는 꼭 본문용 민부리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글자 너머를 바라보며

― AI 생성 기술은 폰트 디자인 업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화두인데요. 활자를 다루는 디자이너로서 AI 활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실제 현업에서는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폰트 제작 과정에는 반복 작업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부분을 AI가 대신 해줄 수 있다면 제 에너지를 정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봐요. 다만 이미 세상에 공개되어 있고 존재하는 고유한 작업을 AI가 학습하고 모방해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는, 이게 윤리적으로 괜찮은가에 대한 판단이 아직 서지 않았어요.

실제로 제가 활용하는 부분은 이런 식이에요. 폰트는 결국 데이터이기 때문에, 올바른 데이터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위치나 크기 같은 값이 잘못 들어간 곳을 찾는, 이성적인 검수 작업은 오히려 AI가 하는 게 더 맞는다고 생각해요. 반면 기획을 하거나, 특히 파생 단계에서 어떤 형태가 가장 자연스럽고 예뻐 보일지를 판단하는 부분은 아직 AI를 전혀 신뢰할 수 없어서, 그 영역은 제가 직접 판단하고 있습니다.

― 타입 디자인 외에 앞으로 더 넓혀보고 싶은 영역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는데, 저는 아직 '전문성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예전에 개인 작업으로 책을 하나 만든 적이 있는데, 만들고 나서도 편집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보면 어떨지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상업적인 결과물로 만들 수는 없어도, 제 취미의 영역에서는 자유롭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아직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영역에서 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하기 때문에 일단 취미로 천천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동화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산돌 폰트 SD 커오히 예시이미지 산돌 폰트 SD 잔 예시이미지

임혜은 디자이너의 손그림(좌)과 완성된 글립(우)


― 폰트 디자인의 매력 중 하나는 디자이너보다 디자인이 더 오래 남는다는 점일 것 같아요. 10년 뒤, 혜은 님의 폰트는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첫 번째는 '쓸 만한 폰트'로 기억되는 것. 두 번째는 시간이 지나 우연히 발견했을 때 '아, 이런 폰트도 있었지'라고 떠올려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금 욕심을 내본다면, 누군가에게 '나의 최애 폰트'로 남는 것까지 바라봅니다.



Coming Soon!

Ditto: 디자이너 토크 ― 임혜은

다가오는 8월 말, 임혜은 디자이너와의 디자이너 토크가 열립니다.
인터뷰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프로젝트 비하인드 스토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세요. (일정 추후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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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오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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