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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디자인이라는 이름이 가진 힘

AI가 글자까지 만들어내고, 매일같이 새로운 폰트가 쏟아지는 요즘.
그 속에서도 디자이너들이 여전히 선택하는 폰트는 따로 있습니다.
곳곳에서 활약 중인 국민 폰트부터, 최신 감각을 반영한 트렌디한 신작까지.
윤디자인은 본질을 지키며 시대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폰트를 만듭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윤디자인의 추천 폰트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함께 만나보아요.

Intro:
윤디자인 타입디자인센터 이정은 팀장


윤디자인 사옥 외관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상징하는 홍대∙합정∙상수 트라이앵글 한가운데,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윤디자인 사옥 건물은 감각적이고 심플한 외관으로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에서 18년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이정은 팀장님은 스스로를 ‘파워 E’라고 소개하며 쾌활한 에너지로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윤디자인 타입디자인센터 이정은 팀장


지하 사무실 문을 열자 수십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파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정은 팀장님은 벽면을 따라 빼곡히 꽂힌 파일들 중 하나를 꺼내 펼쳐 보였습니다. 우연히도 그 파일은 팀장님이 입사 초기에 작업했던 폰트인 「아스팔트스캔들」의 작업 과정이 담긴 파일이었죠. 오랜만에 마주한 추억의 작업물에 팀장님은 반가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겨보셨습니다.


「아스팔트스캔들」 의 출력 테스트 파일


손글씨 다운 들쭉날쭉한 리듬감, 울퉁불퉁한 질감, 대담하면서도 귀여운 느낌. 이름처럼 아스팔트 노면 위에서 덜컹거리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2009년에 출시된 『엉뚱상상 폰트 패키지』


“마침 처음 꺼낸 파일이 이 폰트라서 깜짝 놀랐어요. 윤디자인 신입 시절에 제가 시안을 만들었던 폰트거든요. 이 『엉뚱상상 폰트 패키지』의 여섯 가지 폰트는 저를 포함 당시 제 동기들의 실제 손글씨가 녹아있어서, 저한테는 유독 특별한 작업이에요.”


스토리텔링을 담은 독특한 이름 속에는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신입 디자이너들의 패기와 실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미묘한 떨림을 가지고 꾹꾹 눌러쓴 듯한 「소설책165페이지」, 시원시원한 획이 정말 나를 휘어잡을 것만 같은 「로멘틱가이」, 잉크가 고인 듯 예상치 못한 덩어리감의 「엉뚱한덩어리」.

이름처럼 로맨틱하기도, 엉뚱하기도 한 윤디자인의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들어볼까요?

영원한 클래식, 윤고딕

한글꼴연구회가 2006년 펴낸 ‘가나다라’ 제1호에는 시각디자인 전공 학생 1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가 있는데요. ‘본문용 글꼴로 주로 사용하는 폰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윤고딕이 무려 71%를 차지했어요. 이때는 너무도 당연하게 윤고딕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치죠.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출판계와 시각디자인과 교수들은 윤고딕을 국내 본문용 폰트의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1994년에 출시된 「윤고딕 100」


― 「윤고딕」은 기존 고딕 폰트와 어떤 차별점이 있었나요?

「윤고딕 100」 출시 이전의 고딕체들은 납활자로 인쇄하던 시절의 유산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작은 사이즈에서도 뭉개지지 않게 하려고 획 끝에 돌기가 붙어 있고, 획끝을 나팔바지 모양으로 조정하는 등의 보정이 있었죠. 하지만 90년대에 들어 인쇄 기술은 크게 발전했고, 이런 과한 보정이 눈에 거슬리는 시점이 왔어요. 「윤고딕 100」은 획과 속공간을 정돈해 더 쉽게 읽히게 만들고, 불필요한 보정을 모두 제거해 깔끔하게 다듬었습니다.



「윤고딕 100」 글꼴 특징. 불필요한 돌기 부분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윤고딕 100」은 자형 자체도 상당히 혁신적인 느낌이었는데요. 글자 첫 닿자의 인상이 전체 느낌을 많이 좌우하기 때문에, 초성 부분을 조금 더 크고 속 공간도 넓게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비교하자면 SM폰트는 상대적으로 닿자가 작은 편인데 윤고딕은 전체적으로 좀 더 넓고 시원한 느낌이에요. 이건 직접 긴 글을 조판해 보시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 확 와닿으실 거에요.



― 「윤고딕·윤명조」가 한국 폰트 최초로 이름에서 숫자 체계를 도입했다고요.

원래 한국 폰트계에서 쓰이던 굵기 명칭은 ‘세명조-중명조-태명조-견명조’ 같이, 한자 세대가 아니면 직관적이지 않은 명칭들이었죠. 「윤고딕」은 한국 폰트 중 처음으로 6단계나 되는 굵기를 내세우면서, 숫자로 굵기를 구분하는 새로운 관점을 시도했어요. 지금 해외 폰트나 UI 디자인에서도 이렇게 숫자를 이용해서 굵기를 표현하는 걸 보면, 그 오래 전부터 앞서나가 흐름을 읽은 셈이죠.


「윤고딕」 시리즈의 숫자 체계



― 「윤고딕」은 시대에 맞춰 계속 리뉴얼이 되어 왔죠. 그런 만큼 시리즈가 다양해서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 어려워 하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하나만 딱 꼽아 추천하신다면요?



저는 「윤고딕 700」, 「윤고딕 705」 시리즈를 꼭 사용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윤고딕 700」은 2012년에 출시되었고, 이전 시리즈가 인쇄 환경을 고려했던 것과 다르게,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스마트한 폰트라는 컨셉으로 개발되었죠. 710부터 790까지 9가지의 굵기를 갖췄고, 굵기에 맞게 자폭도 달라지는 설계를 했어요. 「윤고딕 705」은 「윤고딕 700」에서 한자, 라틴, 숫자를 수정하고, 글줄의 높낮이가 균일하게 유지되도록 개선한 버전입니다.


「Yoon 윤매거진 700」

「Yoon 윤굴림 700」


추가로, 자폭을 줄여 장체로 설계한 「윤매거진 700」「윤굴림 700」까지, 사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개발된 자족이 매우 다양해요.



― 나머지 시리즈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윤고딕 속성 강의!

「윤고딕」 시리즈의 인상 비교


▷ 「윤고딕 200」: 윤고딕 시리즈 중 유일하게 탈네모틀이고, ‘ㅇ'꼴이 정원에 가깝게 디자인되어 있어 환하고 명쾌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윤고딕 300」: 「윤고딕 100」에서 영문 디자인과 숫자폭을 개선한 것이 「윤고딕 300」입니다. 여전히 윤본문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 「윤고딕 500」: 「윤고딕 100」, 「윤고딕 300」 을 장체로 좁혀서 사용하던 디자이너들의 관행을 반영하여, 원래보다 한 94% 정도로 너비를 좁혔죠. 요즘은 글자의 70%, 50%까지도 폭을 줄여 쓰기 때문에, 이제는 「윤고딕 500」의 자폭 정도로는 장체라고 하기 어렵긴 하죠. 이런 변화에 맞게 재설계하여 출시된 파생 폰트가 바로 전에 언급한 「윤매거진 700」입니다.


확고한 컨셉의 디스플레이

윤디자인은 본문용 폰트 말고도,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폰트로도 이름을 알린 회사죠. 한국 폰트의 다양성이 부족하던 시절, 비발디의 사계에서 영감을 받은 『봄·여름·가을·겨울』 시리즈와 같이 글자의 여러 표정을 다양한 컨셉에 담아내려던 시도처럼요. 윤디자인의 디스플레이 폰트를 살펴보던 중, 이름이 다소 독특한 시리즈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 『성공한 커리어우먼을 위한 폰트』, 도대체 어떤 컨셉일까요?

어느날 대표님께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을 위한 폰트를 만들어봐!”라고 하셨어요. 당시 저는 성공도, 커리어도 자신 없던 터라 혼란스러웠죠. 게다가 프로젝트 멤버 중엔 갱상도 사투리를 진하게 쓰는 상남자 디자이너도 있었거든요.

처음엔 고급 오피스텔에 살면서 하이힐 신고 정장을 입은,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그 컨셉은 「Yoon 블랙핏」, 「Yoon 화이트핏」 이라는 모던한 인상의 폰트로 직관적이게 구현되었죠.


「Yoon 블랙핏」



하지만 나머지는 ‘성공한 커리어우먼’ 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어요. 예를 들면 「Yoon 홍시」는 주변을 두루 챙기고 관심을 갖는 친화력을 가진 여성상을 표현하는 폰트구요, 따뜻한 느낌의 붓글씨인 민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저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는 인디밴드의 싱어송라이터 같은 모습도 포함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홍대의 분위기를 떠올리면서 거친 텍스쳐가 들어간 「Yoon 어반빈티지」의 컨셉을 제안했어요. 이 폰트는 요즘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에 장체 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텍스쳐를 빼고 플랫하게 가공해서도 쓰시더라구요. 그래서 「Yoon 어반모던」이라는 신서체로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요.


「Yoon 홍시」

「Yoon 어반빈티지」



― 예전의 윤디자인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신서체 기획 단계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팀을 위해 개인이 움직였다면, 지금은 개인을 위해 팀이 움직이는 것 같달까요? 디자이너의 감성과 미감을 폰트에 자유롭게 담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에 나온 디스플레이 폰트 중에서 디자이너들의 개인적 특성이 특히나 돋보이는 폰트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Yoon 기사의맹세

김미래 디자이너의 「Yoon 기사의맹세」


「Yoon 기사의맹세」는 게임 전용서체를 많이 해오던 디자이너가 만든 화려한 세리프의 디스플레이 폰트입니다. 디자이너가 생각한 ‘기사'의 이미지는 전쟁에서 처절하고 냉혈하게 적과 무섭게 싸우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굳건한 느낌의 기사였다고 합니다.

특수문자도 기사의 진실된 맹세를 떠올리는 깨알같은 디테일이 숨어 있는데요. 예를 들면 손가락 글립은 기사의 장갑을, 화살표 글립은 실제 화살촉의 이미지를 가져와 그렸습니다. 


Yoon 뀨삐뜨

이예형 디자이너의 「Yoon 뀨삐뜨」


「Yoon 뀨삐뜨」는 젤리나 푸딩처럼 말랑하고 쫀득한 질감을 연상시키는 사랑스럽고 친근한 인상의 폰트입니다. 원래 이름으로 '큐피트'를 생각했었는데, 동일한 폰트명이 있어 더 귀엽게 '뀨삐뜨'라고 지었어요. 디자이너가 한참동안 오글거려 자기 폰트명을 못 불렀던 게 생각나네요.

3D 영상에서 그림자 효과를 줬을 때나 입체적으로 쓸 때 라운드 느낌이 잘 살도록 만들었다고 해요. 음식 관련 콘텐츠나 파스텔톤의 그래픽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Yoon 초월

장연준 디자이너의 「Yoon 초월」


「Yoon 초월」은 폭발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폰트로, 무겁고 진중한 인상의 폰트로 기획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진지하지만 않은 곳에서도 쓰였으면 좋겠다고 해요. 예를 들면 헬스장에 써 붙힐 "파워프레스 중에 악 소리 나야 정상" 이라는 문구나, "20대에 100억 버는 법" 같은 직설적이고 강렬한 톤의 자기계발서 제목이라든지 말이죠. 무언가를 외치듯, 파워풀한 메시지를 전할 때 빛을 발하는 폰트일 것 같아요.


Yoon 목린

송우빈 디자이너의 「Yoon 목린」


「Yoon 목린」을 만든 디자이너는 일을 할 때 많이 고민하고 천천히 오래 붙잡고 있는 타입이에요. 목린을 작업할 때도 정말 디테일하게 부리의 시작부터 획의 맺음까지, 경우의 수를 다 테스트하면서 최적의 형태를 찾아내더라고요.

이 폰트는 한자 명조체의 특징을 한글에 차용한 순명조 계열의 폰트로, 고전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과정 자체에서는 기존 명조가 가지고 있던 관념을 깨기 위해 많은 형태적 실험을 진행한, 그래픽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폰트랍니다.





― 「Yoon 개항로」는 지역 브랜딩 폰트지만, 지자체에서 의뢰한 것이 아니라 팀장님께서 스스로 기획하신 프로젝트고 윤디자인 폰트로 출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것 같은데요.

제가 원래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에너지를 밖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얻는 스타일이라 구글맵에만 깃발이 4천개 넘게 꽂혀 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인천에서 “개항로 맥주” 로고를 보게 되었어요. 알아보니 이 글씨는 55년 동안 목간판을 작업해오신 장인의 손에서 나온 것이었죠.


'개항로 맥주'의 로고


이걸 폰트로 만들면 정말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항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팀에 제안서를 보냈고, 기쁘게도 폰트 개발에 착수하게 됐어요. 55년이라는 업력에 맞게 굉장히 많은 자료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참고할 글씨가 많이 없어서 멘붕이 오기도 했어요. 그래도 남아 있는 글자와 추가로 요청드린 글자들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채워 나갔습니다. 단순한 붓글씨가 아니라, 목판에 쓰고 나무를 파고 색을 칠해 완성된 '목간판 글씨'라 접근을 달리 해야 하는 점도 색다른 도전이었고요.


「Yoon 개항로」 개발 과정



― 직접 인천 현장에서 폰트가 쓰이는 모습을 본적 있나요? 특별히 뿌듯했거나 재미난 사용사례가 있다면요? 

그럼요. 매년 열리는 마계인천페스티벌을 비롯해 인천의 로컬비즈니스학교인 마계대학의 다양한 활동에 자주 보입니다. 간판이나 포스터에서도 종종 보이는데요, 며칠전 용산에 갔다가 어느 가게에 개항로 폰트가 쓰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세로쓰기 전용을 가로로 사용하셨더구요. 머리를 감싸쥐며 가로쓰기로 써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었죠.

마계인천 페스티벌 현장 곳곳에서 만난 「Yoon 개항로」

작은 차이가 수준을 만든다

윤디자인은 매달 신서체를 꼬박꼬박 내놓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만큼 출시 과정이 까다롭고, 철저한 품질 검수를 거치기 때문이죠.



― 윤디자인 내부에는 TQC(Type Quality Center)라는 이름의 품질검수팀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희가 다른 회사에 비해서 폰트 출시 과정이 조금 느려요. TQC의 검수 관문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폰트의 기본 오류인 오버랩*, 오탈자*의 문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같은 꼴에서 1 unit이 더 길고 짧은 것까지 잡아내는 것은 물론, 공간감에 따른 회색도 조정, 특수문자가 용처에 따라 올바르게 디자인되었는지, 타 회사 폰트를 떠올리게 하는 유사성 문제는 없는지 등등, 정말 징글징글한(?)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


*오버랩: 글자 윤곽선이 잘못 겹쳐 그려져 발생되는 오류. 글자가 인쇄물 또는 화면에서 깨져 보일 수 있다.
*오탈자: 글자 모양이 잘못 만들어졌거나 틀린 글자가 들어간 경우.

TQC의 검수지.

TQC 부장님께서는 엄청 꼼꼼하시기로 유명한데, 그분 별명이 한참 동안 ‘빨간펜’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빨간펜을 들고 있는 캐리커처까지 선물로 드린 적도 있어요. (웃음)
그분 자리 옆에 이렇게 써 있거든요. “작은 차이가 수준을 만든다.” 수시로 이걸 보며 마음을 다잡으신다고 합니다.



― 검수 과정이 까다로웠던 폰트 중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을까요?



유사성 관련해 이슈가 한 번 있었어요. 「Yoon 하이파이브」의 경우, 그 무시무시한 TQC의 피드백 중 특정 자소에서 “○○회사의 ○○폰트가 연상된다” 라고 하시며 해당 폰트와 하이파이브를 비교한 파일을 주셨어요. 작업자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이걸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까 분분한 의견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유사한 자소를 모두 수정한 일이 있었습니다. 고된 일이었지만 결국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죠.



김지연 디자이너의 「Yoon 하이파이브」



― 윤디자인의 폰트 디자인 철학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Permanent Type(영속성 있는 글자)’ 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개인이 폰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 어려웠지만, 이제는 독립 디자이너와 소규모 스튜디오가 늘면서 폰트의 양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잠깐 쓰이다가 잊혀지는 폰트도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오랫동안 쓰이는 폰트를 만들자고 다짐합니다. 정말 잘 만들어야 하고, '디지털 쓰레기'로 남겨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하죠.

모두의 기억 속, 윤디자인

윤디자인 폰트 중에는 이름은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만큼 익숙한 폰트들이 많습니다. 특히 국민 예능 〈무한도전〉에 사용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폰트들은, 요즘 Y2K 열풍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죠.
지금 영상에 활용해도 찰떡같이 어울릴 그 폰트들, 요즘 감성으로 다시 써보는 건 어떨까요?

― 〈무한도전〉 자막에서 윤디자인 폰트가 정말 많이 쓰였더라구요.

〈무한도전〉하면 무슨 폰트다? 당연히 「윤체」죠! 윤디자인 디자이너 중에 무한도전의 끔찍한 팬이 있는데, 어렸을 때 ‘무도’를 보면서 윤디자인 폰트가 워낙 많이 쓰이는 걸 보고 윤디자인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대요. 결국 진짜로 입사까지 했고, 지금은 「윤체」를 현대 미감에 맞게 리뉴얼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자막에 대표적으로 쓰인 「Yoon 윤체」


「윤체」는 무려 1989년에 출시된 윤디자인의 대표 폰트이기도 한데요. 윤체가 지닌 향수는 살리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더라고요. 그리고 작업하는 과정을 개발기로 남기고 싶어 해요. “대전에서 상경한 무도폐인 디자이너가 윤체 리뉴얼까지 맡게 되는 이야기”. 진짜 재밌겠다 싶었어요.



「Yoon 윤체」 리뉴얼 최초 시안



출처: MBC 〈무한도전〉


▼ 위 자막에 사용된 폰트가 궁금하다면?

앞으로의 윤디자인

― 앞으로 윤디자인은 어떤 폰트를 선보일 계획인가요?

요즘 글자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광고에서도 레터링 작업이 자주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레터링은 작업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개성 있으면서도 레터링을 위한 표준처럼 쓸 수 있는 폰트를 만들어, 디자이너가 손쉽게 레터링처럼 보이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어요.

「Yoon 말랑슬라임」


예를 들면 가장 최근에 출시된 「Yoon 말랑슬라임」도 그런 시도 중 하나에요. 아동용 영상콘텐츠, 특히 유튜브에서 많이 쓰이는 자막용 폰트를 참고해서 기획된 폰트인데요. 마침 지인이 슬라임 카페를 운영해서, 가서 슬라임에 들어가는 각종 파츠도 구경하고 그 안의 꽃, 별, 하트 같은 다양한 모양도 참고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딩벳으로 만들어 넣어서 사용자가 마치 슬라임을 만드는 것처럼 레터링같이 활용할 수 있게 했어요. 이런식으로 사용자가 재미있게 쓸 수 있게, 여러가지 시도들을 해볼 예정입니다.



―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폰트에 대해서도 살짝 알려주세요!


「Yoon 윤 800」


작년에 선보이고 조만간 확장되어 완성될 「윤 800」은 윤본문 시리즈 중 유일하게 ‘명조’나 ‘고딕’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요. 「윤 800」은 명조와 고딕의 요소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시도의 결과물인데요. 기존의 정형화된 본문체 외에도, 사용자들이 더욱 개성 있으면서도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폰트에 대한 니즈에 대응하고자 했습니다. 현재는 2종만 출시되었지만, 곧 7종으로 굵기가 확장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럴 땐 윤디자인의 이런 폰트를!

지면 밖의 추천작들도 궁금하시다면? 윤디자인 디자이너들과 산돌구름 MD의 비하인드 픽을 공개합니다.


전투력 수치 111퍼
강직한 인상의 「Yoon 모아이」

두근두근 연애 프로그램 자막
아련~한 느낌의 원조 「Yoon Cre쿨재즈」

이름과 가장 안 어울리는
흐늘흐늘 흘러내리는 「Yoon 고인돌」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경쾌한 리듬감의 「Yoon 피아노」

슈퍼사이즈 그래픽
과감한 너비 「DS스테레오」

강한 결의가 필요해!
역동적인 궁체 「Yoon 독립」

할로윈·공포 테마
으스스한 분위기의 「Yoon 월광」

다시 떠오르는 타자기 감성
타닥타닥 「Yoon 흑백영화」

감성 에세이 표지 타이틀
서정적인 「Yoon 목선담」

힙한 전시 포스터
그래픽적인 「Yoon 매트릭스」

나만 알고 싶은 PPT용 폰트
알잘딱깔센 「DS 최최최최최종」



윤디자인 폰트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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